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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Aug 11. 2021

해외파 부럽지 않은, 국내파 영어 접근법 5가지

[방탄의 RM, 봉 감독 언어 아바타 샤론최의 공통점?]

 언어를 말하고 쓰는 것이,
내가 바꿀 수 '없는' 영역에 국한되는 것을 원하시는지요?

 

얼마 전,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에서,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 샤론최(최성재)님의 인터뷰를 보았다. 최성재 님은 영어의 습관화를 강조하며, 관심사를 접목시키는 것을 추천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본인이, 그와 관련된 라디오 및 팟캐스트를 듣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좋아하는 책의 원서와 번역본을 비교해 보기도 하는 방식을 그 예로 들었다. 그런데 관련 프로그램 댓글에서 심심치 않게 맞닥뜨리는 자조 섞인 멘트들이 있다. 

“샤론 최도 유년기 해외 경험이 있다. 결국 영어 유창성을 위해서는 해외에 나가야 한다. 국내파는 한계가 있다.”
“국내파 RM이 영어를 잘하는 것은 미드 <프렌즈> 덕분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남준의 두뇌 덕이다. 대다수에게는 불가능한 벽이다.”
“봉 감독 통역사가 영어를 잘하는 이유는, 그냥 그녀가 머리가 좋기 때문이다. 노력이 아니라 재능이다.”    

여기서 그 멘트를 남기신 분들께 역으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언어를 말하고 쓰는 것이, 내가 바꿀 수 '없는' 환경, 혹은 '타고난 재능'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을 원하시는지요?"


종종 언어라는 분야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모국어인 한국어, 같은 한국어를 해도, 말재간이 넘치고, 언어 순발력이 뛰어난 이들이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방탄의 RM이나, 봉 감독님의 통역사가 타고난 언어적 감각을 지녔다는 것을 누가 부인할 수 있으리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뒤에 숨겨진 노력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나 역시 “저 사람은 머리가 좋은 거야. 그러니까 난 노력해도 안 돼.” 라던지, “저 사람은 해외파잖아. 살다 왔으니까(혹은 살고 있으니까) 잘하는 게 당연하지.”라는 말로, 누군가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해 두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노력이 아닌 재능으로 규정짓고, 영어 사용 국가에 살지 않는 스스로의 환경을 탓하기만 한다면, 우리에겐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본론에서는 '자가점검 문항 5가지' 및 그에 따른 해외파 부럽지 않은 국내파 영어 접근법 제시해보려 한다.     




"일상/업무 중 영어로 생각하시나요? 우리말 대 영어 일대일 직역이 아닌, 이 상황을 영어로 풀어낼까 고민하시나요?"

첫째, 나의 일상 혹은 업무 순간순간, 이 상황을 영어로는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고, 말해본다. (혼자서 중얼중얼 일지라도). 구글링도 하고, 사전도 찾아보면서, 능동적으로 영어사고환경을 조성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한국어 대 영어의 일대일 직역이 아니라 상황을 풀어서 영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대다수의 한국인에게는 가장 어렵다. 영어 텍스트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학습자들 대다수가 한국어 대 영어 일대일 대응을 시키려고 한다. 초반에는 직역 방식으로 연습하더라도, 점차적으로 단어 하나하나가 아닌, ‘이미지화된 상황을 영어로 전달하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가령, 영화 <장화 신은 고양이>에는 말썽을 부리고 다니는 주인공들에게, 양어머니께서 “너희들 이럴 애가 아니잖니.”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우리가 이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직역 방식으로 “You are not the kids who would do such a thing.” 혹은 “You shouldn’t have done such a thing. You know that.” 등이 떠올랐을 수 있다. 실제 영화에서는 훨씬 간결하게 “You are better than this.”로 표현했다. 비슷한 영어 표현으로 “You know the right thing to do.” 등이 있다.


영어란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미묘하게 어감이 달라질 수 있기에, 정답이 하나만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단, 영어에서 자주 쓰는 표현들을 알아두고 기억해 두되, 평소 일상에서 “이 상황을 영어로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훈련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영상을 본 후, 스크립트 확인하시나요?"

둘째, 영화/미드/애니 등의 영어 영상을 시청 후에는 반드시 스크립트를 확인 및 정리한다. 대다수는 이 부분을 하지 않는다. 너무 번거롭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영화 혹은 미드를 한 번 보고, 흘려 지나갔을 때, 내 것이 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스크립트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먼저 내가 보고 들으며 이해한 부분과 실제 원어민 화자의 발화와의 간극(gap)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함이다. 다음, 영상으로 시청 후에 텍스트로 다시 접함으로써, 뇌의 인지구조에 한번 더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내가 배우가 되어 눈빛, 제스처까지 혼연일체가 되어 말해보셨나요?”

