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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gweon Yim Apr 23. 2022

화산과 호수 그리고 플라밍고의 땅, 실로리 사막

70대에 홀로 나선 중남미 사진 여행기 57

우리는 칠레로 간다


칠레로 가는 첫째 날 잔 곳은 우유니 깃발 광장의 건너편 산기슭에 자리한 호텔 델 살루나 살라다 즉 소금 살롱 호텔이란 곳인데 호텔이라는 이름에는 걸맞지 않지만 불편한지는 모르고 잤다. 하기야 이런 환경에서 불편하고 편하고를 따질 형편은 못된다.


본격적인 칠레행 일정은 오늘부터라고 할 수 있다. 칠레로 가는 일행은 모두 8명인데 두 대의 도요타 SUV에 나누어 탔다. 한 팀은 아시아 계의 4인이고 또 한 팀은 남미계의 3인이다. 혼자 가는 사람은 나 하나이고 나이가 많은 사람도 나 하나뿐이다. 서로 인사도 없고 인사하려는 사람도 없다. 그냥 자기 팀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가는데 나중에 아시아 팀의 여성 멤버 하나가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한국이라고 하니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안녕하세요'하고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아침 숙소에서 본 우유니 소금호수 풍경. 오색의 평행선 뒤로 삼각형의 검은 산이 추상화처럼 눈에 들어왔다.
출발 전에 차에 짐을 싣는 칠레행 투어 멤버들

이제는 지구 반대편에서도 한국말을 건네는 외국인들이 제법 있다. 그녀는 말레이시아에서 왔다고 하는데 일행에는 중국인도 있었다.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한국에는 가본 적이 없단다. 칠레 국경을 넘을 때까지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했는데 좀 성가시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고맙기 짝이 없다. 머리 허연 한국 노인이 이런 곳에 혼자 다니니 걱정이 많이 되었던 모양이다.


지프차의 머리는 줄곧 칠레의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가 있는 남쪽으로 향한다. 안데스 고원의 경관은 참으로 다양하다. 차는 넓은 습지의 계곡을 지나기도 하고 붉은 플라밍고가 있는 호수를 지나기도 한다. 갑자기 커다란 바위들이 등장하기도 했다가 땅 속에서 뜨거운 증기가 솟아나는 간헐천을 만나기도 한다.


안데스의 고원지대 알티플라노는 라파스의 남쪽으로 칠레 너머까지 이어진다. 이곳은 가장 높은 고갯길의 해발 높이가 5000미터를 넘는다. 차가 지나는 양쪽으로는 만년설이 덮인 봉우리들이 멀리 가까이 지나가는데 대부분은 화산들이다. 화산의 사이사이에 있는 계곡에는 붉은 호수들이 많으며 호수에는 붉은 날개의 플라밍고들이 집단으로 서식한다. 칠레로 가는 길은 안데스의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훌라카 마을을 통과하는 철로가 벌판에 도열한 전봇대와 함께 안데스를 넘는다.

죽은 자들이 지키는 유령 마을 훌라카


우유니 소금 사막을 벗어나 처음 만난 도시는 훌라카라는 곳이다. 차가 잠시 머무는 동안 머릿속에 든 생각은 고스트 타운 즉 유령의 도시였다. 해발 3665미터의 높은 고원에 흙벽돌로 지어진 허술한 집들이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주인 없이 버티고 있다. 지금도 기차가 다닌다고 하는데 주로 화물차라고 하며 그나마 훌라카에서는 서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역 건물은 이미 폐기된 지 오래이고 기차가 다닌다는 흔적은 녹슬지 않고 반들거리는 철로의 윗면뿐이다.    


무너진 역사를 보면 이 역은 기차가 안 다니는 것 같지만 가끔 화물열차가 서행으로 통과한다고 한다.
검은색 흙이 침목까지 덮고 있는 위로 햇빛에 반짝이는 철로가 멀리 지평선을 향해 이어져 간다.


고스트 타운 같다고는 하지만 마을에 사람이 전혀 안 사는 것은 아니다. 마을에 사람이 산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한 중년 여성이 알파카 떼를 몰고 벌판을 지나고 있었다. 조금 있으려니 또 한 여성이 아무도 없는 마을 뒷길을 걸어 무너진 집 사이의 골목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금 마을 주민은 60명 정도라고 한다.


