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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수교사 정서인 쌤 Apr 18. 2021

실패는 또 다른 성장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 중 다수는 성공을 목전에 두고도 모른 채 포기한 이들이다." - 에디슨 -  

  

 성공한 사람들은 보면 많은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도 있다. 그런데도 실패한 경험들을 부끄러워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중 나도 그랬다. 실수나 실패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에 갇혀 있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에서 자신의 실패를 드러내지 않은 것이 아닐까? 

 자녀 양육하면서 겪어 온 실패담을 비롯하여 교사로서 실수한 점도 적지 않다. 또한, 결혼 후 야심 차게 꾸려나갔던 남편의 사업 실패 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흔히 사람의 겉모습만 보면 그 사람이 겪어 온 삶을 온전히 알 수 없다. 길든 짧든 살아오면서 겪게 되는 실패와 좌절, 상처 등은 직접 말해주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남들에게는 아주 평화롭게 살아가는 척한다.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 눈을 지나치게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은 다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나만 힘들게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 서로의 삶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그도 나처럼 실패와 좌절, 상처가 나름 있었음을 알고 위로를 얻기도 한다. 


 임지은의 <부모라면 놓쳐서는 안 될 유대인 교육법>이란 책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도전은 성공을 향한 발걸음이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물론 실패할 수 있다.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가질 수도 없다.’

 실패는 패배가 결코 아니다. 성공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실패를 딛고 성공으로 다가간 사람은 그래서 더 위대해 보인다. 아이가 성장할 때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실패들은 반드시 삶에 있어 소중한 경험들이다. 아이에게 실패해도 괜찮다고 무엇이든 도전해보라고 용기를 줌과 동시에 한번 시작하면 쉽게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실패를 모르고 자란 아이는 실패했을 때만이 배우게 되는 소중한 가치를 배우지 못한다. 우리 어른들의 올바른 역할은 아이가 실패를 경험하지 않게 하려고 무조건 보호하고 막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실패를 통해 스스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도록 실패할 기회를 기꺼이 주는 일이다.


 학교에서 40점, 50점 점수를 받아온 아이에게  

 “더 열심히 해야겠네”라고 부모가 말했다고 하자. 이때 아이는 그러잖아도 자신이 받은 점수가 스스로 낮다고 생각하면서 속상해하고 있는데 이 말을 듣고 힘을 얻기보다 힘이 더 빠질 것이다. 그러나

 “열심히 한 걸 엄마가 다 아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하지? 열심히 노력한 네 모습이 이뻐.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했을 때 아이는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될까? 비록 자신의 성적이 좋지 않아 속상해하고 있다가도 그 말에 힘을 얻고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을까?    


< F 학점과 코스모스 졸업 >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아들은 수시전형으로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때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보다는 실기 위주의 공부를 했다. 멀티정보학을 전공하면서 컴퓨터와 관련된 자격을 취득했다. 그러나 대학입시를 위해 특별히 공부하지 않다 보니까 대학에서 막상 공부하려니 힘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1학년 성적표가 집으로 우편으로 발송되었다. 첫째 아들이 성장하여 처음 대학교를 진학하고 받은 성적표라 궁금했다. 아들 것이지만 내가 보지 않아야 함을 순간 까맣게 잊었다. 개봉하는 순간 소스라쳤다. 과목의 성적도 좋지는 않았지만, 그것보다 F가 보여 놀랐다. 얼마나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낙제점수를 받은 것일까?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통학하던 아들이 집에 왔길래 성적 이야기를 했다. 왜 자기 성적표를 마음대로 열어보느냐고 하면서 도리어 아들이 화를 냈다. 사실 누가 뭐래도 내가 잘못한 것 맞다. 잘못한 거 인정하고서도 계속 F 학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알고 보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교수님들이 전한 내용을 새겨듣지 않고 설마 결석 몇 번 했다고 F 학점 주겠느냐고 쉽게 생각하고 행동한 결과라고 했다. 더 화가 났다. 차라리 열심히 공부했는데 상대평가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받아 온 점수라면 화를 그렇게까지는 내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이 최소한 지켜야 할 덕목인 출석으로 인해 생긴 결과라고 하니 아들이 미웠다. 어떤 일에든 성실히 잘 수행하는 아들이라 여겼는데 실망이 되었다. 

 4학년이 되어 졸업학점관리를 하면서 이전에 F 학점 받은 과목 전필이었기에 재수강 해야 함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미리미리 계획하여 재수강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학점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였다. 막상 재수강하려고 보니 이전에는 2학기에 그 과목을 수강했는데 학교에 학사일정으로 인해 1학기로 바뀌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이미 때는 늦었다. 선택의 의지 없이 1과목으로 인해 졸업하지 못하고 1학기를 더 다녀야 했다. 달랑 1과목으로 인해 1학기를 더 다녀야 하는 상황을 만든 아들이 미웠다. 어떻게 그 정도로 학점관리를 하지 않았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매사에 엄마인 나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고 생각은 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처리 못 할 줄은 몰랐다.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러잖아도 취업의 길도 좁은데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났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남편이 도대체 어떻게 학점관리를 했길래 그러느냐고 화를 낼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마음속으로는 많이 놀라고 당황했을 거야. 일이 이렇게 된 거 받아들이자고 생각한 거 같다. 남편은 두 팔을 쭉 뻗어 자기보다 몸집이 더 큰아들을 안고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아들, 다시 공부하고 졸업하면 된다. 열심히 하렴. 사랑한다.”

  아들은 보수적인 아버지로부터 혼날 것을 예상하였다. 그런데 남편의 뜻밖의 반응에 적잖이 당황해했다. 입가에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 아들의 실수로 비행기를 놓치다.>    

 둘째 아들은 진로를 바꿔보려고 휴학을 하고 피아노 개인지도를 다시 받았다. 그러면서 1년 동안 카페와 식당 주방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았다. 그 돈으로 혼자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왔다. 아들은 혼자 해외여행 가는 것이 처음이었다. 인터넷으로 비행기 표와 숙소, 관람할 곳 등을 예약하면서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충주에서 짐을 챙겨 광명으로 갔다. 2019년 11월 19일 자정에 비행기를 탔어야 했는데 시간을 착각하는 바람에 비행기를 놓쳐버렸다. 당황한 아들은 남편에게 연락했고, 마침 20일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있어서 하루 늦게 출발했다. 출발 비행깃값 날리고, 30만 원 불필요하게 지출해야 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시간을 잘 보지. 내가 좀 더 꼼꼼히 챙겨볼걸’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첫째 아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실패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화를 낸 나의 행동은 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알았기에 아들에게 별말을 하지 않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들은 실패를 경험 삼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게 되었고, 그것을 거울삼아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아들 둘의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 실패와 실수다. 실패 그 자체는 잘못한 것이 아니다. 실패했다고 주저앉아 자포자기하면 그건 잘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실패한 것에 대해 지나치게 꾸중하거나 핀잔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실패는 아이에게 또 다른 것을 배울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실패가 소중한 경험이 되어 한 걸음 더 성장했으리라 믿는다. 실패나 실수의 경험을 전혀 하지 않은 체 성장한다면 어른이 되어서 다가오는 실패를 받아들이면서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아주 작은 일에도 쉽게 포기해버리고, 상처를 입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패하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여 새로운 것을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 아기가 태어나서 걸음마를 배울 때 몇 걸음 걷다가 넘어지고 또다시 일어나 걷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걸음마를 배워왔듯이 아이들의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기에 실패를 통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는 길이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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