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두 얼굴 (최광현)
누군가에게 가족은 따스하고 편안한 관계지만, 누군가에게 가족은 껄끄럽고 불편한 관계일 수 있다. 우린 묘하게 세뇌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헌신적이고 책임감 강한 어머니, 가난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가족. 4인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밥을 먹고 웃음꽃이 피어나는. 이런 이미지로 가족을, 어머니를 표현했고 그게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우리네 가족이 모두 그런 모습은 아니다. 가출 청소년을 집으로 돌려보내면 100% 다시 나온다고 한다. 가출 청소년의 집. 그 집 구성원이 달라지지 않는 한, 아이에게 가족은, 그리고 집은 지옥일 수 있다고 한다. 집을 나와야 편안한 아이들, 가족의 구성원이길 거부하는 아이들에게 가족은 사랑이 가득한 곳이라고 이야기해봐야 소귀에 경 읽기 아닐까?
생각해보면 타인에게 상처받는 것보다 가족에게 상처받는 것이 더 아프고 더 오래간다. 타인은 무시하고 안 보면 되지만 가족은 그럴 수 없다. 눈 뜨면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생활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가족에게 아픈 말을 들으면 그게 더 오래 깊숙한 상처가 되는 모양이다. 사랑해야 하고,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가족. 하지만 사랑하기에 서로 상처 주는 사람 역시 가족이다. 가족을 구성한 구성원 모두 상처받지 않고 화목할 수 있는 방법. 없는 것일까?
‘가족의 두 얼굴’이라는 책을 읽었다. 가족의 편안함보다는 가족을 굴레처럼 생각하는 현대인이 늘면서 가족의 양면을 살펴본다. 결혼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을 꿈꾸지만 행복한 가족은 의지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이런 의지는 가족 구성원을 부담스럽고 힘들게 한다. 나에게는 의지가 충만하니 너에게 문제가 있구나.. 하는 식으로 상대방에서 문제를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어느 가족이든 일방적으로 한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행복한 가족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닐까?
책은 제일 먼저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라고 한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듯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되어 결혼했지만, 관계를 형성할 때 은연중에 심리가 나온다고 한다. 상처받았던 과거가 있거나, 아픔의 흔적이 남았을 때, 내 아내를, 내 남편을 그리고 내 아이를 대하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본인은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그것은 트라우마가 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심연의 위쪽에 자리 잡아 상대를 상처 입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나를 뒤돌아보라고 하는 것이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피하려다 그런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겠어, 하지만 그로 인해 고통받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은 아이러니하다.
과거의 내 상처도 보듬지 못한 채 가족이 된 그들은 그래서 서로에서 상처를 준다. 가족 안의 가장 약자. 혹은 희생양은 참으면서 그 상황을 견디곤 하지만, 다시 그들이 가정을 갖게 되면 누군가가 다시 희생양이 되어 상처가 된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가족 구성원들은 행복한 가족의 비밀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족이 아무리 소중해도 나를 가장 먼저 사랑해야 하고, 가족끼리도 홀로서기를 해야 하며, 진실을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가족들과 감정적 거리를 두는 것 역시 필요하다. 가족을 꾸리며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는 것 중 하나는 감정적 거리 두기다.
우리는 모두 평범한 사람인지라 감정에 '욱'하고 폭발하는 경우도 있고, 화를 참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화가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기에 조심하려고 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이 세상에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화복하고 행복한 가족이 탄생되는 것이 아니듯,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그 이후가, 결혼한 그 이후가 더 중요하고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문장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뭐 화목하지 않으면 어떠한가? '화목한 가족의 틀'. 이 틀을 부숴버리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누군가 만들어 놓은 표본 같은 행복한 가족이 아닌 우리 집 만의 색깔이 있는 개성 있는 가족 만들기. 차라리 이게 더 유연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