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신은 없지만 나의 존재 가치를 믿는 삶
음식을 만들면서 첨가한 양념 한 스푼이 감칠맛을 낼 때, 작품을 완성하고 덧붙인 아주 작은 장식이 여운을 남길 때,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대사 끝에 ‘마침내’가 붙었을 때. 평범하고 일상적인 전체에 아주 아주 작은 조각을 하나 추가했을 때 화룡점정을 이루면 우리는 이를 ‘신의 한 수’라고 감탄한다.
신은 많은 것도 아니고 단 한 조각, 한 수를 내어줌으로써 세상을 영광스럽게 한다. 바둑처럼 그 한 수가 운명을 결정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 또한 행위 자체만 두고 보면 바둑알을 하나 내려놓을 뿐인, 사소한 일 아닌가.
우리 인간도 그렇다. 신은 공평하기에 모든 인간에게 ‘한 수’씩을 선사한다.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명확한 특이점 하나. 굉장한 것은 아닐 테지만, 멀리 내다보고 놓았음은 확실하다. 일생에 걸쳐 서서히 빛을 발하다가 말로에나 가치를 인정받으니 말이다.
내 안에 둔 한 수는 무엇일까. 10년 넘게 일개 낙서나 일기라도 꾸준히 쓰는 버릇? 하나부터 열까지 치밀하게 계획하는 습관? 모든 고민 앞에 신중한 태도? 남들에게 없는, 나에게 유일하게 놓인 수가 무엇인지는 나 역시 말년에나 알게 될 테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의 한 수’가 결론이 맺어진 뒤에 발견되듯이.
그러니 삶의 마지막이 목전에 다가와 생을 앗아갈 때까지 ‘나는 신이 세상에 둔 한 수’임을 되뇌며 골똘히 살아야겠다. 고작 한 수라고 원망할 것이 아니라 그가 진중하게 둔 수를 소중히 닦는 마음으로. 신의 한 수가 무력해지지 않도록, 숨을 다할 때 하늘의 뜻을 소명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