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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성 Mar 02. 2022

베네딕트의 규칙서를 읽고

베네딕트 "베네틱트의 규칙서"

대선 때가 되니 어김없이 하루에도 몇 개씩 대선 관련 카톡이 교인들로부터 날아온다.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맹신이 신앙이 되어 버린 교회. 가짜 뉴스를 고급 정보인 양 쏟아내는 목사 혹은 교회 지도자들 그리고 최소한의 윤리도 없는 교회.

신앙의 기본은 무엇일까? 그리스도교의 가장 근원적 교리는 무엇일까? 교리 전공자(조직신학)로서 작금의 교회에 던지고 싶은 물음이자 나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초등학생들이 읽는 책에도 나오는 말이니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본질은 사랑이다. 그리고 근원적 교리도 사랑이다. 그렇다면 이 사랑의 구현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이것은 나와 같은 교리 전공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아주 오래전 이것을 구현한 이들이 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책이 그 구현 중 하나이다.

"베네딕트의 규칙서" 이 책은 청빈의 상징과도 같은 베네딕트 수도원의 규칙서이다. 사랑은 자신을 향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언제나 타자를 향한다. 그렇기에 사랑은 자랑도 유익도 구하지 않는다. 사랑이 그리스도교의 본질이라면 그리스도교인은 자기 존재 안에 머무는 자가 아니라 타인을 향하는 자가 된다. 머무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 나아감은 세계의 무한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하이데거의 기획 투사가 발견된다. 그러나 하이데거의 기획 투사와는 일정 부분은 유사하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이데거의 존재자는 자기를 보존하지만 그리스도교의 존재자는 자기를 보존하지 않는다. 하이데거의 존재자의 근원은 실존에 있지만 그리스도교는 사랑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리스도교의 존재자는 자기를 넘어 타인에게 나아감이라는 초월로서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레비나스의 타자의 얼굴이 발견된다.

그리스도교는 사랑을 통해 타자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나아감에 대한 행정적 수칙은 교리 혹은 규칙으로 문서화된다. 지금의 타자들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있다. 자영업자들과 학생들 그리고 아이들을 비롯한 모두가 자기 욕망을 절제하고 손해 보면서까지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타자들은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타자의 아우성이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 레비나스의 말을 빌리자면 주체는 타자의 볼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명료함을 원한다. 그렇기에 규칙이 필요하다. 타자로 나아감이 본질은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타자로 나아가는 것인지를 명료하게 알 길이 없다. 중세 수도원인 베네딕트의 규칙서는 이러한 실정에 중요한 자료가 되어 준다. 

특히 "제53장의 손님의 영접"은 오늘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 있다. 종교적 의례가 중심이 아닌 손님(타자)이 중심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교회나 단체들이 있다. 나는 이들이 소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계는 부정할지 모르겠으나 현 한국 교계 전반에 흐르는 이상한 문화들이 있다. 나는 그것을 자기 구원 중심 주의라고 하고 싶다. 개인 구원론이라는 학계의 용어가 있지만 확 와닿지가 않는다. 혹은 조금은 결이 다를지 모르겠다. 

성경이 말하는 인간의 구원은 타자를 향하는 나로의 전회다.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을 타자들에게 전적으로 개방한 사건, 그것이 십자가 사건이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구원을 나의 잔을 마시는 것이라 말하셨다. 또 너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다. 

구원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구원받고 내 자식이 복을 받고 부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타자로 나아가는 개방 상태가 구원이다. 그리고 영성이란 개방의 정도이다. 얼마나 나를 타자에게 열 수 있는가 이것이 영성이다. 

이 책 "베네딕트의 규칙서"는 우리가 타자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 가를 보여준다. 아니, 교회의 구성원이 무엇을 해야 하는 가를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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