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여행을 엄청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여행 복이 좀 있었다. 그래서 가족여행, 친구와의 여행, 지금의 남편과의 여행이 잦았는데 그중 신혼여행 스케일이 가장 컸다. 바로 유럽 3국을 돌아보는 투어였기 때문이다.
유럽 여행 처음이야! 내 눈으로 직접 고흐의 자화상을 볼 수 있는 거야?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콜로세움을 보는 거야?
진짜 너무너무 영광이다..!!
평소 전시회와 예술을 좋아하던 나는 너무 들떴고 설렜다. 그리고 우리는 몇 달간 결혼계획을 세우느라 지쳐 있었기에, 신혼여행은 단체 패키지여행으로 정했다. 예전에 가봤던 일본이나 비교적 자유여행이 쉬운 동남아도 아닌 무려 유럽 3국이었기에 도저히 자유여행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변에서 신혼여행을 패키지로 간다는 데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유럽여행 자유여행으로 가지! 패키지 힘들 텐데"
"결혼식 끝나고 바로 유럽투어면 힘들지 않아? 휴양지는 어때?"
"많이들 싸운다던데 싸우지 말고 잘 다녀와"
걱정과 우려 섞인 대화들 속에 하루하루 날짜는 흘렀고, 드디어 결제일이 다가왔다. 이제 진짜 환불은 안 된다! 아프거나 다치면 안 돼! 무려 10일 동안 다녀오는 3국 투어니까!
나는 남편에게 거듭 강조하며 아프지 말 것, 다치지 말 것, 체력관리 잘할 것 그리고 그 당시 아직 코로나 규제가 더 심할 때였기 때문에 절대 코로나 걸리지 말 것을 여러 번 강조하였다.
그래서 사실 결혼식이 끝난 후, 안심할 수 없었다. 이제 챕터 1이 끝났을 뿐, 튜토리얼을 깼으니 진짜 본 게임이 시작될 차례였다. 우리는 그렇게 결혼식이 끝난 다음날, 새벽 5시에 눈을 떴고 캐리어 2대와 가방 2개를 끌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같이 가는 단체인원은 대략 20명 정도로 적당했다. 유럽도 패키지여행도 처음이었기에(기억이 안 나는 꼬마일 때 갔던 패키지여행은 예외였다), 아무것도 몰랐고 마냥 가이드 선생님을 찾아다녔다. 기대와 함께 걱정도 컸기에 우리는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고 가이드 선생님과의 통화 속 당황스러운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머, 벌써 도착하셨어요? ㅎㅎ"
그렇게 도착한 첫 시작, 인천공항에서의 컨디션은 좋았다. 비행기에 타기 전 각자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잘 다녀온다는 인사를 남겼고 다시 한번 빼먹은 게 없나 꽉 찬 가방을 열어 다시 꾸깃꾸깃 보조가방에 챙겨 넣기 시작했다. 곧이어 비행기에 한 발 한 발 모두가 착석했고 그렇게 우리는 16시간 뒤의 파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