마을 북쪽으로는 멀리 눈 덮인 산봉이 보이고 산과 마을 사이의 벌판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텅 빈 마을 뒤에서 또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는 무덤 위의 십자가들이 오전의 따뜻한 햇살 아래 빛나고 있었다. 텅 빈 폐허의 마을을 죽은 자들이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머리에 빨간색 실장식을 한 과나코들이 벌판과 텅 빈 마을의 골목에 한낮의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이번 여행길에서 훌라카는 스쳐 지나가는 곳이긴 했으나 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삶과 죽음에 관한 묘한 느낌을 나에게 주었다. 


폐허처럼 변한 마을에도 약간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무너진 골목길과 황량한 모래 벌판에서 일상을 보낸다.

지금은 폐허처럼 되어 버렸지만 훌라카 주변은 은광이 많이 있었다. 훌라카가 있는 포토시라는 지역은 세계적인 은광 지역으로 알려진 곳이며 16세기에는 전 세계 은 생산의 60퍼센트가 포토시 지역의 은광에서 생산되었다고 한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에서 특별한 부의 땅으로 언급한 곳이라고 하니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이곳이 황금의 땅 엘도라도처럼 꿈의 이상향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 떠난 마을을 지키고 있는 마을 뒤편의 공동묘지
마을 공동묘지를 배경으로 서 있는 과나코

20세기 초 미국의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라는  유명한 콤비 은행강도가 경찰에 쫓겨 이곳 볼리비아의 포토시 지역으로 도망 와서 활동하다가 죽었다고 하는데 그들이 이 먼 곳까지 온 것도 이곳이 은광으로 유명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죽은 곳은 여기서 1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산 빈센테라는 곳이며 이곳 훌라카도 그들의 활동 무대였다고 한다. 활동이라고 해야 은행을 터는 것이다. 이 갱들의 이야기는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온 '내일을 향해 쏴라' (원제는 Butch Cassidy and the Sundace Kid)라는 영화로 소개되어 있다.  

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는 급수탑 규모가 상당하다.
과나코들만이 무너진 마을과 들판을 오간다.

훌라카를 지나 처음 쉬었던 계곡의 습지는 지금까지 지나온 우유니 지역과는 너무 다른 초록의 세계였다. 여러 종류의 새들이 이끼류가 주로 덮인 습지를 날아다니며 벌레를 잡는다. 근처에는 농가도 있었는데 노인 부부가 땔감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관광객들의 차량이 지나가지 않으면 이곳은 종일 자연의 소리뿐 사람과 기계의 소리는 들을 수 없는 곳처럼 보였다.


플라밍고가 골짜기 위를 날아간다. 가까운 곳에 호수가 있다는 신호이다.
계곡 한쪽에 있는 목축인 농가


돌로 만든 동물의 정원


황량한 모래밭을 달리던 차창 밖으로 갑자기 모래 능선 위로 커다란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위들은 마치 누군가가 어디서 인지 이 벌판으로 날라 온 듯 느닷없이 등장했다. 바위들 중에는 독수리나 말 같은 동물 모양이 많이 보였는데 바위 하나하나를 보면 다 어떤 동물들의 모양을 깎아 늘어놓은 전시장 같기도 했다.


철분이 많이 섞인 바위들이 오랜 풍상을 겪으면서 여러 형태로 깎여 지금 우리가 보는 작품으로 되었다고 한다.  돌 조각품의 전시장 같은 계곡은 약 16킬로미터 계속되고 그 사이사이에는 플라밍고의 군무를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호수도 있다.


