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Oct 25. 2022

공무원이고 우울증입니다

나는 만 8년 차 지방직 공무원이다. 그리고 우울증 환자다.


애초에 이 직장이 나하고 맞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건 첫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나와 결이 다른 곳이구나, 나와 맞지 않구나.

그래도 어렵사리 공부해 들어온 곳인 만큼 얼마간의 기대치는 있었고 내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리라 여겼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아닌 건 끝까지 아닌 거였다. 그걸 모르고 나는 여태껏 버텼고 결국 병을 얻게 되었다.


우울증은 신체화 증상으로 다가왔다.

잠을 전혀 자지 못하고 식욕이 없거나 혹은 치솟거나, 그리고 만성 소화불량에 장염에 피부 트러블에 두통에, 이건 성인 adhd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업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해야 할 일을 제 때 해내지 못하거나 잊어먹기도 일쑤. 무엇보다 이유 없이 자꾸만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갑갑해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은 견디기가 어려웠다.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겨 세상의 반이 사라졌듯이 그렇게 나도 어디론가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전날 제대로 먹은 것도 없는데 헛구역질을 하고 눈물이 줄줄 흐르며 집 밖을 나서는 것에 굉장한 공포감을 느끼는 나를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급히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내 상태을 살피더니 이렇게 말했다.

"입원하세요."


정신병원? 내가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라고?

도무지 믿기 어려웠지만 내 상태는 객관적으로 심각했다.

그렇게 나는 입원 대신 휴직이라는 카드를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