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유롭게 Jan 10. 2021

자율주행차의 분류와 운전자동화 단계

운전자동화 단계가 자율주행'차량'의 분류는 아니다.

흔히 자율주행에 대해 얘기할 때 레벨이 몇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새로운 자율주행차량이 나온다면 그래서 레벨이 몇이냐라고 묻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자율주행이라는 표현도 영어의 경우 Self-driving, automated driving, autonomous driving, driverless vehicle, autonomous vehicle 등 여러 용어들이 쓰이고 있고, 한자문화권인 한중일의 경우 중국은 자동가사(즈동쟈스, 自动驾驶), 일본은 자동운전(지도운텐, 自動運転), 한국은 자율주행(自律走行)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르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라 혼란스럽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 글에서는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SAE J3016의 운전자동화 단계와 국내의 법적 분류, 그리고 그 외 각 기업들의 마케팅 용어들에 대해 구분해 보고 이런 용어들에 대해 정리가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간단히 제 의견을 피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자율주행 분류의 종류


A. 기술개발을 위한 공학적 분류


자율주행에 여러 단계를 부여하거나 분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째는 기술 개발 측면에서 이정표를 제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자동차공학회가 제시한 SAE J3016의 기준은 자율주행차의 분류 기준이 아니라 운전자동화의 단계 구분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즉, 자율주행기능 개발을 위한 여러 개념을 정의하고 이를 통한 기술적 체계를 잡기 위한 분류입니다. SAE J3016은 단계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동적운전임무(DDT: Dynamic Driving Task), 운행설계영역(ODD: Operational Design Domain), 자동운전체계 또는 자율주행시스템 (ADS: Automated Driving System), 사물·사건탐지및대응(OEDR: object and event detection and response),  전략, 전술, 운행 기능 (Strategic, Tactical, Operational Functions) 등 자율주행에 대한 핵심적인 개념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 정의를 통해 자율주행을 공학적으로 접근하여 분류할 수 있는 틀을 잡았고, 세계 여러나라들이 준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기 한국어 번역은 일부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있지만 일부는 제가 임의로 한 것도 있습니다. 이러한 용어의 정의는 정부의 역할이 아니고 관련 학계가 나서 주어야 하는 일로 생각됩니다. SAE에 대응되는 KSAE(한국자동차공학회)가 있으므로 KSAE가 상기 개념들에 대한 공식적인 한국어 번역을 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SAE J3016에 따른 분류 체계는 이미 많은 분들이 자세히 분석한 바 있어서 길게 적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대부분 SAE J3016이 제시한 표 형태의 그래픽만 보시고 (https://www.sae.org/news/2019/01/sae-updates-j3016-automated-driving-graphic) 실제 J3016문서 (https://www.sae.org/standards/content/j3016_201806/ )에 나와 있는 자세한 설명은 보시지 않아서 오해가 있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중 중요하다 생각되는 부분 중 몇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SAE J3016이 제시하는 운전자동화 6단계(0~5)는 '차량(vehicle)'의 분류 기준이 아니고 표출되는 '기능(feature)'의 분류기준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차량이 레벨 3으로 운행되거나 레벨 2로 운행되거나 레벨 0으로 운행될 수 있습니다.  아래는 SAE J3016  관련 내용입니다(SAE J3016 p.2).


The levels apply to the driving automation feature(s) that are engaged in any given instance of on-road operation of an equipped vehicle. As such, although a given vehicle may be equipped with a driving automation system that is capable of delivering multiple driving automation features that perform at different levels, the level of driving automation exhibited in any given instance is determined by the feature(s) that are engaged.


둘째로 SAE는 자신들의 분류가 규범적인 것이 아니라 기술적이고, 법적인 것이 아니라 테크니컬 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문구도 넣어놨습니다. 규범적인 것이 아니고 기술적이라는 말은 '이러해야 한다'라고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기술들을 살펴보니 '이러이러하더라'라고 현상을 기술하듯 분류를 하였다는 뜻입니다. (동 문서, p.18)


SAE’s levels of driving automation are descriptive and informative, rather than normative, and technical rather than legal. Elements indicate minimum rather than maximum capabilities for each level.


