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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실 Oct 12. 2020

제로 웨이스트 입문을 환영합니다.

제로 웨이스트 101 - #1


환경 문제를 마음속 깊이 깨닫고 실천하기로 마음먹은 당신, 고맙고 환영합니다!


환경 문제는 백색소음 같은 거라 아무리 이야기해도 마음속으로 깨닫지 못하면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걸 깨닫고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칭찬드리고 싶어요.


자 눈을 감아봅시다. 눈 앞에 뭐가 보이죠?


...


네... 여러분이 제로 웨이스터로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여러분의 장바구니는 훨씬 무거워지게 될 것이고, 아무 잘못한 적도 없는데 거절당하는 일이 잦아질 겁니다. 물건 하나를 고르는데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게 될 것이고,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주변 사람을 보면 화가 날 것이고 답답해질 것입니다.


어느 날 '이렇게 아등바등해서 뭐하나' 하는 감정이 생기기도 할 것입니다. 또 어느 날은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이 옳은 거야'라는 위안을 얻기도 하고요. 제로 웨이스트력이 쌓이면 이제 좀 더 깊은 내용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유기농 목화솜 옷을 사는 것 vs. 폐 플라스틱 재활용 섬유 옷을 사는 것 vs. 중고 옷을 사는 것

비닐로 쌓인 지역농산물 vs. 비닐로 쌓인 유기농 농산물 vs. 인증 안 받은 노지채소 vs. 시장표 벌크 농산물

등등등.. 뭐가 중요한 건지, 뭐가 맞는 건지 헷갈리는 일이 많아질 겁니다.


생산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소비자가 어떻게 할 수 없는데? 여러 인증받은 제품을 사용하면 너무 비싼데? 그렇다고 자급자족으로 살기에는 직장도 가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이제 시작하는 분들께 너무 힘든 얘기를 했군요.


하지만 단순히 제로 아이템 (스텐 빨대, 텀블러, 소프넛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는 분이라면 분명 위와 같은 어려움에 부딪힐 것입니다.


저는 제로 웨이스트 5년 차입니다. 위에 설명한 내용은 다 제가 느끼고 경험한 내용입니다. 해외의 유명한 제로 웨이스트 구루(guru)들의 책으로 먼저 시작했습니다. 콜린 베번 ('노 임팩트 맨' 저자), 비 존슨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 저자)의 조언을 바탕으로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한국과 미국/캐나다의 문화와 상황이 다르기에 한계에 부딪히는 건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감정적 & 실제적 어려움이 사인 함수 그래프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었지요.


사인 함수 그래프 다들 기억나시죠? (출처: By Inductiveload - Own work,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


이렇게 부딪히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걸어가는 길을 걸어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길을 내야 하는 삶이기 때문이에요. 다른 삶을 살아가는 걸 쉽게 용납하지 않는 한국 문화에서는 더더욱 그 어려움이 크게 느껴집니다.


이제 저의 제로 웨이스트 생활은 안정화되어, 나와 주변 사람을 괴롭히지 않고, 한계를 받아들이며, 생활 전반에 제로 웨이스트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는 어디에 있나요?


환경 다큐를 보며 이러면 안 되겠다고 결심하고 있나요?

이제 막 시작하며 여러 제로 템들을 사용하는 기쁨에 즐거워하고 있나요?

잦은 거절과 주변에서 '까다롭다'라는 눈치를 받으며 고민하고 있나요?

아무리 해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보며 가슴 답답해하고 있나요?

아니면 희로애락을 다 거치고 행복한 제로 웨이스트를 하고 있나요?


제로 웨이스트를 하면 궁극적으로 행복해집니다. 제가 앞에 나열했던 괴로움을 다 거친 후에 내린 결론입니다. 


나와 지구 모두 행복한, 지속 가능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일반 빨대에서 스텐 빨대로 바꾸는 건 지구 전체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는 이 큰 그림의 어떤 조각일까요?


지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는 너무 단편적입니다. 분리수거 방법, 소프넛을 써봤더니 좋더라/안 좋더라, 샴푸바를 썼더니 좋더라/안 좋더라, 비닐봉지 없이 장보기 등. 큰 흐름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내용은 (제가 아는 한)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기고하기로 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려는 아름다운 마음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큰 줄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소비자로서의 한계와 자본주의 현실의 한계를 이해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제로 웨이스트를 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하기로 말이죠.


비 존슨과 콜린 베번의 가이드가 완벽하지 않듯, 제 가이드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환경주의라면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할 정도가 되거나, '안녕, 동백숲 작은집' 저자인 하얼, 페달 부부처럼 자급자족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가족과 직장이 있는, 편리한 도구와 문명에 익숙한 몸뚱이를 가진 개인일 뿐입니다.


제 경험을 발판 삼아 이상과 현실 사이 어느 즈음에 여러분의 제로 웨이스트가 있을 수 있도록 길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제로 웨이스트 지향적 삶을 오랫동안 살 수 있게 되어, 우리 자연이 좀 덜 아프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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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 제로 웨이스트 하면 뭐가 좋은데? 환경 말고 나한테?


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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