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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Apr 15. 2024

쿠팡에서 면접 제안이 왔다

2주 전에 쿠팡에서 면접 제안이 왔었습니다.


저는 지금 회사를 오기 전에 쿠팡 면접을 봤었고, 최종에서 떨어졌는데요.

그때를 떠올려보면,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듭니다.




내가 봤던 쿠팡 면접

감정이 복잡 미묘한 첫 번째 이유는 면접이 다소 난이도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제가 봤던 포지션은 서류 합격 후 1차, 2차, 3차 면접을 봤는데 1차에서 1시간, 2차에서 1시간, 3차에서 3시간.. 총 5시간 동안 면접을 봐야했습니다.

더불어 3차의 경우 면접관 총 3분과 각각 일대일 면접을 봐야했기에 나중에는 어떤 분이 무슨 질문을 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에너지 소모가 컸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나서 머리가 새하얘져서 1시간을 멍하기 누워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제가 많이 긴장해 준비한 걸 잘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이때 이랬으면 좋을 걸.. 후회하는 부분도 많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준비가 허술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첫 이직을 결심하고 면접을 봤던 회사이기도 했고, 지금보다 성숙하지 못했을 때였기에 당연한 것이지만, 면접관이 알고자하는 부분과 지원자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더 이해했더라면 결과가 바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잡 미묘한 기분을 만들어준 또 다른 이유가 쿠팡 면접이 매우 감사하고 좋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면접을 통해 ‘지금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의 이직 사유 및 일관된 답변 키워드 중에 하나가 ‘성장’이었습니다.

더 성장하고 배우고 싶다는 욕심을 이야기했고, 실제 당시 이직 사유도 그러했으니까요.


그런데 면접관님께서 여쭤보셨던 질문 중 하나가 작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지겨워질 수 있고 지원자가 원하는 성장을 이루지 못할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니즈가 있는 친구들이 큰 조직에 오면 그런 갈등이 있는 걸 봐서 물어보고 싶다, 였습니다.


머리를 탁 맞은 기분이었고 면접 질문을 받을 당시에는 괜찮다고 이야기 했지만, 면접이 끝나고 나서 그 질문에 곰곰이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 나의 단계에서 작은 업무를 깊게 파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더 넓은 영역을 경험해보는 것이 맞을까?

지금 제게는 후자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직할 회사를 성장과 지금보다 더 좋은 회사라는 단순한 기준에서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저의 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직 회사를 고르는 기준을 누가 저렇게 정하냐고 하시겠지만, 처음 해보는 이직이다보니 회사를 정하는 기준이 필요한지 몰랐고 커리어의 방향을 어떻게 세울지 그걸 정하는 기준이 필요한지 조차 몰랐습니다.

그저 도망가고 싶다,가 이직을 하게 된 가장 솔직한 이유였으니까요.


다행히 쿠팡 면접관님의 질문으로 저는 기준을 정하게 되었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지금 단계에서 무엇을 해야하는 지 알게되었습니다.

비록 불합격되었지만 값진 것을 얻었고, 당시 면접을 봐주신 면접관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쿠팡에서 면접 제안이 왔다

여튼 길어진 이야기를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2주 전 쿠팡에서 면접 제안이 왔었습니다. 당시 제 면접을 담당해주신 인사 담당자님이셨는데, 이번에 동일한 포지션으로 채용 공고가 오픈되어 면접이 가능한지 물어보셨습니다.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 어떨떨해 일단 메일을 드린다고 말씀을 드리고 전화를 마무리했습니다.

기쁨과 당황스러움이 섞인 오묘한 감정이 들었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마침 당일에 약속이 있어 외출 준비를 했고, 볼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면접 제안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면접은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1월, 2월에 연락이 왔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면접을 본다고 메일을 드렸을 겁니다. 버스에서 생각해볼 시간도 필요없이 말이죠.

하지만 올 상반기 회사에서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에 대한 확신이 생긴 지금의 저는 현재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솔직히 유명한 회사 네이밍, 좋은 페이가 부럽고 아깝습니다. 이직을 했을 때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고, 저의 생각 밖의 다양한 경험들을 쌓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은 제가 보고 경험한 것들의 전부이니까요.


하지만 모든 것은 선택이고, 배움의 종류가 다를 뿐 어디서든 의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저는 현 회사에서 쌓자고 다짐한 것을 끝까지 이루는 것이 먼 미래의 저에게 더 중요하고 생각합니다.


이게 또 약간 운명의 장난인지(?) 그 주에 딱 반복되는 업무에서도 의미를 찾으면 된다고 이야기해주는 책을 읽었거든요. 그 내용을 읽으면서 어떤 곳에 있던 의미를 부여하고, 이뤄내는 것은 주체인 나에게 달렸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환경의 중요성은 전적으로 동의하며, 저는 모든 것이 환경 세팅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 사람이긴 합니다.)



그래서 지금 회사에서 만들겠다고 결정했던 부분을 집중하는 걸 지금의 저는 선택하려 합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저는 제가 유명한 네이밍 회사에 가고 싶다면, 언젠가는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한 자만은 좋지 않지만... 제 능력과 앞으로의 제가 더 성장하고 커질거라는 걸 믿거든요.


이 말이 자만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게 지금 이곳에서 더 노력해 저를 더 갈고 닦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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