이러한 여러 가지 제한사항들을 줄줄이 걸어놓은 다음에 0~5단계 분류를 하고 있는데요, 이는 얼마나 운전(Driving)에 포함된 여러 가지 임무(task)가 자동화(automated)되느냐를 놓고 분류를 한 것입니다. 즉, 차가 스스로 생각하느냐 마느냐 같은 자율에 방점을 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기능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지가 핵심입니다.


여기서 운전기능이란 무엇인가가 대두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서 동적 운전 임무 (Dynamic Driving Task) 개념이 들어옵니다. DDT는 운전 기능 중 목적지와 출발 시간을 정하고 경로를 선택하는 등의 전략기능을 제외하고, 차량을 추월할지 아니면 차로를 유지할지 등의 전술 기능, 그다음에 감가속과 조향을 조절하는 운행 기능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SAE J3016의 DDT 기능 설명 그림. 경로를 설정하는 것은 DDT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DDT를 얼마나 자동화하는가에 대하여 SAE는 다음 흐름도에 따라 단계를 분류합니다. (SAE J3016 Fig.9. p.20)

이를 번역,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아래 번역은 제가 임의로 직역한 것이며 공식적으로 정립된 한국어 용어는 없는 상황입니다)


차량이 다음 기능을 얼마나 할 수 있냐에 따라;

ODD 상관없이 완전한 DDT와 DDT fallback을 할 수 있다. -> 5단계, 완전 운전 자동화

한정된 ODD 안에서 완전한 DDT와 DDT fallback을 할 수 있다 -> 4단계, 고도 운전 자동화

한정된 ODD 안에서 완전한 DDT는 하지만 fallback은 못 한다 -> 3단계, 조건부 운전 자동화

종횡방향 동작 제어는 가능하지만 완전한 사물,사건 탐지 대응은 못 한다 -> 2단계, 부분 운전 자동화

종방향(가감속)이나 횡방향(좌우조향) 중 하나는 가능하나 완전히 사물, 사건 탐지 대응은 못 한다 -> 1단계, 운전자 보조

아무런 DDT나 DDT fallback를 못 한다 -> 0단계, 운전 자동화 없음


여기서 fallback은 DDT 관련 기능의 실패(failure)나 ODD를 벗어남에 따라 사람이 DDT를 지속하거나 위험최소화 운행을 하는 것, 또는 자율주행시스템이 이에 준해서 위험최소화운행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차가 운전을 한다고 하면 앞에서 벌어지는 사물, 사건에 대응을 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냐가 관건이고, 그다음에는 DDT가 안 될 때 fallback을 스스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법적 책임이 아니라 순전히 기능이 되냐 마냐를 기준으로 나눈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B. 법적인 의무와 책임관계를 명확하기 위한 법적 분류


자율주행차에 대한 법적 분류는 상기 기준과는 다소 상이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더 들어가기에 앞서 왜 다른 제작물품과 달리 차량에 대해서는 자동차관리법과 자동차 안전기준, 도로교통법 등으로 훨씬 많은 규제가 있을까요? 집에서 쓰는 냉장고, 컴퓨터 등은 고장이 나거나 뭐 방사능이 나와서 건강에 해롭다거나 다 사용자와 제조사간의 문제만 발생합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제3자에게 피해를, 그것도 다수의 생명손실까지도 끼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들이 있게 됩니다. 자율차의 사고 책임 등의 경우도 자율차가 피해자인 경우, 즉 다른 차가 자율차를 충격한 경우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자율차가 뭔가 잘 못 되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를 최소화하고, 그 경우 책임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법적이 장치들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분류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자동차관리법과 하위법령 상에는 아래와 같은 관련 정의들이 있습니다.


자동차관리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의3. “자율주행자동차”란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 약칭: 자율주행자동차법 )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자율주행자동차”란 「자동차관리법」 제2조제1호의3에 따른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2. “자율주행시스템”이란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주변상황과 도로 정보 등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여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하는 자동화 장비, 소프트웨어 및 이와 관련한 모든 장치를 말한다.

    ② 자율주행자동차의 종류는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하되, 그 종류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세분할 수 있다.  

