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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담 Aug 31. 2023

삶은 문어

부산에서 먹는 문어가 최고다.

문어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다양하다. 문어회 무침, 문어 구이, 문어 볶음밥, 문어 라면 등 취향에 따라 음식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그 많은 음식 중에 나는 삶은 문어를 좋아한다. 가장 단순한 요리다. 문어를 씻고 삶기만 하면 된다. 삶는 일보다 문어를 깨끗하게 씻기는 일이 오히려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문어를 푹 삶게 되면  자줏빛이 도는 껍질 속에 탱탱하고 야들야들한 속내를 볼 수 있다. 짭짤하고 맛깔스러운 냄새는 또 어떻고.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삶은 문어를 먹는 방법은 단순하다. 문어를 먹기 좋게 썰어서 초장이든, 쌈장이든, 취향에 맞는 소스에 찍어 먹는다. 나는 매운 걸 못 먹는 찌질이(일명 맵찔이)지만 그런데도 초장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한다. 초장의 새콤 달콤 매콤한 그 짜릿한 맛은 젓가락을 놓지 못하게 한다. 2~3일 동안 밥상 위에 올라와도 좋을 만큼 맛있게 먹는 음식이지만, 생각보다 문어의 몸값은 비싸서 먹기가 어렵다. 입 안 가득 채워줄 문어를 원한다면 기본 12만 원 이상은 줘야 한다. 그리고 바닷가 근처가 아니면 실하고 통통한 문어는 어지간히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삶은 문어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니다.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때가 있는데, 그날이 바로 대명절이다. 삶은 문어를 많이 먹었던 날이 생각난다. 그날은 외할머니의 첫 제사였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지역마다 또는 집안마다 다른데, 강원도에서는 나물 반찬이 올라가고 전주는 홍어가 올라간다. 그리고 부산은 삶은 문어가 올라간다. 정성스럽게 차린 제사상 음식은, 할머니가 차려준 음식이라 생각하고 먹는다. 이날 먹은 삶은 문어가 더 맛있게 느껴졌던 건 할머니가 차려주신 음식이어서 그런가 보다. 외할머니를 뵈러 부산에 가야 하는데, 올해도 바쁜 일정에 갈 수가 없어 속상하다. 내년에는 꼭! 외할머니를 뵙고 겸사겸사 삶은 문어도 먹어보리라, 또 이렇게 기약 없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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