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돈돈 거리며 살았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부모님이 자식은 모자람 없이 키우려고 노력하셔서 가난때문에 큰 상처를 받은 기억은 없다. 다만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부모님이 돈 때문에 고생하시는 모습은 많이 봤다. 친척들도 대부분 돈이 없어서 명절때마다 돈돈 거리며 근심과 걱정을 하였다. 그런 모습을 어릴때봐서 그런지 나는 성공하고 싶었다. 돈 때문에 구질구질하고 신세한탄하며 살고싶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온 뒤 나는 열심히 살았다. 1학년 1학기를 제외하고 나는 계속 돈을 벌었다. 방학때는 과외와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을 했고 학기 중에는 주말에 베스킨라빈스 알바를 하며 용돈과 생활비를 벌었다. 아버지가 기초수급대상자였기 때문에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그래도 모자란 부분은 다른 외부장학금을 알아보고 신청해서 등록금을 최대한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군대에 다녀와서는 친구들과 창업을 했다. 운 좋게 좋은 기회로 창업을 하게 됐고 덕분에 24살때부터 돈을 벌었다. 최저시급 수준의 월급이었지만 일찍부터 돈을 벌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 쉬지않고 나는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벌고있다.
가난했던 기억때문이었을까. 돈에 대한 집착이 컸다. 그리고 돈이 없을때보다 돈을 어느정도 벌고 난 뒤에 그 집착이 더 커졌다. 힘들게 번 돈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고싶다는 열망보다는 아끼고자 하는 열망이 더 컸다. 돈을 더 버는건 어려웠지만 아끼는건 쉬워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쓰는 돈을 아끼는건 큰 문제가 안됐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아끼는 건 문제였다. 데이트를 할때도 계속 돈 생각이 났다. '이거 오늘 안먹으면 아낄 수 있지 않을까?', '이 선물보다 좀 더 싼거 사줘도 괜찮지 않을까?', '좀 더 저렴한 숙소에서 자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데이트를 할때도 언제나 가성비를 생각했고 더 효율적인 방법, 더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니 해줄 수 있는 것들을 못 해줬고 남들 다 하는 기본적인 것들 또한 못해준 것들이 많다.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니 후회되는 일 중에 '그때 그 돈 괜히 썼어'는 없더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돈을 많이 쓴 것이 후회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해줄 수 있었는데 못해준 것들, 아낀다고 못해줬던 것들만 오로지 생각이 났다.
우리는 어느 것에 후회를 할까? 아마 되돌릴 수 없는 것에 후회를 할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헤어졌을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때 우리는 큰 후회를 한다. 둘 다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쓴 돈, 여자친구에게 쓴 돈을 후회하지 않는다. 돈은 나중에 어떻게든 다시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후회하며 아파하지 않기 위해선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을때 우리에게 무엇이 더 소중한지 알게 된다. 사랑, 생명은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돈은 돌이킬 수 있다. 그렇기에 그만큼 소중한 것이 아니다. 무엇이 소중한지, 무엇을 더 후회할지 생각하며 살아가는게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