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마지막 정밀검진을 받았습니다. 익숙해지고 싶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CT 조영제의 따듯함이 채 가시기 전, 암 발생 부위를 스캔 뜨는 절차가 끝났습니다. 이 불쾌한 온기는 마지막이길 바래 봅니다.
그리고 내일모레. 그 결과지를 받습니다. 처음 항암이 끝나고 정밀검사를 받고, 결과를 통보받기 위해 대기할 땐 가슴이 콩딱콩딱했었습니다. '혹시나 의사 선생님이 다시 항암을 하라 하면 어쩌지.' '혹시나 의사 선생님이 다시 수술을 하라 하면 어쩌지.'
정밀검사는 처음은 2 달마다, 그 이후는 3달, 그리고 6개월, 마지막은 1년 만입니다. 처음에는 PAT CT와 MRI 도 찍었는데, 6개월로 기간이 늘면서 CT만 하게 되더군요. 검사 갯수가 줄어든 게 좋긴 했지만 조영제 느낌이 가장 좋지 않은 CT가 남음에 대한 배부른 불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5년의 기간 동안, 의사 선생님이 무슨 판결을 내리실까 추청도 해봅니다. 피검사 결과가 빨리 나와서 가능한 일입니다. 가장 집중해 보는 결과치는 종양표지자 수치입니다. 항암이 끝난 후 검사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수치는 한 번도 0이 된 적이 없었습니다. 위안은 허용범위 내라는 사실입니다. 이번도 0은 아닙니다만, 지난 검사 보다 수치가 낮아졌습니다. 마음이 편해집니다. 아마 널뛰기 수치가 나왔다면 잠못이루는 밤이 늘어갔겠지요.
양호한 피 검사 결과를 가지고 내일모레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추측해 봅니다. '더 이상 안오셔도 됩니다. 건강관리 잘하시면 됩니다. 혹은 암환자에서 졸업하셨습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났다고 암에서 벗어난 걸까요?
암에 한번 걸린 사람은, 일반인 보다 암에 다시 걸릴 확률이 더 높습니다. 그러니 5년이 지났다고 암에 걸리기 전과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5년이 지난 후 피본사람이 적지 않은게 이를 증명해 주는듯 싶습니다. 친분 있는 사진작가도 5년이 지나고 몇 년 후 뼈암 4기 판정을 받았으니까요. 좀 나아졌다고 해외로 나가 일하다 대장암 4기가 된 분도 있습니다.
항암 후 무탈하게 5년을 지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암 관리를 잘했어도 운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재발되는게 암이란 병 같기 때문입니다. 항암 후 5년은 완치라기 보단, 5 년간 암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팩트 그 자체가 아닐런지요.
여하튼, 이번 결과가 긍정적이면 암환자 취급은 더 이상 받지 않게 됩니다. 기분이 묘합니다. 술에 잔뜩 취해 축하를 하고 싶으면서도, 수술과 항암의 기억이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지라 그러질 못할 것입니다. 게다가 잊을만 하면 왜 이리 재발하시는 분들이 눈에 뜨이는지.
제발 재발하시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암환자에게 졸업은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