  1. 부분 자율주행자동차: 자율주행시스템만으로는 운행할 수 없거나 운전자가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는 등 운전자 또는 승객의 개입이 필요한 자율주행자동차

  2. 완전 자율주행자동차: 자율주행시스템만으로 운행할 수 있어 운전자가 없거나 운전자 또는 승객의 개입이 필요하지 아니한 자율주행자동차

  ③ 제1항에 규정된 것 외의 용어에 관하여는 이 법에서 특별히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동차관리법」 제2조 및 「도로법」 제2조에 따른 용어의 예에 따른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통칭 자동차안전기준)


제2조(정의) 이 규칙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64. ”자율주행시스템"이란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주변 상황과 도로 정보 등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여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하는 자동화 장비, 소프트웨어 및 이와 관련한 일체의 장치를 말한다.


 제111조(자율주행시스템의 종류) 자율주행시스템의 종류는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1. 부분 자율주행시스템: 지정된 조건에서 자동차를 운행하되 작동한계상황 등 필요한 경우 운전자의 개입을 요구하는 자율주행시스템

  2. 조건부 완전자율주행시스템: 지정된 조건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율주행시스템

  3. 완전 자율주행시스템: 모든 영역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율주행시스템


여러 법과 규정에 흩어져 있다 보니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SAE J3016같은 것은 학자들이 완성을 시켜서 딱 내놓는다면, 법률의 경우는 정부와 국회의 여러 주체들이 그때 그때 참여를 하면서 필요한 부분만 수정해 가는 방식이라 기업들이 신규 모델이나 소프트웨어 새 버전을 내듯이 한 번에 바뀌기보다 점점 시간이 가면서 복잡성이 더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성 또는 경로의존성 (path dependence)를 갖는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법체계를 잘 보시면 15년 8월에 자동차관리법에 최초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정의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때는 일단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위해서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진행된 사항이라 정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때도 운전자동화 1,2단계는 자율주행차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DDT를 완전히 차가 수행할 수 없다면 운전자의 조작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뒤 자율주행차법이 제정되면서 부분자율주행차와 완전자율주행차의 구분이 생겼습니다. 자동차관리법의 '조작'에 이어 '개입'이란 개념이 형성되었습니다. 제어권 전환에 따른 운전자의 개입(engagement)를 염두에 둔 표현입니다. 이 부분은 법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법적인 정의는 기술이 얼마나 고도화된 기술인지 여부가 아니라 운전자의 책임성 여부가 관건입니다. 자율주행차법 정의에 따른 완전자율주행차의 경우운전자의 책임이 조각됩니다. 책임없는 곳에 형벌없다는 형법 원칙에 비추어 이러한 차들은 인간은 책임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점을 '완전'이라는 말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항되는 개념으로 인간이 책임을 질 수도 있는 경우는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부분자율주행차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더 엄격하게 말하자면 불완전자율주행차라는 용어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논의과정에서 '불완전'의 어감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부분이라는 용어를 붙였습니다. 즉 완전을 perfect라고 하면 대응되는 항에는 imperfect가 와야 하는데, 그 대신 full과 partial의 구분을 가져온 셈입니다.


SAE 기준과 대응해 보자면, SAE Level 3의 경우 ODD 내에서도 DDT fallback시 인간이 개입해야 하므로 자율주행이 작동되는 ODD내에서도 인간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 (제어권 전환을 차량이 요청했는데 인간이 개입해야 함에도 개입을 못 한 경우 등 - 참고로 이 경우에도 10초 이내 인간의 개입이 없다면  차량이 스스로 위험최소화운행을 하도록 안전기준에서는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전기준 보도자료: http://www.molit.go.kr/USR/NEWS/m_71/dtl.jsp?id=95083365) 이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즉, ODD내에서도 모든 책임이 완전히 자율주행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책임을 지고 다른 일부분은 사람이 책임지므로 이러한 차량은 '부분자율주행차'가 되는 것입니다. SAE 4,5에 대응하여 자율주행이 동작하는 ODD내에서 사람은 책임질 일이 없으면 '완전자율주행차'로 규정한 것입니다.  운전자동화나 AI 성능이 기능적으로 완전하다는 말이 아니라 탑승자가 해당 차량의 자율주행시스템(ADS)이 일으키는 주행상의 문제에 대해 책임 측면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는 의미입니다.