바위의 계곡에 있는 날개를 활짝 펴고 막 하늘로 오를 것같은 콘돌 바위
풍화 작용으로 뚫어진 바위 구멍 사이로 보이는 실로리 사막 풍경과 말처럼 보이는 바위


사막에는 여우 두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쿨페오라고 부르는 안데스 여우이다. 여우들은 털갈이를 하고 있어 아름다운 털들이 흉하게 빠지기는 했으나 고맙게도 내 사진 앵글로 들어와 움직이지 않았다. 모래밭에는 너무 오래되어 글자를 읽을 수 없는 녹슨 안내판이 하나 있었는데 여기가 국립 안데스 동물 보호구역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안데스의 여우도 이제는 멸종 위기의 종이라고 하니 털 빠진 흉한 모양새일지언정 소홀히 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귀한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바위에 난 커다란 구멍으로 보이는 실로리 사막 풍경. 여우 한 마리가 지나간다.


 사막은 북쪽으로 우유니 소금 사막과 연결된 실로리 사막이다. 서쪽과 남쪽으로는 안데스 산맥과 붙어 있고 산맥 뒤는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으로 넘어간다. 실로리 사막은 푸나라는 풀이 자라는 소위 드라이 푸나 생태지역의 일부이다. 바위들이 있는 곳에서 눈을 돌리면 마른 푸나 풀이 마치 고슴도치 떼가 몰려오는 것처럼 멀리 모래밭 위로 깔려 있다.


현재 이 푸나 생태지역은 웨트 푸나 지역(wet puna grassland)과 드라이 푸나 지역(dry puna grassland)으로 나뉘는데 지금 지나고 있는 곳은 드라이 푸나 지역에 들어간다. 생태학자들은 목축이나 농업 도시의 확장 그리고 기후위기 등으로 인한 푸나 지역의 훼손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보존 대책의 연구를 하는데 보존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여행자의 눈앞을 스쳐가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들도 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 무한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풍경이기도 했다.                       


푸나 그라스 군락지에 안데스 여우가 서 있다.
이름은 나무바위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동물 머리를 묘사한 조형물 같기도 하다.
마치 누가 가져다 이리저리 배치한 듯 보이는 바위들

나는 이 바위계곡을 어슬렁거리다가 흥미로운 이끼 비슷한 식물을 보게 되었다. 그것들은 여러개로 연결된 동그스럼한 표면에 융단처럼 보드라운 초록색 털이 덮여 있고 폭신한 탄력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식물이었다. 큰 바위 얼굴 하나가 폭신한 융단 베개를 베고 멀리 흰눈 덮인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레타(Llareta)라는 이 신기한 식물은 아소레야 콤팍타 (azorella compacta)라고도 하는 이끼 비슷한 식물이다.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이끼가 아니라 관목 종류라고 한다. 폭신하게 보이는 둥근 표면 위로 마치 엄청나게 작게 키운 분재 향나무처럼 보이는 나무 가지들이 나 있는 것이 보였다. 안데스의 3800에서 5200 미터 정도의 높은 고도 지역에서 자라는 야레타는 현지 주민들에게 연료로 쓰이기도 하고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약재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야레타를 베고 먼산을 바라보는 큰 바위 얼굴


야레타는 중심부에서 주변부를 향해서 매우 느리게 자란다. 고산 지대의 식물은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리며 키도 크지 않다. 느리게 크는 대신 야레타는 수명이 무척 길다. 수백 년에서 수천 년까지 살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한 장수 식물이 이처럼 보잘것없게 보이는 이끼 같은 식물이라는 걸 알게 되면 갑자기 마음속에 경이로움이 생기게 된다. 삼천 년을 살았다는 캘리포니아의 세쿼이아 밑에서 느낀 경이로움과는 그 질이 다르다.


안데스의 화산지대에서 야레타가 다른 식물에 비해서 더 특별한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화산의 폭발 연대를 알려준다는 데 있다. 야레타는 1년에 1.3mm에서 3.5mm 정도 자란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밑에서 자란 것은 죽게 되는데 그 위에 새로운 싹이 나서 성장하고 또 그것이 죽으면서 그 위에서 새 싹이 돋아 성장한다. 이러면서 일정한 죽은 층이 형성되게 되는데 그 죽은 층에서 추출한 유기물의 방사성 탄소(C14)를 채취하여 연대를 측정한다. 야레타의 가장 아래층의 연대는 그 야레타가 자란 화산의 폭발 이후이며 이러한 것을 이용하여 화산의 폭발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레타는 이끼가 아니라 관목 종류에 속한다고 한다. 그것을 증명하듯 이끼처럼 폭신하게 보이는 야레타 표면 위로 작은 나뭇가지들이 솟아 있고 노랗게 꽃도 피어 있다.

