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헬 Jul 13. 2022

너의 집

암고양이는 수고양이에 비해 중성화 수술 후 회복 기간이 더 오래 걸린다. 자궁을 전부 들어내기 때문이다.

어미는 지인인 동물 병원 원장님 찬스로 수술 후에도 2박 3일을 병원에서 지냈다. 원장님은 이렇게 순한 길고양이는 처음 본다고 하셨다. 다만 입원실(?) 안에서 꼼짝을 않고 아무것도 안 먹는다고 하셨다. 우리는 문병을 갔다. 한 밤만 더 자고 집에 가자, 하고 눈을 보고 말해 주었다. 


너도 거기가 집이라고 생각한다면.




집에 온 어미는 포획틀을 열어 주기 무섭게 뒤도 안 돌아보고 달음질쳐 도망가 버렸다.

길고양이와 길게 인연, 혹은 묘연을 맺고 살아가리라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막상 어미가 내빼버리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동물 병원 원장님께 어미가 가 버렸어요, 하고 문자를 보냈다. 

주변에서 보고 있을 겁니다 그러다 올 거예요 오늘 밤 안으로, 하고 답장이 왔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어미가 집에 왔다가 도망가 버렸다고 하니 울상이 됐다.

없는 고양이를 생각하며 다들 우울한 얼굴로 저녁을 먹는데,

아웅, 소리가 들렸다.

유리문 앞 데크에 꼬부라진 꼬리를 한 녀석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왔구나, 우리는 우르르 달려갔다. 큰율은 물을 챙기고 작은율은 밥을 챙겼다.


산들이. 산들산들 돌아온 산들이. 

문득 떠오른 이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억척 고양이의 이름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