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고민하고 준비해 오던 날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과 일과들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싶었는데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다는 게 나에게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하더라..
신혼 초부터 남편과 대략 60살쯤 되면 은퇴하고.. 아들도 독립하고..
그때쯤엔 꼭 해외에 살아보자 다짐했었다.
그랬던 생각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며 수정되고 수정되어 캐나다로 이주를 결심하게 됐다.
계획했던 날들이 다가오고 어느새 집을 비우고 짐들을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모든 짐들을 가지고 이주할 생각이 아니라 우리는 캐나다 쉬핑이라는 업체로 결정하고 20개의 박스에 꼭 필요한 물건들만 담기로 했다.
우체국 박스 5호 정도에 해당하는 박스와 그보다 작은 박스를 섞어 20개 패키지를 신청했다.
무엇은 담고 무엇은 버리고.. 생각보다 결정하는데 너무나 어려웠다. 매일을 싸고 담고 버리고 나누고... 치열하게도 했다.. 결국 조금 초과되어 24박스를 캐나다로 보내고..
(포장해서 연락하면 업체에서 짐들을 가지러 와주신다.)
2달가량 지난 지금은 무슨 짐을 보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집을 비우고 친정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최소한의 옷과 물건으로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미니멀하게 살아야지 다짐.. 또 다짐하게 된다.
(참고로.... 다이슨 에어랩이 전압이 안 맞아서 캐나다 내에서 사용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가기 전날까지 고민했다. 와서 보니 3000 KVA 변압기를 구입해서 오니 한국과 변함없이 사용 가능하다. 변압기가 8.5kg 정도로 꽤나 무겁지만 캐나다 아마존에서 구입하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비싸다. 그리고 캐나다에 와서 다이슨에 문의 메일을 보내보았더니 교환이 가능하다는 답변도 왔다. 교환 절차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빠르고 정확한 답변을 주었다. 나는 변압기도 사 왔고.. 한국에 가져가서 쓸 수도 있으니 그냥 쓰는 걸로..^^)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잘 한 선택일까.. 잘 해낼 수 있을까..
익숙하고 안정된 삶을 뒤로하고 인생에 엄청난 도전을 해도 되는 걸까..
4년 조금 넘게 살았던 동네에서 좋은 기억과 추억들이 많아 참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라는...
외동인 아들이 조카들과 함께 같은 단지에 지내며 삼 형제로 왁자지껄 참 애틋한 추억들을 많이 쌓았다. 감사한 순간들..
떠나려니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하고.. 너무 아쉽고 눈물이 나지만 씩씩하게 걸어가 보자..!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용감히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더 바보처럼 살리라.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더 많은 산을 오르고, 더 많은 강을 헤엄치리라.
아이스크림은 더 많이 그리고 콩은 더 조금 먹으리라.
어쩌면 실제로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어나 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나단 스티어의 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