야레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근처에서 화산이 폭발했다면 화산재의 입자들이 폭발 당시의 야레타의 성장층에 들어갔을 것이고 그 지역 야레타의 1년 성장 길이의 자료로 층의 두께가 만들어진 시간을 계산하고 이에 탄소연대측정값을 적용하여 화산 폭발 연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야레타를 이용한 연대 측정은 화산뿐 아니라 지진이나 산사태 같은 지질학적 현상이 언제 일어났는가를 알아내는 데도 유용하게 이용된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은 지질학이나 고고학에서 사용하는 층위학적 방법과 동일한 것이라서 나에게 많은 흥미를 주었다.  

바위의 계곡에는 바위가 계곡 사이를 강물처럼 흐르기도 한다.


산과 사막에 생명을 주는 붉은 호수들


돌의 계곡을 지나면서 한 호숫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식사는 함께 온 요리사가 만들어준 음식을 덜어 먹었는데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호수는 붉은색 플랑크톤으로 인해 물이 붉게 채색된 듯 보였고 그 위를 플라밍고들이 걸어 다니며 먹이를 더듬고 있었다. 플라밍고들은 부리가 기역자로 휘어져서 호수 바닥을 훑기에 매우 적합했는데 나는 그들이 머리를 들고 걷거나 날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좀처럼 머리를 들지 않은 채 소금이 깔린 호수 바닥만 훑고 있었다.


호수의 이름은 카치 호수(Laguna Cachi)이다. 호수가 있는 곳은 해발 4470미터로 꽤나 높은 곳이다. 그런데 플라밍고들이 서 있는 것을 보면 호수 한가운데라고 해도 깊이가 플라밍고의 발목을 잠글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여기도 물이 마르면 아마도 우유니 소금 사막처럼 변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플라밍고들이 붉은 날개를 가진 것은 바로 호수 바닥의 붉은색 플랑크톤을 먹기 때문이라 하는데 그래서인지 새끼 새들의 등에는 부드러운 갈색 털이 덮여 있었다. 푸른 하늘과 눈 덮인 안데스 연봉 그리고 붉은 호수의 수면 사이를 날아다니는 플라밍고들은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만들어주는 예술가에 다름없었다. 

만년설이 덮인 안데스의 봉우리들. 아래쪽 호수에 점점이 플라밍고들이 보인다.


안데스에 서식하는 플라밍고는 안데스 플라밍고, 칠레 플라밍고, 하메스 플라밍고 등 세 종류가 알려져 있다.

이곳 라구나 콜로라다의 플라밍고는 그중에서 가장 체구가 작은 하메스 플라밍고이다. 하메스(James)라는 이름은 이 새를 연구하여 세계에 알린 영국의 박물학자 해리 버클리 제임스(Harry Berkeley James)의 이름을 딴 것이다. 대체로 제임스 플라밍고로 알려져 있으나 남미에서는 스페인어 발음으로 하메스로 읽는다. 이 새는 앞에서 설명한 드라이 그라스가 자라는 지역에 많이 서식하기 때문에 푸나 플라밍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메스 플라밍고는 안데스 플라밍고보다 몸체가 작고 목이 길며 다리도 몸에 비해 길고 가는 편이다. 또 무릎 관절은 몸속에 가려져 있고 다리 중간에 보이는 관절은 실제로 발목 관절이라고 한다. 긴 다리는 빨간색이며 깃털의 색은 매우 옅은 분홍색으로 진한 분홍의 플라밍고에 비해 푸른 하늘에 더 잘 어울린다. 목과 등에는 밝은 줄무늬가 있다. 속 날개는 검은색으로 날아갈 때 밑에서 보면 날개가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붉은 반점 등이 아름답게 어울린다. 검은색 날개는 비행 깃털이라 부른다.


