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고양이는 수고양이에 비해 중성화 수술 후 회복 기간이 더 오래 걸린다. 자궁을 전부 들어내기 때문이다.
어미는 지인인 동물 병원 원장님 찬스로 수술 후에도 2박 3일을 병원에서 지냈다. 원장님은 이렇게 순한 길고양이는 처음 본다고 하셨다. 다만 입원실(?) 안에서 꼼짝을 않고 아무것도 안 먹는다고 하셨다. 우리는 문병을 갔다. 한 밤만 더 자고 집에 가자, 하고 눈을 보고 말해 주었다.
너도 거기가 집이라고 생각한다면.
집에 온 어미는 포획틀을 열어 주기 무섭게 뒤도 안 돌아보고 달음질쳐 도망가 버렸다.
길고양이와 길게 인연, 혹은 묘연을 맺고 살아가리라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막상 어미가 내빼버리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동물 병원 원장님께 어미가 가 버렸어요, 하고 문자를 보냈다.
주변에서 보고 있을 겁니다 그러다 올 거예요 오늘 밤 안으로, 하고 답장이 왔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어미가 집에 왔다가 도망가 버렸다고 하니 울상이 됐다.
없는 고양이를 생각하며 다들 우울한 얼굴로 저녁을 먹는데,
아웅, 소리가 들렸다.
유리문 앞 데크에 꼬부라진 꼬리를 한 녀석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왔구나, 우리는 우르르 달려갔다. 큰율은 물을 챙기고 작은율은 밥을 챙겼다.
산들이. 산들산들 돌아온 산들이.
문득 떠오른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