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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Jul 21. 2024

필연성과 자유

자신의 본성과 필연성에 의해서만 존재하며, 자기 자신에 의해서만 행동하도록 결정되는 것을 우리는 '자유롭다'고 말한다. (에티카, 제 1부, 정의7)


스피노자는 자유로운 존재는 자신의 '필연성'에 의해서만 존재하고 행동한다고 한다. 필연성에 의해서 행동하면 어떨까? 부자유스런게 없고 괴로운게 없다. 왜냐하면 필연성은 내가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일 자신이 좋아하는 춤을 추는 댄서들, 매일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 매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필연성에 의해서 행동하고 결정되는 '자유인'에 가까울 것이다.




나는 현재 자유로운가? 아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5일은 부자유스럽고 2일은 평일보다는 자유롭다. 평일은 나의 필연성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스케쥴, 회사가 시키는 의무에 따라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평일에 내가 원하는, 나의 필연성에 의해서 행동하는 시간은 아주 적다. 아침에 6시에 일어나서 8시 전에 내 자리에 앉는다. 12시까지 4시간동안 회사에서 시키는, 해야되는 업무를 한다. 그리고 1시간 점심을 먹고 다시 4시간 업무를 한다. 남은 업무가 5시에 퇴근을 하고 집에오면 6시이다. 하루에 12시간을 꼬박 회사를 위해서 사용한 것이다. 많은 에너지를 회사에서 사용했기 때문에 집에오면 에너지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10시에는 자야되기 때문에 저녁먹는 시간 포함해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4시간정도 밖에 없다. 회사 업무 또한 나에게 자연스럽지 않다. 회사 업무는 따분하고 괴롭고 때때로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회사 업무를 하면서 기쁨을 느끼거나 자연스러움을 느끼진 않는다. 그렇기에 나의 하루는 부자유하다. 


자유로운 사람이 되려면 나의 필연성을 찾고 그 필연성을 긍정해야되며 그 필연성을 고수해야된다. 나의 필연성은 뭘까? 필연성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면 우선 그 행동을 했을때 괴롭지 않고 자연스러워야한다. 마치 나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일 것이다. 


나에게 지금 자연스럽고 하고싶은 일은 무엇을까?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34년동안 공부, 창업, 취업 등 부모와 사회에서 시키는 일을 하고 쫓기며 살아서 무엇이 나에게 자연스러운 일인지, 나의 욕망과 필연성은 무엇인지를 돌아보거나 찾을 수 있는 식나을 못가졌다. 나의 '필연성'을 찾아야겠다고 생각조차 하지못했다. 돈을 벌고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는게 우선순위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지금 내가 하면 기분이 좋고 계속 하고싶다고 느끼는 것은 '철학공부'이다. 철학공부는 재밌다. 정말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느낌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사고와 살아왔던 방식을 모두 산산히 깨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다. 왜냐하면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방식과 사고가 나를 점점 더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운 좋게 좋은 선생님과 공동체를 만나서 철학을 접하게 됐고 즐거운 공부 방법을 알게됐다. 다른 곳에서 철학을 배웠다면 이렇게 철학을 좋아하고 꾸준히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글쓰기도 나의 필연성일까는 잘 모르겠다. 글쓰기도 지금은 좋긴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 앞에 카페에 나와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여유롭게 글을 쓰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다만 익사이팅하게 좋다기보다는 배운 것들을 정리하는 목적으로 좋다는 느낌이다. 배운 것들을 글로쓰지 않으면 내 것으로 소화가 안되고 머리 속에서 부유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새로운 철학을 배우고 그 당시에 들었던 생각을 글로 쓰는게 좋다. 글을 쓰면 좀 더 내 생각이 정리가 되고 사고의 확장도 조금씩 된다.


나의 필연성을 찾고싶다. 그 어떤 것도 거스르지 않는 나만의 필연성, 그 필연성에 따라 행동했을때 편안하고 괴롭지 않은 그 필연성을 찾고싶다. 그것을 찾았을때 나도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부처처럼 온화한 부처의 미소를 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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