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조직의 마케터와 다른점은?
안녕하세요. 사월입니다.
현재 저는 중견 기업의 대행사에서 마케팅을 하다가, 스타트업에서 인하우스 마케터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제 이전 회사와 비교해서 스타트업 마케터의 장점과 단점을 말씀드릴게요.
해당 글은 모든 스타트업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니 참고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부재: 중간 관리자가 없을 수도 있다.
제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단점은 사수나 경력자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중간 관리자가 없거나, 경험이 풍부한 멘토가 없는 환경일 가능성이 높기에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 ‘노하우와 경험’이 담긴 귀중한 견해를 얻기 어렵습니다.
물론 온라인 강의를 통해 이론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지만, 인강에서는 내 실무에 딱 필요한 피드백이나 문제 해결 방법에 필요한 구체적인 조언은 얻기 어렵습니다.
이전의 중견 기업에 다닐때는 사수분이 계셔서 제 업무와 관련된 문제 해결 방법을 많이 배웠고, 데이터 분석을 할때 전환 포인트를 찾는 방법 등 제 성장에 필요한 노하우를 알려주셨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저의 좁은 견해로 분석하고 판단해야하기에 배움과 문제 해결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다른 동로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되지 않나요? 할 수도 있지만,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하더라도 같은 직군의 선배에게 받는 정보와는 차이가 매우 큽니다. 서로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동료의 조언도 유익할 수 있지만, 보통은 내가 제일 잘 알고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조언에는 항상 한계가 있습니다.
더불어 사수가 없다는 것은 내가 어떤 식으로 커리어를 쌓으면 좋을지 피드백을 받을 곳이 부족하다는 것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 회사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특히, 커리어 로드를 고민하는 신입과 주니어에게 이런 가이드의 부재는 큰 페널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도 외부에서 조언을 얻을 수도 있지만, 같이 업무를 하면서 제 역량과 니즈를 알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수는 또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관리자가 없다는 것, 배울 수 없는 사수가 없는 문제가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을 때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단점 중 하나는 회의가 많다는 것입니다. 중간 관리자가 없다는 것은 곧 모두가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주에 2번 정도 회의가 전부였고 회의는 어떤 사항에 대해 컨펌을 받는 자리였습니다. 반면 지금 스타트업에서는 온갖 부서와 끊임없이 회의를 해야 하고, 회의는 설득을 하는 시간입니다. (심지어 같은 파트원들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합니다.) 이는 스타트업 특성상 모두가 책임을 지고, 결정권을 가지기 때문인데요.
마케터 자체가 설득을 시키는 사람이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이 설득의 과정이 좀 많이, 빈번하게 이뤄집니다.
덕분에(? 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고, 공부까지 하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보면 어떤 업무를 하든 설득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부족했던 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드릴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점에서는 장점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잦은 회의와 의사소통은 나의 업무 시간을 줄이고 부족한 시간을 야근으로 채워야하기에 저는 장점보다는 단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배울만큼 배웠으니..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부재: 문서를 내가 직접 만들어 가야함
마지막 단점은 스타트업에는 체계나 매뉴얼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정리된 문서가 없다는 것은 곧, 직접 문서를 만들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업무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를 만났을 때, 기존의 방법론이나 참고할 매뉴얼이 없으므로 스스로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이는 시간과 노력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특히, 이러한 작업은 본래 맡고 있던 업무 외에도 추가적인 리소스를 요구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핵심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고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장점 중 하나는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포트폴리오가 된다는 점입니다. 큰 조직과 스타트업의 성장률을 비교해보면,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의 성장률이 훨씬 더 가파릅니다. 그리고 이 성장의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나의 포트폴리오에 그 성과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성과가 잘 나오고 있는 기업이라는 전제지만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경험은 나의 큰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왜냐하면 큰 조직에서는 개별 성과가 전체의 일부로 묻히기 쉬운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내 기여도가 높기에 나의 온전한 성과로 볼 수 있거든요.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일하게 되면 정말 다양한 업무를 경험합니다. 반면,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조직에서는 특정 분야의 업무에 깊이 몰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고 싶은 분들은 스타트업이 잘 맞을 수 있고, 더 나아가 다양한 업무 경험이 현 마케터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경력이 짧은 주니어들에게는 여러 가지 업무를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결국, 시니어가 되면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성장해야 하고, 한국에서는 연차가 쌓이면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때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은 후배들의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일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니어도 새로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주니어들보다 다채롭고 현명하게 제시하는 것을 보는데요.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오고, 경험에서 오는 지혜의 중요성을 많이 느낍니다.
이러한 지혜를 잘 쌓기 위해서 저는 주니어 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깊은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시기에 여러 가지 업무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 즉 커버리지가 넓은 회사를 한 번쯤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하기에 스타트업의 경험이 해당 연차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저는 AI가 많은 부분에서 서포트하는 사회에서 한 분야의 깊은 전문가보다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제너럴리스트가 향후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스타트업의 경험(이와 비슷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내가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전에 회사에서는 사수분이 제 업무량을 조절해줬으며,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편하고 좋았지만 제가 주도적으로 사고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사수나 나보다 높은 전문성을 가진 동료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회사에서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는 ‘나’이며, 어떤 문제든 내가 해결하고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게 됩니다. 물론 동료들과 논의할 수 있지만, 중간 관리자가 없는 경우 대부분의 결정은 내가 책임을 지고 내려야 합니다. 이러 자율성은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고, 깊은 사고력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위의 장점과 비슷한 맥락으로 스타트업에는 많은 책임과 결정권을 부여받습니다. 단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스타트업에는 중간 관리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책임을 분산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많은 업무를 내가 주도적으로 담당해야 하고, 그만큼 책임도 따라옵니다.
책임이 많다는 것은 곧 결정권이 많다는 것을 의미이며, 자기 주도적이며 수동적인 것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수동적으로 일하는 것을 싫어하고, 차라리 결정권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껴서 이런 부분이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연차가 쌓여 관리직이나 시니어가 되었을 때 더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고, 책임질 일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런 역량을 다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스타트업의 환경은 그런 준비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여도가 높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장점으로 뽑은 것처럼 스타트업의 성장률이 나의 포트폴리오이며, 인원이 적기 때문에 큰 조직과 다르게 내가 기여를 많이한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는데요. 이는 이직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시니어 마케터들이 진행한 이직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연사자분이 포트폴리오를 만들때 기여도가 70% 이상인 것만 포함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야 이게 진짜 지원자가 만들어낸 성과라고 판단한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그런 점을 볼때 작은 이벤트일지라도 그 이벤트의 기획, 실행, 결과 분석까지 많은 부분 참여를 하는 스타트업에서 포트폴리오를 쌓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스타트업에서 마케터 경험은 주니어때 해보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아니면 완전 관리직이 되어 체계를 만드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마다 장점과 단점 그리고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저의 경험들 외에 다른 분들의 의견을 참고하셔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곳, 내가 잘 배울 수 있는 곳을 선택하면 좋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