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에 날개를 달자 Nov 23. 2022

환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파트너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

나는 당신과 함께 나이 들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에바 예기)

결혼식장에 들어가면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제목 아닐까? ‘나는 당신과 함께 나이 들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결혼은 이런 마음가짐을 매몰차게 뿌리치기 일쑤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 되기도 한다. 결혼 한지 이제 햇수로 22년.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남편이 싫었다기보다 남편을 둘러싼 남편의 가족이, 나에게 또 다른 가족이라 불리는 분들이 존재 자체로 힘들다는 걸 결혼하고 알았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심각한 고부 갈등도, 옆에서 뭐든 부추기는 이상한 시누이 갈등도 나에게는 없다. 그렇다고 마냥 편하냐? 그건 아니지만 이젠 웬만해선 상처받지 않을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나는, 내 남편과 행복하게 나이 들며 살아갈 수 있을까? 


지난 결혼 생활을 돌이켜 보면 나는 남편 때문에 크게 싸운 적은 없다. 둘이 살았다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이 어른들과 함께 살기에 더 크게 부각되고, 더 크게 간섭으로 다가왔다.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었던 일도, 어른들이 보기엔 크게 다가왔던지 때론 꾸중을 하셨던 적도 있지만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생활습관과 생각, 가치관이나, 음식, 그리고 일일이 말할 수 없는 모든 부분까지 전혀 다른 사람이 결혼이라는 제도로 같은 공간에 살게 된다. 처음엔 좋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굉장히 불편하고 힘들다. 뭐든 제자리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나와 뭐든 제자리에 두지 않는 남편의 생활 습관은 지금도 여전히 충돌하고, 힘들지만 ‘그런 사람’으로 치부하고 내가 한 번 더 움직이지로 마음먹고 나니 그나마 편해진다. 하지만 가끔 생각한다. 이 사람과 과연 이대로 나이 먹어 행복할 수 있을지,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제한했다. 아이들이 모두 출가하고 나면 절대 터치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만큼은 오로지 자신을 위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책은 모두 12가지에 대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부부에게 사랑이란 무엇이고, 함께 산다는 의미가 무엇이며, 과거 장점이었던 것이 현재 단점으로 다가온 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며, 행복한 부부의 조건은 어떤 것이고, 용서와 화해는 어떻게 하고, 지루한 관계와 일상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펼치고, 가사분담에 대한 배려를 이야기한다. 홀로 산다는 것과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것, 병든 부모 모시기에 대한 어려움, 그리고 나이 드는 몸과 더불어 부부의 성생활, 예고 없이 닥친 질병에 대해 그리고 자식들과 손주 보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작가가 아님에도 사람들의 결혼생활과 나이 드는 모습은 다 비슷한 모양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게 되니까. 다양한 부부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상황을 이야기해서 좋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바로 부부 생활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첫째는 거리를 두는 것 둘째도 거리를 두는 것셋째도 거리를 두는 것이다자신으로부터 거리를 두고규범으로부터 거리를 두고환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파트너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다. (110)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구속하거나 상대방을 알려고 한다. 하지만 진짜 사랑하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바라보길 바라는 것보다는 거리를 두고 서로를 생각하는 것 아닐까? 이 거리두기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살아보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소중하거나 너무 귀한 것. 귀하기에 거리를 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부부라는 것. 일심동체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무늬만 부부가 아니라 같이 살기에 더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 이젠 알 것 같다. 나는 남편과 행복하게 나이 들 수 있을까? 때론 괴롭거나 힘들 때 꺼내서 읽어봐야겠다. 혹시 이 책 안에 해답이 있을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거리를 두고 떠 있는 저 달과 별이 시어머니와 나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