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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Mar 01. 2024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노벨문학상 수상 후보) 3

커다란 초록 천막 1  마음에 들거나 번역하기 어려운 문장들   

1.  우리의 그릇된 행위를 힘든 시대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인 시대라는 이유로 우리의 그릇된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1952년 7월 9일  

      파스테르나크가 샬라모프에게 

>>>>>>>> 번역하기 어려운 문장 중 하나였습니다. 


2.  서로 만날 운명인 사람들의 행동 궤적을 주시하는 것은 흥미롭다. 가끔 이런 만남은 운명이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사건의 흐름에 따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거나 같은 학교에 다니는 등의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발생하곤 한다.  p. 15 


3.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이른 아침 바다의 파도 소리, 

푸른 바다 너머 초록빛 바닷가를 떠올리게 했네. 

쿵쾅거리던 심장이 멎는다.

이 여인이 극장에 들어오는 모습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마치 브률로프의 그림처럼

저기 발코니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소설에나 존재하며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런 미녀들,

그들을 위해 사내들은 죄를 짓고 도둑질한다. 

여인들이 타고 떠나는 마차를 몰래 숨어서 기다렸다가 

다락방에서 독약을 삼킨다


->미하일쿠즈민(1872~1936)의‘밖은추웠고,〈트리스탄과 이졸데〉가상연중이었네’(1927)의일부로,우연히 본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시이다.

>>>> 이 소설에는 이와 같이 시가 많이 나와서 번역하기 힘들었답니다. 


4. 칼리노보 사람들은 가난했고 풍부한 것이라고는 사람 발이 닿지 않은 수줍은 자연뿐이었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도시 사람들보다 순수했다. p.83 


5. 여러 민족의 피가 섞인 빅토르 율리예비치는 조지아식 성을 따랐으며, 러시아어로 글을 썼지만 러시아 피는 얼마 섞이지 않았다. 조지아 사람인 할아버지는 독일 여자와 결혼했는데, 그들은 스위스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그곳에서 빅토르의 아버지인 율리우스를 낳았다. 빅토르의 어머니 크세니야 니콜라예브나의 혈통은 그나마 덜 이국적인 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유배 온 폴란드인과 최초의 여성 긴급 의료원들 가운데 하나였던 유대인 아가씨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러시아정교회 사제의 딸과 결혼했다. 그것이 빅토르에게 유일하게 흐르는 '성스러운 러시아인'의 혈통이었다. p.89 

>>>>>>> 러시아가 다민족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우리에겐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5. 여자들도 빅토르를 좋아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는 잘생겼으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심지어 그의 신체적 결함도 그들에게는 매력적이었다. 수의사라면 미인들이 장애인인 그와 만나려고 한 이유를 전후 남성의 인구가 후손 생산에 필요한 수보다 적었다는 객관적 원인에서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들은 그가 가진 신체적 결함 때문에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고 독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런 그를 특별히 더 좋아했다. 

>>>>>>>>> 현재까지 러시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1000만명 이상(전쟁으로 인해 현재 그 격차는 더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더 많습니다. 


6.  

우세요, 비너스와 큐피드들이여. 

가슴이 부드러운 모두는 슬퍼할지니. 

내가 사랑하는 레스비아의 참새가 죽었다오. 

내가 사랑하는 여인의 참새가 죽었다오. 

그녀는 그 눈동자를 잊지 못한답니다. 

꿀보다 달았고, 주인의 목소리를 알았다오. 

친딸이 어머니에게 하듯 그녀에게 달려들었다오. 

그녀의 무릎에서 날아가지 않고 총총 뛰기만 했다오. 

치마폭 위에서 이리저리 

오직 자신의 주인만을 위해 지저귀면서 

이제 그는 어둠 속에서 무시무시한 저세상으로 가는구나.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고대 로마 시인 카툴루스의 시  p.96 

>>>>>>>>> 매번 느끼지만 시 번역은 절대 쉽지 않고, 그래서 늘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7.  그녀는 자신의 예쁜 손을 한 번 흔들고는 그에게서 멀어지면서 길을 따라 앞으로 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그녀를 따라잡았고 한쪽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그녀는 멈춰 서서 울기 시작했다. 그도 밀짚모자를 벗고 따라 울었다. 그녀에게서 과거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지만, 이내 과거의 엄청난 미인과 지금의 덜 예쁘고 핼쑥해진 여자가 하나로 합쳐졌고, 그러자 그녀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다. p.296 

>>>>>>>>>> 남녀 성비 균형이 심하게 깨진 러시아의 경우 불륜은 우리나라보다 더 흔한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오랜 시간 서로의 소식을 모르던 연인(불륜 관계)이 우연히 재회하는 장면입니다. 