셋째, 1회 이상 시청 후, 대본까지 확인했다면, 모방하여 말한다. 보고 듣고, 따라 말하기의 과정인데, 이때 추천할 점은 제스처 및 표정까지 관찰 및 모방하면 좋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을 모방하여 말하기를 하면 효과는 더 좋아진다. 의외로 이 부분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령, 내 남편의 경우도 그러한데, 그의 입을 빌리자면, "닭살 돋고, 낯 간지러워서" 못/안 하겠다고 한다. 외국어를 입 밖으로 내뱉기 위해서는 조금 뻔뻔해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때론, "내가 이 구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다."란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따라 말하기의 구체 방법론에 있어서, 중고급자 이상인 경우, 한번 시청한 영화/미드/애니 등의 영상을 다른 일(가령, 통근/통학 중 운전 혹은 대중교통 이용, 가사 등)을 하면서 흘려듣기의 방식으로 들으며 중얼중얼 따라 할 수도 있지만, 초중급자의 경우에는 이 부분이 쉽지 않다. 초중급자의 경우, 영상을 가능한 '세분화'한 후, ‘구간반복’을 하며, 따라 말하기를 한다.


"당신의 영어 인풋은 정말 충분했을까요?"

넷째, 조금씩이라도 매일매일 하되, 지금까지 밀도 있는 영어 학습을 해 본 적이 없다면, 한 번은 1개월이든, 3개월이든, 1년이든, 스스로 할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초집중, 몰입해서 영어 인풋을 투여한다. 우리가 하는 착각이, 스스로는 영어 인풋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중, 고등학교 도합 6년을 보냈고, 대학시절 4년 동안도 영어 공부를 해 왔고 최소 10년 이상을 영어에 돈과 시간을 투자했는데, 영어 말하기는 안 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그건 대한민국의 평가 제도로부터 비롯된 입시 위주의 영어 학습의 문제이지, 여러분의 문제는 아니다. 즉, 여러분의 인풋이 충분한데 연습이 부족해서 영어 말하기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실용 영어에 필요한 영어 인풋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말하기가 안 되는 것이다.


나의 개인적 사례를 들어보자면,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스토리에 푹 빠져서, 서가에 꽂혀 있던 성인 대상의 문학전집(한국문학, 서양문학 가리지 않고) ‘우리말로’ 읽었다. 당시 읽었던 책들이 <닥터 지바고>,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등인데, 같은 소설책을 영어로 읽을 수 있었을까? 턱도 없다. 대학에 입학해서야, 원어로 된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펼쳤는데,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수십 개 이상 등장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 자체가 매우 고역이었다. 대학 입학 이전에, 영어 영화, 팝송 등을 통한 듣기는 수년간 워낙 생활화 해왔던지라, 대학 새내기이던 당시에도 신변잡기 말하기 수준의 기본적 영어 회화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느꼈다. 단, 깊이 있는 대화나 제대로 된 작문을 하기에는 구멍이 많았던 것이다.


결론, 여러분의 영어 인풋이 충분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책을 좋아한다면 영어로 된 책을 수십 권은 읽었어야 하고, 책과 친하지 않다면, 영어 영화 및 미드 등을 최소 일백 편 이상~수백 편은 봤어야 제대로 된 아웃풋이 나올 만큼의 영어 인풋에 가까워진 것이다.      


"아무말 대잔치라도 입을 떼 보세요. 단, 음성기록/문자기록을 남기셨나요?"

다섯째, 입을 떼 본 경험이 없다면, 아는 단어도 말로 안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영어 인풋을 꾸준히 쌓되, 아는 문장에 대한 입 떼기 훈련을 병행한다. 스피킹 파트너가 있다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소모임, 전화 영어 등을 병행하는 것도 괜찮다. 주의점은, 자가 연습의 경우는 더더욱, 음성기록, 혹은 텍스트 채팅 방식이었다면 문자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제스처 및 표정까지 확인 가능하므로 영상 기록의 경우, 더욱 바람직하다. 스스로의 발화 녹화본을 본다는 것은(본인 외모와는 상관없이) 셀피(selfie)조차 어려워하는 누군가에게는 상당한 고역일 수 있지만, 효과는 만점이다. 이 역시 갭(gap) 확인을 위함이다. 언어를 배우는 초기에 설령 ‘아무말 대잔치’를 한다 할지라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원어민 화자와 내 발화와의 차이를 확인하고, 더 나아지려는 노력이 없다면, ‘아무말 대잔치’에서 큰 발전이 없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재능'의 영역은 범접불가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나 앞선 글에서 언급한 적 있듯이, 애초에 목표 자체를 '범접 불가함'이 느껴지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 혹은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 수준으로 설정할 필요가 없다. 화려한 말솜씨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메시지/나만의 콘텐츠를, 나의 가용 어휘로, 명확하게 그리고 공감할 수 있도록 전달하겠다는 목표로 정진하면 된다.


또한,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현재에, 국내파라서 못한다는 말은 스스로 설정한 한계에 불과하다.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손쉽게, ‘영어 사용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필요한 건 당신의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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