거꾸로 SAE Level 2는 부분운전자동화라고 되어 있는데 이러한 기능은 일부 운전기능이 자동화 되어 있더라도 운전 행위에 대해 전적으로 사람이 책임지므로 '자율주행' 자체가 아닙니다. 따라서 자율주행에 대한 법적 분류에서는 아예 논외가 됩니다.


다시 규정으로 돌아오면 그 뒤 자동차 안전기준에서 자율주행시스템 개념을 분류하며 완전자율주행시스템과 조건부완전자율주행시스템의 구분이 생겼습니다. 자동차 안전기준은 각 부품, 체계에 대해 규정하는 기준이라서 차 대신에 시스템을 논하고 있고, 여기서 다시 ODD의 개념을 '지정된 조건'으로 받아서 ODD가 한정된 완전자율주행의 개념을 조건부 완전자율주행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즉 완전자율주행이기는 한데 그 완전자율주행이 어떤 조건이 맞는 곳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면 조건부완전자율주행이라고 한 것이지요.


ODD의 Domain을 영역(領域)으로 번역하면 공간적 영역에 한정된다는 잘못된 뉘앙스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기상조건 등 여러 조건을 다 포괄하는 본래 의미를 더 잘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조건이라는 어휘를 채택하였습니다. (레벨5는 영역으로 되어 있는데요. 이 경우 레벨5는 어차피 ODD 제한이 없어서 괜찮기는 하지만 일관성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런 부분은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내 관계법령상 자율주행차의 분류 (그림: 글 쓴 이)


상기 국내법상 분류가 나름의 논리체계를 갖추고 있고,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분류를 한 것 같은데 SAE J3016과 나란히 놓고 보면 좀 헷갈릴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SAE J3016을 직역하면 Level 2가 부분운전자동화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정의가 없고, 조건부운전자동화라고 되어 있는 Level 3가 부분자율주행자동차로 정의되어 있으며 Level4 고도운전자동화는 조건부완전자율주행자동차라고 되어 있는 듯 비슷한 용어가 다른 곳에 쓰이는 측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희는 해외 사례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깊이 연구하되 주체적으로 우리의 필요에 맞게 제도를 설계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법적인 측면에서 레벨 1, 2의 경우는 별도의 법률적 정의가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법률적 책임 관계가 기존 차량과 다른 면이 없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자동차의 기능적인 차이는 법률이 아니라 '자동차 안전기준'에 각각의 기능별로 분류해서 기술되고 있습니다. 즉 운전자동화 레벨 2를 규정하고 그 표제 아래 레벨 2 기능은 이거저거다라고 기술되는 것이 아니라 조향장치, 가감속 장치에 대한 안전기준에 레벨2에 해당하는 작동방식에 대한 기술이 되어 있는 식입니다.


