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취의 기록 #2
내 관심목록에는 없던 레고조립.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는 큰 해방감에 시원섭섭한 기분만 들 줄 알았다.
그런데 밤마다 찾아오는 외로움이 날 힘들게 했다.
나는 이 외로움을 새벽 두 시까지 손으로 무언가를 꼼지락거리는 행위로 버텨내었다.
자취를 시작하면 초반에 가장 많이 들락날락하는 다이소에서
집을 채우는 물품을 구매하기도 했지만, 내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도 사버렸다.
그게 바로 미니 레고가 되어버렸다.
밤 열두 시쯤 자야 하는 시간에 나는 꼭 레고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 조그마한 조립과정에 온 집중을 다하여 새벽 두 시에 잠들곤 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외로워서 잠이 안 오는 슬프고 우울한 기분을 느꼈다.
이 미니레고의 시리즈가 다양해서 지금은 내 책상 위에 수화기와 커피머신 말고도 네 개의 레고가 더 있다.
웃긴 게, 이 여섯 개의 레고들이 책상의 가로길이에 딱 놓을 수 있는 개수로 맞춰져 있었다.
레고를 조립하면서 내 외로움도 같이 쌓이는 기분이 들었지만
완성하고 난 후의 작은 성취감이 날 기분 좋게 잠들게 해 주었다.
레고 조립으로 한 달은 외로움에서 이겨날 수 있었다.
이후에는 다른 물품들로 집을 채우는 재미로 레고에게 향했던 관심은 사라졌다.
그래도 여전히 내 책상 위의 레고를 보면 24년 1월이 너무 생각이 난다.
나 그때 왜 그렇게 외로운 밤을 보냈지... 하고 말이다.
그때의 헛헛함은 어느 누가 채워줄 수 없었기에 스스로를 잘 챙겨줬어야 했다.
그때의 난, 방법을 몰랐어서 무작정 빠르고 소소한 행복감부터 찾았었다.
이제는 다가올 외로움이 전혀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