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의 시간
흔히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들은 급여, 물가, 복지, 시민의식 등의 부분에서 우리보다 나은 면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식당과 같은 서비스업에서 고객이 직원을 대하는 모습, 등의 커뮤니케이션적인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상대방이 나이가 어리다고 무례하게 말하지 않으며, 타인의 삶에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려 하지 않으며, 사회적 직위가 높다고 다른 사람들을 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겸손하고 친절을 베푼다.
분명히 인류는 비문명의 시대에 살았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노예를 만들고, 믿는 신이 다르다고 전쟁을 일으키고, 남의 나라를 점거해서 자원과 문화재를 약탈하고 인권을 유린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의 중심에는 현재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이 있다. 과거에는 그러한 행위들을 일삼았으나 지금 그들은 참 좋은 매너와 부러운 생활수준을 가지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지배했던 나라들에서 착취한 자원과 노동력이다. 그들의 세상을 위해 ‘무료’로 혹은 ‘아주 값싸게’ 피 흘린 피지배국들의 눈물로 쌓아 올린 산이다.
또 다른 이유는 ‘충분한 합의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명을 가진 영국을 예로 들어보면, 그들이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지배를 받았던 기간이 1066-1087년이다.
영국인들은 약 1000년 동안 그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 ‘우리끼리’, 내부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할 시간이 충분했을 것이다.
만약 많은 돈과 충분한 권력을 쥐었다고 마음대로 휘둘렀더니 사람들이 싫어하고 배척한다면 여러 세대에 걸쳐 그러한 행동이나 관습은 사양될 것이다.
낮은 질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팔았더니 안 팔린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장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국가가 막대한 힘, 군사력이 있으니 국민들끼리 사회적 관습과 규범에 대해 합의하고 개선할 충분한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물론 자국 내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끼리’의 문제이므로 합의할 수 있는 시간임은 마찬가지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뭔가 합의할만하면 위에 당나라에서 쳐들어오고, 뭔가 해볼라 하면 옆에 일본에서 쳐들어오고, 이제 해방하나 싶었는데 북한이 쳐들어오고, 우리만의 세상을 만드는가 싶었더니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려 하여 국민을 상대로 총칼을 겨누었던 것이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다.
그것이 가치관이던, 예의던, 전통이던, 관습이던, 그 무언가를 우리끼리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개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 덕에 서로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에 그 ‘합의’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분명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다.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충분한 군사력이 갖춰져야 한다.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나라들이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문화적으로 함부로 할 수 없어야 한다.
미국은 24시간 이내에 전 세계 어디든 핵을 날릴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며 아주 많은 국가에 군대를 파견하여 어느 곳이던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것이 아무도 미국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러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나라의 안전이 보장되면 국민들의 생산활동은 제조업, 문화 등 다방면으로 그 결과물을 보여주기 수월하며 그 양과 질이 높아진다. 쉽게 말해 매력 있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