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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 Apr 10. 2023

인턴, in 뉴욕

뉴욕에서 인턴을 하며 겪은 23살 나의 이야기





뉴욕에 온 지 약 두 달이 되어간다.

대힉교에서 해외취업을 위한 연수 교육을 받고 J-1 비자(인턴비자)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목적보다는 어떤 일을 겪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스스로 되새기고 싶어서 이다.


난 뉴욕을 오고 싶었다. 대학생 1학년때부터의 목표였다. 필수 교양수업에서 자신의 진로와 가장 연관된 사람을 인터뷰하는 과제를 받았고 내가 좋아하는 전공 교수님을 인터뷰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이 아마 내 뉴욕생활의 시작점일지 모른다. 교수님을 직접 뵈어서 어떻게 미대에 오게 되었는지와 미국에서 유학, 미국 회사로의 취업, 그 이후의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살짝 내 마음속에서 열망이라는 감정이 느껴졌다. 나도 디자인이 시작되는 미국이라는 곳에서 그곳의 디자인 전문가들과 교류하면서 내 커리어를 쌓아보고 싶어졌다. 이후로 나는 해외 유학, 해외 취업 관련된 정보들은 보일 때마다 모았다. 하지만 유학이란 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나에게 경제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내가 너무 큰 걸 욕심내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해외 인턴을 찾아봤다. 다행히도 나라에서 운영하는 K-move 해외인턴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원금도 많고 미국에 있는 기업과 매칭을 해준다는 점에서 좋아 보였다. 그런데 졸업예정자와 또는 졸업한 사람만 지원할 수 있었고 나는 당시 1학년이기 때문에 약 3년을 기다렸다.


3년을 기다리면서 어디서든 뽑아가고 싶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공모전 동아리, 대외활동, 다른 외부 활동들을 찾아가면서 했고 그러면서도 높은 학점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중간중간에 미끄러질 때도 많았다. 누구보다 잘 준비했는지는 모르지만 열심히는 준비했다. 힘이 들 때마다 미래에 멋진, 잘 나가는 디자이너가 되어있을 생각을 하면서 버텼다.


3년이 지나고 드디어 K-move 프로그램에 지원이 가능해졌다. 지원하려고 보니 자세히 알아보니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민했다. 그냥 졸업하고 한국에 디자인 에이전시에 들어가서 실무능력을 쌓다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외로 나갈지 아니면 지금 비용은 꽤 들겠지만 K-move를 통해 1년간 해외인턴을 경험해 볼지. 고민하는 중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똑 부러지고 이성적인 내가 좋아하는 친구다. 그 친구에게 내 고민을 털어놨고 그 친구는 "지금 아니면 언제 1년 동안 미국에서 살아보겠어?"라며 기회가 왔을 때 잡으라고 조언해 줬다. 이때 깨달았다. 나는 지금 해외인턴으로의 결정에 대한 지지를 받고 싶었다는 것을. 내 마음속에선 이미 결정되었다는 것을. 다음 날 바로 지원서를 작성하고 제출했다.





서류심사와 면접을 마치고 드디어 K-move 연수생이 되었다. 이때부터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았다. 내가 바라던 대로 인생이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약 6개월의 연수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고 더욱이 대학생 4학년이기 때문에 졸업 전시와 겹쳐 거의 매일 밤을 새웠다. 여름 방학에는 9시부터 6시까지 연수교육을 받고 집에 오면 7-8시부터 새벽 3-4시까지 졸업 작품을 만들었다. 이를 매일 반복하니 몸이 바스러질 것 같았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난 내 목표를 이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9월 중순, 내 졸업 전시가 끝났다. 이때부터 난 기업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내가 바라던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그 이유는 우선 K-move 시스템에 대해 알아야 한다. 총 세 개의 기관이 관여된다. 해외 회사생활을 준비하는 '학교', 해외 기업과 잡매칭을 하고 기타 서류처리를 도와주는 '에이전시', J-1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스폰서 기관이 필요한데 이를 스폰해 줄 '스폰서 기관'이다. 원래 스폰서는 보통 취직할 회사에서 해준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회사가 아닌 외부 스폰서 기관을 통해서 '인턴 준비생'과 '회사'가 연결된다.


내가 이상하게 흘러간다고 시작한 지점은 '잡 매칭'때부터였다. 분명 K-move 지원 포스터에서는 다양한 국내 대기업들과의 매칭이 나와있었는데 정작 내가 소개받은 회사들은 미국에 있는 한국계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었다. 대기업은 사실 기대도 안 했다. 모르는 회사에 갈 것이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하지만 소개받은 회사들로부터 받은 'Job describtion'(직무 설명과 회사 정보)에서는 내가 하고 싶었던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었다. 기대감이 사라지고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영어도 어느 정도 사용하고, 그나마 전공을 최대한 살릴 수 있으며, 나는 면허가 없기 때문에 교통이 괜찮은 뉴욕에서 다니기로. 해외에서 영어를 사용하며 디자인직무로 일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11월, 고르고 골라서 내가 갈 회사가 정해졌다. 뉴욕 맨해튼에 있고, 초반에는 다른 업무를 배우지만 나중에는 디자인을 할 수 있으며, 에이전시가 말하기를 영어로 소통도 꽤 한다는 곳으로.(믿으면 안 됐다)







다음 편에서, 미국에서 겪은 회사 생활과 일상들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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