그리고 SAE J3016의 분류명 자체가 혼선의 소지가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레벨2를 부분적 운전자동화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큰 혼란을 야기할 요소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레벨2를 Advanced Driver Assistance (첨단 운전자 보조기능) 등으로 표현했으면 테슬라가 레벨2차량가지고 FSD라고 선전하였을 때 일반 소비자의 혼선을 줄이는 데에도 좀 더 수월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레벨4도 High Driving automation이라고 한 것이 혼선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레벨4 차량의 경우 실제로는 ODD가 매우 제한적인 나브야 셔틀 같은 종류의 차량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벨4는 상이한 접근방식의 다양한 차량들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기능적으로는 진보적이지 않으나 분류상 레벨4인 차량도 들어 있어서 "고도" 운전자동화라는 표현은 상당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점들을 만약 저희가 SAE에 제기를 한다고 하면 지금까지의 미국 기관들을 상대해본 경험에 비추어볼 때 SAE측은 법적인 것은 우리와 상관없다. 이미 SAE J3016에 legal classification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한국이 한국법에 어떻게 정의하던 그것은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거꾸로 우리 법제도의 분류기준이 기왕이면 SAE와 매칭되면 좋겠습니다만 자기들 스스로 법적이기 보다는 테크니컬한 분류기준이라고 명기한 SAE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참고서라 생각하고 공부하고 우리 국민들에게 쉽고 편한 제도를 만드는데 참고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의견인데요. 저희가 일전에 레벨3 안전기준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더니 (http://www.molit.go.kr/USR/NEWS/m_71/dtl.jsp?id=95083365 ) 처음에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되게 많았습니다. 저희가 성과에 급급해서 세계 최초 만들려고 서두른 것이 아닙니다. 이미 15년도에 20년에 레벨3를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제도를 만들기로 "자율차 상용화 지원방안"에 정책목표를 설정하였고 그 정책목표에 맞추어 '자율주행차 주행 안전성 평가 기준 개발' 같은 R&D를 착수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UNECE 등 국제기준 제정 기관 논의에 참여하면서, 우리 기준안에 확신이 섰기 때문에 제정한 것입니다. 저희 사무관들과 저까지 car following model에 운동에너지 공식들까지 연구진이 만든 수식들 다 검토하고 공학적인 면과 행정적인 면을 다 검토하고 이해관계자 토의를 거쳐서 나간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의 판단으로 주체적으로 서는 것이 필요합니다. 코로나 대응할 때 drive through 진료소 만들거나 했을 때 야, 미국도 그런 거 안 하는데 왜 하냐? 하는 사람들이 위에 있었으면 어땠을까요? 남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신경쓰기에는 자율주행차 분야는 모두에게 처음인 분야라는 점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부분에 우리 스스로의 기준으로 비판적 사고와 증거기반 의사결정을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이렇게 정했는데 우리가 다르게 가도 괜찮겠어? 보다는 우리 생각에는 이게 맞다면 이렇게 하자, 그리고 걔네랑도 토론해서 걔네가 놓친 것이 있으면 걔네것을 바꾸고 우리가 놓친 것 있으면 우리 것을 고치자 이런 접근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SAE Level 2와 4의 경우 SAE의 명칭이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것도 개선의 여지는 있고 (저도 정리하면서 몇 가지 더 착안사항이 생겼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전문가들과 논의해서 고치고 그 결과를 SAE에서 발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점은 비단 자율차 분류기준 뿐 아니라 C-ITS 구축 등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 계속 생각해봐야 할 사항이지 않을까 합니다.


C. 참고: 일본의 사례


일본 국토교통성은 작년 12월 11일 자율주행차량 단계에 대한 호칭을 보도자료로 발표했습니다. (https://www.mlit.go.jp/report/press/jidosha07_hh_000353.html) (분류표는 하단 pdf 첨부자료 중 두 번째 자료) SAE J3016 Lv. 3는 조건부자동운전차 (한정영역), Lv.4는 자동운전차(한정영역), Lv.5는 완전자동운전차라고 명칭을 부여하고 Lv1,2는 운전지원차라고 자율주행차가 아님을 명확히 한 호칭을 부여했습니다.  공식 호칭에 괄호를 넣는 것은 그렇게 좋은 표기법은 아니라 생각되나 SAE J3016과의 대응을 맞추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Lv.4에 '고도'라는 말을 빼고 그냥 자동운전차라고 한 점이 눈에 띄는데요. 저희와 마찬가지로 Lv.4를 고도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일본과 우리는 제도와 인프라, 기술지형이 비슷해서 그런지 비슷한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레벨 3 안전기준을 19년 12월 31일 공포하고 20년 7월 1일 시행했는데 일본은 레벨3 안전기준을 20년 3월 31일 공포하고 4월 1일 시행하여서 제정은 우리가 최초인데 시행은 자기들이 최초인 것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저희를 특별히 의식했다기보다 일본 회계연도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일본 안전기준은 우리와 달리 60km/h 미만의 혼잡상황에서만 레벨3기능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제기준과 같이 가고 있는 것인데 우리는 우리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도로최고속도 아래에서는 다 허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했고, 국제기준 다음 개정 시 반영시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2. 그 외의 명칭