8.  미리 전화를 걸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그는 또다시 벽을 두드렸다. 사실 그들은 원래 서로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소피야 마르코브나는 전화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p.302 

>>>>>>>>>> 소련 시대에는 도청이 흔했고, 이런 이유로 전화를 믿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9. 근처에 사는 사내아이들의 절반가량은 첫 경험을 그곳 청소부용 창고에서 가졌으며, 나댜는 사실상 한 명 빼고는 동네의 모든 사내아이들과 단순하면서도 몸에 좋은 행위를 했다. 

>>>>>>>>>>  표현이 재미있는것 같습니다. 


10.  노부인의 손끝에서 나온 음악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음악을 듣고 온몸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과거에도 자주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사냐는 마치 소리가 두개골을 가득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을 더 넓어지게 만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마치 몸속에 헤모글로빈이 만들어지거나 핏속에 강력한 호르몬이 작동하는 것처럼 알 수 없는 생물학적 반응이 시작된 것 같았다.  p.414 

>>>>>>>>>>> 작가의 전공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 '역시! 이럴줄 알았어!'라고 생각하면서 번역했던 것 같습니다. 


11.  도서관의 옷 보관소, 필하모니 홀의 옷 보관소, 텅 빈 박물관의 조용한 구석에서 서로 마주치는 그들의 수가 얼마나 많았을까? 이것은 특정 정당도 아니고, 동아리도 아니고, 비밀 단체도 아니고, 심지어 같은 생각을 가진 동지들의 모임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그들의 공통분모는 스탈린에 대한 혐오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은 책을 읽었다. 열정적이고 광적인 독서는 그들의 취미이자 노이로제이자 마약 같은 것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책은 삶의 스승에서 삶의 대체재로 변모했다. 

>>>>>>>> 스탈린의 공포정치에 대한 반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12.  서로 만날 운명인 사람들의 행동 궤적을 주시하는 일은 흥미롭다. 이따금 이런 만남은 운명이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같은 아파트에 살거나 같은 학교를 다니거나, 같은 대학교나 회사를 다니는 경우가 그렇다.  또는 열차 시간표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작은 화재가 발생한다든지, 천장에서 물이 샌다든지, 우연히 영화관 앞에서 어떤 사람으로부터 마지막 영화표 한 장을 사는 일처럼 사소한 문제를 신이 일부러 일으켜서 운명적인 만남이 성사될 때도 있다. p.452 

>>>>>>  행동 궤적을 주시하는 행위가 흥미로워서 골라봤습니다. 


13. 한편 겐나지는 결혼을 서둘렀는데, 회사에서 그에게 집을 임대해줄 예정으로, 혼자 살면 원룸을 주고, 결혼하면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에서 작은 평수나마 방 두 개짜리 아파트를 제공할지도 모르기 때문임을 갈랴도 알고 있었다. 

>>>>>>>> 사회주의를 표방하던 소련 시대에 살던 사람들이 누리던 혜택 중 하나가 집이나 양질의 교육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겁니다. 


14. 산책을 다녀오면 타마라는 겐나지와 함께 차를 마시곤 했다. 그언젠가 일리야가 말한 대로 말이다. 겐나지는 지금도 여전히 쥐새끼였다. 

>>>>>>> 제가 번역했지만, 어떻게 '쥐새끼'라는 단어를 생각했을까요? 참고로 겐나지는 KGB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15. 타마라는 배웅하지 않았다. 타마라는 올가를 통해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마를렌과 작별 인사를 하려고 왔고, 딸의 가족이 체포 대신 추방을 당하게 됐다는 소식을 접한 리다의 부모가 몹시 혼란스러워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장례식 대신 맞이한 축제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거의 장례식 같은 축제였다. 

>>>>>>>> '장례식 대신 맞이한 축제'와 '거의 장례식 같은 축제'라는 이 두 가지 표현이 무척 인상 깊어서 골라봤습니다. 


*앞으로는 꽃길만 걷고 싶어서 꽃반지 사진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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