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엄마 아빠도 몰랐어(엄도경)
아이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가끔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이 혹 아이의 백지 같은 순수함에 나쁜 지도를 그리는 것은 아닌지. 물론 안다.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은 어쩜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영악하고, 세상의 나쁜 물에 빠른 두뇌회전을 하는지도. 또 어쩜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순수하고 순진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하지만 부모의 말이나 행동보다 더 무서운 것들 중 하나는 아이 스스로 터득(?)하게 되는 세상의 때다. 학교는 어른이 되기 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사회다. 순진하고 착하기만 할 것 같은 아이들이 모인 곳이 학교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임을 어느 순간 느끼게 된다.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 그리고 아이들의 친구 부모가 학교에서 행하는 행동을 볼 때, 참 무섭구나 싶을 때가 많다. 내가, 내 아이가, 우리 식구가 소중하듯, 다른 사람의 아이가, 식구도 소중하다. 하지만 그런 배려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봤을 때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다. 한 아이의 인격이, 우리의 인격이 형성되는 요인은 다양하다.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조심스럽고 늘 생각이 많아진다. 학생이면서 나쁜 짓을 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니까. 그래서 늘 내 생각이 바른 지, 내가 제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지 반성하고 고민하게 된다. 혹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말이나 행동이, 아닌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래서 좋은 강연을 듣고, 책을 읽게 되는 것이겠지.
어른들은 인생 선배니까 그들의 말이 맞을 거라 생각하던 엄마 역시 떠밀려온 지금, 고백하건대 엄마 말은 진리가 아니었어. (18~19)
엄마는 너를 허우대만 큰 사람으로 만들어서 너를 통해 떵떵거리는 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까? (20~21)
실수해도 괜찮아, 실수에서 배우고 고치면 되니까. 네가 가진 참 좋은 특권을 기억해. (40~41)
아이와 이야기하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아이에게 행복하라고 이야기하면서 그 행복에 좋은 학벌과 좋은 직업을 깔아 놓고 이야기했던 것은 아닌지.. 그래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나도 그런 엄마였던가 하는 생각으로. 물론 공부를 잘하고, 이 사회가 말하는 좋은(?) 직업을 가지면 부모 입장에선 자랑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 앞에 자식이 자랑스럽다는 것 자체가 좀 우습지 않나? 어떤 부모든 내 자식은 다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우니까. 그 자체가 기쁨이지, 좋은 직업이나 공부가 아이를 자랑스럽게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부모라는 이름으로 혹 나 역시 아이를 이중적 잣대로 생각하고 바라봤던 것은 아닌지 반성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부모인 나도 늘 방황하고, 헤매고 있다. 나만의 인생 정답을 찾아야 하기에. 그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강요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인생이 타인의 인생과 다르듯 아이의 인생도 자신이 만들어 가는 동안만큼은 다를 수 있으니까.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니까. 어른인 우리도 늘 인생 앞에 허우적거리고 제대로 된 방향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 우리도 그런데 아이들은 또 오죽할까? 시간이 걸리고, 헤매게 되더라도.. 그 자체를 인정하고 싶다. 조금 늦게 가면 어떤가? 제대로 된 방향을 찾기 시작하면.. 그 자체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우리가, 부모가 모두 정답은 아니잖아. 가족을 이루고 있는 나와 남편, 나를 아이를 공부해야 하는 시점이다. 관계는 공부해야하고 알아야 한다. 그리고 비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