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유럽 신혼여행 패키지를 결정했을 때 들었던 걱정 중 하나는 '같이 가는 사람들'이었다. 대략 20~30여 명의 사람들이 갈 텐데 누가 올지 아무 정보도 모르기 때문에 당일에서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는 시간이 없었기에 가이드 선생님이 자료를 나눠주며 서둘러 탑승수속을 하라고 알려주셨고, 우리는 서로 인사도 없이 후다닥 흩어졌다. 그래서 진짜 팀원들과의 첫 만남은 비행기 안에서 시작되었다. 독일 경유라 독일항공을 탔는데, 주변에 다 한국인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사람을 살짝 보니 한국 사람이었고 눈이 마주치자 인사를 했다. 그렇게 패키지 팀원 한 분과 안면을 텄다.
" 어머, 너무 반갑다. 우리 팀원이라 같이 다니면 되겠네요~"
어머님 팀원 분의 인사에 반가우면서도 살짝 걱정이 들었다. 죄송스럽게도.
나는 '신혼여행'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단체 패키지여행이라도 이제 막 결혼한 지 2일 차인 '오붓함'과 '알콩달콩'을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같이' 다닌다는 이야기에 가족여행의 느낌이 될까 봐 흠칫 놀랐다. 사실 패키지를 선택하는 순간 어느 정도 마음은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그 걱정과 달리 여행하는 동안 '자유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 동안 남편과 단 둘이서 마치 유럽 자유여행을 온듯한 데이트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니 그 부분 때문에 신혼여행 패키지가 고민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단, 패키지 일정에 자유시간이 포함되어 있는지 체크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유시간은 대략 30분~1시간 정도씩 매일 꽤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비행기에 앉아 있기에는 좌석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었기 때문에 목부터 허리, 무릎, 발목까지 쑤시고 붓고 아팠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뒤 쪽으로 가니 나와 같이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좌석에 앉지 못하고 '차라리 서 있는 게 훨씬 아프지 않다'며 잠깐 스트레칭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 심리라고 하지만 비행기에서는 달랐다.
그렇게 우리는 16시간 만에 파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했을 때는 깜깜한 밤이었고, 이미 기진맥진이라 감격보다는 빨리 자고 싶다는 생각과 비몽사몽 한 졸음이 몰려왔다. 하지만 아직 긴장을 놓을 수는 없었다. 첫날은 거의 비행기에서 미리 자고 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바로 캐리어 짐 찾기가 문제였는데, 우리의 소중한 캐리어(그것도 일주일 전에 산 새 캐리어)가 파리에 잘 도착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유럽에서는 캐리어가 도착하지 않거나 하루 뒤에 오거나 분실되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잦다고 한다. 그래서 가이드 선생님의 꿀팁을 미리 지켰었다.
그 꿀팁은 혹시 캐리어가 하루 뒤에 도착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하루치 필요한 물품은 따로 가방에 넣어 들고 타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따로 챙긴 가방을 꼭 들고, 캐리어가 파리에 잘 도착했는지 조마조마하며 기다렸다.
그 순간, 눈에 익은 캐리어 2개가 보였고 그제야 마음이 한 결 놓였다.
"어! 저기 있다!"
"어, 내 캐리어!"
여기저기서 기쁨의 환호 소리가 여러 겹 들려왔고, 우리 팀은 큰 문제없이 파리 숙소를 향해 이동할 수 있었다. 파리 숙소에 도착하니 다행히 침대도 화장실도 무난 무난 마음에 들었다. 패키지여행이다 보니 고급 호텔은 아닐 거라 이미 기대치가 낮았기에, 사실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참고로 유럽은 방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기 때문에 거실화를 챙겨가는 편이 좋다. 우리는 짐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3천 원짜리 거실화를 사서 가져갔고, 돌아오는 날엔 버려서 짐의 부피를 줄일 수 있었다. (선물을 사느라 캐리어 자리가 굉장히 비좁아진다.)
그렇게 간단히 씻고 나오자 새벽 2시.. 엄청 피곤해서 바로 잠들 것 같던 졸음은 아까 오면서 계속 잤기 때문에 오히려 씻고 나오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핸드폰을 켰고 한국 시간을 살펴보았다. 파리에서는 새벽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아침이었다. 우리보다 8시간 후의 시간을 먼저 보내고 있는 부모님한테 카카오톡을 보냈다. 잘 도착했다는 인사와 함께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하며 잠이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눈을 떠야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패키지여행이니까 ^^
패키지여행은 아침 일찍 하루가 시작된다.
그렇게 다음 날 조식을 먹었고 그다음에서야 패키지 팀원들과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팀원이 된 지 하루 반만의 제대로 된 인사였다. 다행히 우리 팀원들의 밸런스는 완벽에 가까웠다. 20여 명 중의 반은 20~30대였고, 반은 40~60대였다. 그래서 자연스레 반반씩 나뉘어서 서로 소통하고 사진도 찍어주며 가까워질 수 있었다. 패키지여행의 팀원은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는 어린아이들이 없었고, 흡연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없었고, 단체버스에서도 담배 냄새 없이 쾌적했다.
이탈리아 트레비호수 사진
날씨가 너무 좋았던, 새파란 하늘의 유럽
사실 성인이 되고 나서 패키지여행은 처음이라 다소 경계심이 있었는데, 팀원들의 화합이 좋아 금세 스며들었다. 가이드 선생님을 따라 우르르 몰려서 구경을 하다가도 자유시간에는 각자 편안하게 사진도 찍고 쇼핑도 하며 즐길 수 있었다. 중간에 우리 팀원을 만나면 반가움에 서로의 사진도 찍어주고 맛있었던 곳이나 예뻤던 가게를 추천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팀원은 순전히 '운'이다. 그렇기 때문에 패키지여행에서의 화합을 처음부터 너무 기대하면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 대신 같은 또래가 있다면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등 가벼운 호의를 먼저 베풀어주는 건어떨까.그 시작이 추후에 큰 추억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