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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나 May 12. 2023

[산티아고 3] 세상의 끝 피니스테라에서 뛰어내리자!

#나의 첫 번째 까미노

상담사님의 이중의 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 짐을 벗어버리고 싶었다. 짐 = 틀을 벗어나서 그냥 '무'로 돌아가고 싶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제발 생각이라는 게 없는 바위나 돌로 태어나게 해 주세요'를 외치며 거리를 배회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서운 사람이다.)


상담사님으로부터 잠시의 편안함을 얻었지만... 잠시일 뿐 나의 결론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다'이다. 앞서 말했듯 의지했던 친구들은 해외에 있었고,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차였고, 가족은 사랑하지만 나의 꿈과 목표에 발목을 잡는 존재로 느껴졌고, 햇빛도 안 들어오는 쪽방이다 보니 그냥 죽는 게 낫다는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원래는 2019년도 3월 복학을 해야 해서, 언니와 서울에 자취방을 얻었다. 나의 디즈니 인턴십용 500만 원은 미래가치 투자가 아닌 적나라한 현실을 위해 보증금으로 넣어둔 상태였다. 하지만... 무기력함으로 다시 학교에 복학할 용기가 없었다. 학교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그냥 세상의 끝 피니스테라에서 뛰어내리자.


사실, 피를 끔찍이도 싫어해서 손목을 그을 용기는 없었다. 스위스 안락사를 열심히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왕 죽을 거 스위스에 가기보다, 고등학교 때부터 꿈꾸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라는 발칙한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종착지인 피니스테라에서 뛰어내리자. 그게 나의 생각이었다. (그 당시에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렇게 학교에 휴학서를 내고 가족에게 통보한다. '나 산티아고 순례길 갔다 올게(다시는 보지 말아요)'.라는 말과 함께 비행기에 올라탔다.


나는 진심을 가족을 사랑한다. 하지만 25살의 나는 내가 싫어 죽음을 결심했다. 유서도 미리 작성했다. 그리고 약간의 더 모아둔 돈과 한국장학재단에서 나오는 약간의 대출을 받아 순례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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