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주 소년 Sep 27. 2024

서도호: Speculations

황폐한 황무지 속의 완벽한 집

인천공항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서도호의 집속의 집

이 글은 한국어와 영어가 함께 합니다.

서울 북쪽을 걷는 것은 고된 챌린지였다. 한옥 스타일의 배스킨라빈스와 조선 왕자를 위한 듯한 가게들을 지나, 숨 막히는 날씨 속에서 30분을 걸었다. 이는 나를 기다리는 지적, 감성적 여정의 서막이기도 했다. 고생 끝에 바라던 목적지, 선재아트센터가 눈앞에 보였을 때, 너무 기뻤다. 선재아트센터는 원형 건물로, 쥬라기 월드의 실험실과 구겐하임 미술관을 닮은 모습이었다. 시원한 공기가 나를 반겼고, ‘서도호: Speculations (추측)’가 살아 숨 쉬며 나를 부르는 듯했다.



시드니 현대미술관에서 봤던 서도호의 작품들은 ‘Speculations’에 비해 더 넓은 공간을 차지했었다. 그렇다면 왜 서도호는 더 작은 공간을 선택했을까? 2003년, 서도호는 선재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렇기에 이곳엔 어떤 향수가 깃들어 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완벽한 집이라는 주제가 펼쳐진다. 또 다른 층에서는 철거를 앞둔 오래된 건물들을 다룬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데, 이는 공동주택을 통해 공동체를 탐구한다. 도호에게 집이란 단지 기억이나 구조물이 아니라, 세계화의 힘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나는 ‘무엇이 집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물리적 벽, 사람들, 혹은 그들이 지닌 기억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서도호: Speculations’의 개념은 (작품, 영상, 그리고 건물까지) 서도호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의 영향력 있는 수묵화가였던 아버지를 두었다. 그는 기존의 방식을 따르기보다  바느질에도 손을 대며 재능을 확장시켰다. 그는 다양한 형태의 예술에 능하며, 여러 목적으로 작업을 한다.  시드니 현대미술관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에서 열린 도호 전시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본 마지막 전시는 작은 디테일이 독특했다. 'Hub series', ‘Staircase III’, 그리고 ‘Rubbing/Loving Project’ 등이 그 예다. 반면,  이번 ‘서도호: Speculations’ 전시에서 사회적 성찰을 기반으로 Kolon Sport 생존복과 독창적인 트럭이 마음을 울린다.

Do Ho Suh 호주 현대 미술관 (MCA Australia) 2022


서도호가 바라보는 집의 개념은 일반인의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 생존복과 북극. 그는 서울, 뉴욕, 런던에 집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집은 기후 위기, 거리, 그리고 접근성에 따라 달라진다. 그는 새로운 이동 방식으로, 서울, 뉴욕, 런던 도시에서 똑같은 거리로 닿을 수 있는 보퍼트 해(북극에 가까운)의 한가운데 집을 짓는 것을 상상한다. 그 완벽한 집 옆에는 서도호가 좋아하는 음식과 가게들이 있는 관람차가 자리 잡고 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KOLON Sport와 협력하여 특수 생존복을 제작했다. 이 생존복은 주황색 생화학 방호복을 닮았으며, 극한의 추위 속에서 일주일간 사람이 생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태양광 에너지, 호루라기, 난방 시스템, 그리고 사용하기 쉬운 지퍼로 지속 가능성을 지원한다. 센서나 수동으로 보트로 변환할 수도 있고, SOS 신호를 보내 인디애나 존스의 긴급 구명보트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서도호가 그리는 미래에서는 생존복이 전례 없는 집이 된다. 이 집은 단순한 피난처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세상에 적응하고 인간을 보호한다. 이로 인해 집의 개념은 고정된 건물에서 구원자로 변모한다.


부러움을 자아내는 정원과 금속 Hot Wheels Truck 위에 설치된 한옥은 단순한 장난감이나 조각이 아니다. ‘Secret Garden’은 한국의 마당 공간을 기념하며 휴대 가능한 완벽한 집이라는 개념을 강화한다. 이 한옥은 그의 어린 시절 기억을 재현한 것이다. 아버지가 간절히 원했던 집이기도 하다.  1970년대에 한옥은 유행에 뒤처졌고, 그의 꿈의 집을 지을 건축가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서도호의 아버지는 한때 조선궁의 건축가였지만 수리공으로 일을 하던 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비로소 그의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건축가는 조선궁에 쓰이던 고급 목재로 집을 지었. 원래 궁에서 사용되었다가 해체된 후, 버려진 목재들이다. 그는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청사진이나 줄자 하나 없이 탁월한 기억력만으로 집을 조립한 대단한 건축가였다.