SAE J3016이라는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이 쓰는 개발자, 생산자 측면의 기능적 분류와 법적 책임을 위주로 차량 중심의 분류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외에 FSD, Self-driving 등 각 기업들이 브랜딩하는 명칭들이 있습니다. 이런 명칭들에 크게 좌우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자기네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마케팅적 고려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 중인 차량에 레벨을 부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차량이 출시될 때 법적인 분류의 어느 차종에 해당되고, 그에 대한 안전기준을 충족하는가 여부가 제도적으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 외에는 저희가 크게 관여를 할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독일에서 FSD 명칭을 쓰지 말라고 한 케이스가 있는데 국내에서 소비자 보호측면에서 혼선의 여지가 있는지 여부는 동차 안전 관련 법규가 아닌 소비자 보호 관련 법규의 적용을 받고 이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에서 개입하게 됩니다. 따라서 제가 너무 나서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나, 소비자에게 지나친 기대나 지나친 우려를 심어주는 명칭의 사용을 지양할 필요가 있고,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의 측면에서 이를 고려한 브랜딩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외국어로 된 기업의 브랜딩들을 한국어로 옮길 때에는 한국어 어휘와 외국어 어휘의 어감이 다르기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까지 가일층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3. 언어의 차이에 따른 용어의 사용상의 문제


영어의 Driving에 우리말의 운전과 주행이 대응되는 점이나 automated와 autonomous의 차이, 이와 대응되는 한국어의 자동과 자율, 자치 등 미묘한 차이가 있는 부분들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먼저 영어의 Driving은 한국어의 운전과 주행중 운전에 해당하는 말로 보입니다. 그러나 자율주행이라는 말이 틀린 말도 아닙니다. 운전 행위의 결과로 차량은 주행을 하게 됩니다. 하나의 현상의 양면인 셈이고, 운전은 목적어를 취하는 타동사인데 주행은 주어의 intransitive한 행위만 있는 자동사이며 둘 다 영어에서는 drive를 쓸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차를 운전하면 차는 도로를 주행한다를 영어로 옮겨보면 이를 알 수 있습니다.  If a driver drives a car, then the car drives on the road.  


자율주행이라는 말은 차가 운전자 개입없이 스스로 달린다는 뜻을 잘 나타내고 있어 운전자의 책임성이 없음을 잘 드러냅니다. 자동운전은 운전이 자동화되었다는 말이므로 그 자동화 수준에 따라 운전자가 책임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기에 책임소재 측면을 나타내는 데는 자율주행보다 효과적이지 못 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SAE가 의도한 바처럼 단계 단계 기술적으로 자동화가 되어감을 나타내기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SAE J3016은 '운전 자동화 단계'로 번역하고 법률상 체계는 '자율주행자동차'로 가는 것이 무리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Automated와 autonomous의 차이


SAE J3016은 왜 autonomous를 안 쓰고 automated라는 용어를 썼는지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 문서 28page). 보시면 cooperative 협력의 반대말로 autonomous를 이해하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법률이론을 가져와서 autonomy가 자치(self-governance)의 의미인데 ADS(자율주행시스템)은 자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과 사용자의 명령을 따른기 때문에 안 맞다고 하고 있습니다.


7.1.1 Autonomous


This term has been used for a long time in the robotics and 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communities to signify systems that have the ability and authority to make decisions independently and self-sufficiently. Over time, this usage was casually broadened to not only encompass decision making, but to represent the entire system functionality, thereby becoming synonymous with automated. This usage obscures the question of whether a so-called “autonomous vehicle” depends on communication and/or cooperation with outside entities for important functionality (such as data acquisition and collection). Some driving automation systems may indeed be autonomous if they perform all of their functions independently and self-sufficiently, but if they depend on communication and/or cooperation with outside entities, they should be considered cooperative rather than autonomous. Some vernacular usages associate autonomous specifically with full driving automation (level 5), while other usages apply it to all levels of driving automation, and some state legislation has defined it to correspond approximately to any ADS at or above level 3 (or to any vehicle equipped with such an ADS).
Additionally, in jurisprudence, autonomy refers to the capacity for self-governance. In this sense, also, “autonomous” is a misnomer as applied to automated driving technology, because even the most advanced ADSs are not “self-governing.” Rather, ADSs operate based on algorithms and otherwise obey the commands of users.
For these reasons, this document does not use the popular term “autonomous” to describe driving automation.