카치 호수에서는 매우 가까운 곳에서 하메스 플라밍고를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들이 물 위에서 수평으로 날 때 목과 두 발이 수평으로 쭉 뻗은 모양은 큰 비행기가 이륙하는 듯한 멋진 포즈를 보여준다.


플라밍고의 날개와 가슴에 호숫물보다 더 빨간 반점이 보인다.
하늘 빛의 반사로 파란색이 된 호수에서 프랑크톤을 훑어내는 하메스 플라밍고의 아름다운 모습. 오른쪽 사진에서는 빨간색 가는 다리가 햇볕에 매력적으로 드러났다.
어미 플라밍고와 새끼, 그리고 춤추듯 수면 위를 날아가는 아름다운 모습
흰눈 덮인 산봉우리가 비친 호숫물을 박차고 날아 오르는 플라밍고
카치 호수와 안데스 연봉이 보이는 호숫가에서의 점심식사
카치 호수에서 뒤를 돌아보면 실로리 사막 뒤로 안데스가 그림처럼 다가온다.

실로리 사막을 지나면서 가장 큰 붉은 호수는 라구나 콜로라다이다. 번역하면 '채색된 호수'라는 뜻인데 영어로는 레드 라군(Red Lagoon)으로 표기되어 있다. 내가 갔을 때 호수는 왼쪽으로는 붉은색이 그리 뚜렷하지 않았고 오른쪽은 붉다 못해 새빨간 물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본 중에서 가장 많은 플라밍고들이 호수 왼쪽에 몰려 바닥을 훑고 있었다. 이 라구나 콜로라다를 비롯한 일대의 호수들은 모두 람사르 습지에 등재되어 있다.


전망대에서 본 라구나 콜로라다의 풍경을 몇 장으로 소개한다.


붉은 호숫가에 소금이 말라붙어 흰 띠를 만들었다. 사진이 마치 두장처럼 나뉘어져 버렸다.

오후 해가 제법 기울었을 때 도착한 곳에는 끓는 진흙 웅덩이들 위로 하얀 증기가 하늘로 뿜어 올라가고 있었다. 이곳은 전체가 지열 지역으로 아직도 화산활동이 계속되고 있으며 여기저기 끓는 진흙의 못이 군데군데 있었다.  스마트폰에 찍힌 해발 높이는 4898m이다. 높은 고도로 인해 숨을 헐떡여야 했으나 끓는 진흙과 솟구치는 흰 김 속에 사람들이 다니는 모습은 신선처럼 보였다. 


모래의 구릉과 그 사이에 끓어오르는 흰 증기들로 일대는 신선ㄴ들이 사는 곳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저녁에 도착했지만 이곳의 이름은 아침의 태양(Sol de Magnana)이다. 아침에는 지상 50m까지 증기가 하늘로 솟구친다고 하는데 그래서 붙은 이름인 듯했다. 부족한 지질학적 지식으로 인해 자료를 읽어보아도 무슨 소리인지 잘 알 수가 없다. 무지한 나에게는 그냥 구경거리로 지나간다.


솔 데 마냐나(아침의 태양)의 간헐천
차창 밖으로 비쿠냐로 보이는 동물들이 풀밭을 달린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보기 좋게 빗긴 석양 빛이 앞 산 끝자락에서 마지막 볼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산 봉우리들이 서서히 붉게 물들다가 마침내 하늘 끝에 겨우 남았을 때 하늘을 가로질러 새 한 마리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안데스의 붉은 하늘이 완전히 사라졌다. 숙소가 안데스를 등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앞에 보이는 하늘과 눈 덮인 산맥은 아직 볼리비아의 하늘이고 산이다. 이제 마지막 저녁 노을을 볼리비아 땅에 내려 놓는다. 우리가 잠자리로 정한 이 숙소는 피에드라 에콜로지코 호텔이다. 호텔 앞에는 크지 않은 호수가 있었는데 아마도 비가 적은 건기에는 물이 줄어들어 지금보다 더 훨씬 좁은 수면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되었다. 숙소 가까이에는 온천이 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온천을 즐길 수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내게는 불가능한 혜택일 것임에 틀림 없다.               

볼리비아의 마지막 석양이 안데스 아래로 가라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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