‘서도호: Speculations’에서 서도호는 집을 감정적 지지대이자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재정의한다. 아버지의 꿈의 집에서 생존복, 그리고 북극까지, 선재아트센터에서의 그의 작업은 불확실하고 사라져 가는 상황 속에서 집의 진화를 탐구한다. 이는 집이 우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양을 잡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던진다. 더 이상 정적 피난처가 아닌, 변화하는 세상에서의 거대한 여정이다.

서도호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가본 경주의 사천왕사지








Do Ho Suh: Speculations
A Perfect Home in a Wasted Wasteland

Home Within Home by Do Ho Suh welcomed us at Incheon Airport.

Striding along Northern Seoul was a taxing, physical challenge. I passed through a Hanok style Baskin Robbins, shops fit for a Joseon Prince, and walked for 30 minutes in stifling conditions. It was also a prelude to the intellectual and emotional journey awaiting me at the Sonje Art Centre. Relieved to see the objective of my misery, the Sonje Art Centre, I noted that the Sonje Art Centre was a circular building. This somewhat resembles a Jurassic World laboratory and the Guggenheim Museum. A blast of cool air awaited my entry: Do Ho Suh: Speculations had come alive.


Visually, Suh’s works in MCA Sydney took up more space than Do Ho Suh: Speculations. Therefore, why had Suh chosen a lesser space for his works? It was in Sonje Art Centre that he had his solo debut in 2003. A sense of nostalgia thus circulates around the area. Upon entrance to the hall, the theme of a perfect home will unfold, a theme evident in the exhibition. Another floor up is a video prompting old buildings destined for demolition, exploring communities through the lens of shared housing complexes. For Suh, the notion of home is not just a memory or a structure but an adaptation to the forces of globalisation. Questioning what makes a home, I select either the physical walls, the people, or the memories they hold.


The concept of Do Ho Suh: Speculations (the artworks, films, and even the building) relied on the understanding of Suh. Born to a family of artists, he had a father who was a pivotal Korean ink painter. Do Ho Suh, however, rarely took up his chisel to the rock and instead his sew was in need of repair. He also specialises in most forms of art and works in various purposes. It helped that I took a visit to 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in Sydney when Do Ho Suh was held. The last exhibit was unique to small details, with the Hub series, Staircase III, and Rubbing/Loving Project. Instead, Do Ho Suh: Speculations is based on social contemplation, courtesy of a Kolon Sport sponsored survival suit and an extraordinary truck resonating with me.

Do Ho Suh MCA Australia 2022


Suh’s perspective of a home varies greatly to the commoner's mind: a suit and the Arctic. Suh owns homes in Seoul, New York, and London. However, his ideal home is determined by the climate crisis, distance, and accessibility. He imagines planting the houses midpoint in the Beaufort Sea, where he can travel to each city equally, while experiencing a new way to travel. A ferris wheel is situated next to the perfect home containing Suh's favourite food and shops. To survive in such harsh, freezing terrain, Suh worked with KOLON Sport to create a specialised survival suit. This suit, resembling an orange biohazard outfit, can sustain a person for a week in extreme cold. It supports sustainability with solar power, whistles, a heating system, and an easy-to-use zipper. The suit can even convert into a boat (by sensors or manually) and send an SOS signal, emulating the emergency raft from Indiana Jones. In Suh’s vision of the future, the survival suit becomes an unprecedented home - one that not only provides shelter but also protects and adapts to the world around it. This alters the idea of home from a fixed building to saviour.


An enviable garden and a Hanok house mounted on a metal Hot Wheels truck is neither a toy or a simple sculpture. Secret Garden celebrates the Korean courtyard space and reinforces the idea of a portable Perfect Home. The Hanok house is a recreation of his childhood memories: a house his father begged for. Nevertheless, Hanok houses fell out of fashion in the 1970s, so finding an architect for his dream house was near impossible. Suh’s father was close to giving up when he met a former Joseon Palace architect assuming the role of a handyman. The architect built the house out of robust, high-quality timber used to build the former Joseon Palaces. The wood, used in the original palaces, was abandoned after the dismantling of the Joseon Palaces. However, unlike any other architect in the world, he never used nails, blueprints, and measurements tools, instead resorting to his sharp memory.


In Do Ho Suh: Speculations, Do Ho Suh redefines home as both an anchor and a livable space. From his father's dream house to survival suits and the Artic, Suh's work at the Sonje Art Centre explores the evolution of home in uncertain and disappeared scenarios. It pushes us to question whether home is something we build or something we shape into. It is no longer a static sanctuary but a big journey of its own in a changing world.

Following the footsteps of Do Ho Suh: visiting the Silla Four Heavenly Kings Site in Gyeongju


작가의 이전글 호주 미술관에서 칼 마르크스를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