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반대로 인한 파업 상황에 대하여
단체 행동을 금일부터 시작했습니다. 평상시 보다 축소 운영 중이지만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벗어나지 않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현재 납득하기 어려운 업무 분장이 위임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여러 다른 곳에서는 이미 굉장히 많은 업무들이 간호사들에게 동의 없이 넘겨지고 있다는, 안타깝다는 말로는 부족한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가는 이유는 제가 현장에 남아 있는 이유가 현 상황에 대한 그 어떠한 개인적 견해 때문도 아닌 그저 이러한 상황에 그 누구보다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동료이자, 잠재적 환자이자, 국민이기 때문임을 밝힙니다. 상황 속 우리의 처지에 대해 울분을 토할 힘조차 없는 개탄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소리라도 지르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은 심정을 알리고 싶습니다.
파업은 갑작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언제 하겠다는 언질조차 없이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웠고 남아있는 우리들은 빠르게 상황을 정리해야만 했습니다. 우리가 그런 업무를 수행한 것은 그들이 우리에게 그러한 역할을 협조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래야만 함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로 의협은 대규모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어수선한 며칠이 지나며 기다렸습니다. 한 번쯤은 우리에게 본인들의 입장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바란다는 도움의 요청이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정말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이 바뀌어가는 것은 우리만의 몫이었습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파업을 진행하는 의사들에게 공백을 PA간호사로 응수하겠다는 협박과도 같은, 불과 얼마 전까지 불법적인 제도라며 한 대형병원의 병원장까지 고소하게 했던, 방안을 택하겠다고 했습니다. 왜 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협박의 수단으로 전락해야 하는 겁니까? 국가는 간호사라는 한 직업을 그저 어디에든 써먹기 좋은 도구로 여기는 겁니까?
의협은 파업 진행 시 남겨진 수많은 환자들에 대한 업무가 고스란히 누구에게 나뉠지를 뻔히 알면서도, 심지어 이미 경험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대책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왜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부속품으로 전락해야 하는 겁니까? 그들은 우리와 그들의 관계를 스스로의 판단능력과 의지 없이 업무만을 수행하는 종속 관계로 여기는 겁니까?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이 되었을 때에 우리의 울음을 대변해 줄 든든한 그늘이 없다는 것에 가장 큰 슬픔을 느낍니다. 흔들면 흔들리고, 밀면 넘어지고, 불면 날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 우리의 입장임이 정말로 화가 나고 쥐어진 주먹을 펼 수 없게 합니다.
당연한 것은 절대적으로 딱 한 가지뿐입니다. 이곳은 우리의 일터요,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다하는 것. 우리는 누군가 떠난 곳을 떠나지 못해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 우리의 일터에서 맡은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는 점. 우리는 지고 하고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투철한 의지를 가지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계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것.
그 외에 당연한 것은 그 무엇도 없습니다. 부디 이 일이 빠르게 해결되기를 바라고, 누군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한 보호받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