제 의견은 이건 너무 나간 의견이고 충분히 autonomous란 말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치에 관한 법률 이론을 보더라도 autonomy라는 말은 자치권을 부여한 주체가 상위에 있음을 상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푸에르토리코는 자치령이고 self-governing하지만 미국에 속해있는 것처럼 말이죠. 제주특별자치도도 별도의 통화발행권이나 군대소집권한, 대사임명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런 권한은 대한민국이라는 상위주체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autonomous하다는 것 자체가 일정 영역 내에서 스스로 판단해서 제어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하등 문제없어 보입니다. 특히나 아까 drive가 한국어의 '운전', '주행'에 다 대응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처럼 autonomous도 한국어의 '자치'와 '자율'의 두 가지에 다 대응됩니다. 이중 자율은 꼭 self-governing을 의미하지 않고 self-regulating 정도를 의미하기 때문에 한국어에서 '자율'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우리가 생각하는 자율주행차를 묘사하는데 적합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자율학습이나 자율방범대 등 기존 자율의 용법은 관리자 없이 스스로 규칙을 준수하는 것에 방점이 있지 자치 수준 (즉, 일정 범위내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수준)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automated-autonomous 스펙트럼보다 자동-자율-자치 스펙트럼상 자율의 의미적 위치를 고려할 때 SAE가 autonomous에 대해 우려하는 바는 한국어의 자율에는 별 우려사항이 되지 않는다고 보여집니다.


아울러 외부 통신을 사용할 경우 cooperative하기 때문에 autonomous하지 않다고 하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외부 통신을 통해 원격 조정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C-ITS로 통신신호를 통해 신호등 정보를 받아 활용하면 autonomous driving이 아니고 차량탑재 시각센서를 통해 신호등 정보를 받은 것만 autonomous driving이라고 해야 하므로 통신 신호 받는 것까지 고려하면 autonomous driving 말고 automated driving이라 해야 한다... 는 것은 좀 너무 나간 것 같습니다. 외부와 cooperation하지 않는 체제는 autarky라고 하지 autonomy라고 하지 않습니다.  법적 정의는 없지만 저희는 내부적으로 통신활용여부에 따라 '협력형 자율주행차' '단독형 자율주행차'라고 분류하고 있으며 영어로는 cooperative autonomous vehicle, standalone autonomous vehicle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SAE 기준의 이 부분은 뭔가 작위적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SAE는 automated driving이어야지 automated vehicle이나 autonomous vehicle이라고 쓰는 것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ADS equipped vehicle이라는 표현 즉 운전자동화체계가 장착된 자동차가 맞는 표현이라고 하고 있는데요. (7.2절, p.29)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지만 이런 엄격성이 현실과는 잘 안 맞는 부분도 있을텐데요. 실제로도 이런 엄격성은 다 무시되고 일반인들에게는 0~5단계가 있다 정도만 알려지면서 여러 오해가 나오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엄밀성과 범용성을 다 확보하기는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4. 결언


자율주행차의 분류에 대해서 논해보았습니다. 작성하면서 저희 기준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분명히 개선할 부분들도 있어 보입니다. 이런 부분들은 전문가분들의 의견을 들어서 개선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단, 너무 SAE만 금과옥조로 여길 것은 아니고 분류를 하는 목적에 적합한 분류체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데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임시운행허가기준을 개정하면서 A,B,C형이라는 분류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B형은 셔틀형태로 운전석이 없고 승객석은 있는 형태, C형은 아예 물류용으로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형태의 자율주행차입니다. (A형은 일반 자동차 형태) 이렇듯 필요에 따라 SAE와는 다른 각도의 분류체계도 만들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쉽고 편한 분류체계를 만드는데 역점을 둬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기업들이 각각의 마케팅을 위해 신조어를 만드는 부분은 소비자에게 지나친 혼선을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민간의 영역이므로 가급적 자율에 맡기되, 실제 국민들의 안전에 유의미한 제도들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20년 11월 국토부 자율주행 관련 정책 및 시연 발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