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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Feb 08. 2022

내가 이렇게 살아가면 진정 후회는 없을까?

있잖아.
내가 대학교 전까지는 대학교만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어.
엄마아빠가 대학교는 그래도 좋은 곳으로 가야된다고 하니까 좋은 곳으로 갔다?
대학교 들어갔더니 또 공부를 열심히 해야된대.
공부를 또 열심히 했어.

졸업하자마자 일도 시작했지. 
아빠는 나한테 월급 중 100만원을 저금하라고 하시더라?
월급이 얼마된다고....
뭐... 어떻게든 100만원씩 모으기 시작했어.

3년이 지나니까 4000만원 가까운 돈이 모였어.
그 돈이 모이니까 아빠가 나한테 결혼하라고 하시더라고.
난 이제 20대 중반일 뿐인데...

현타가 왔어.
내가 정말 바라는 삶은 이런 것인가.
내가 이렇게 살아가면 진정 후회는 없을 것인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현타가 온 친구는 그때부터 불나방같은 삶을 살았고

그 와중에 꼭 가고 싶었던 미국 어학연수도 1년 다녀왔으며

미국에서 시민권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해서 미국시민이 되어볼까도 고민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은 한국으로 돌아왔고

지금의 직업을 꾸준히 이어갔으며

지금의 남편을 만나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미국에서 돌아온 거 후회안해?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아?


글쎄.

사실 나 그때 내가 하고 싶은거 다 해봤어.

하고 싶던 걸 다 해보니까 그냥 별게 없더라고.

안가본 길이었으니 동경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뭐.... 똑같더라.



근데 있잖아.
만약 그때 아빠가 결혼하라고 할 때 결혼했었으면
지금과 똑같이 살아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난 지금 후회하고 있을 것 같아.




동생인 아이인데 언니같이 느껴졌다.

내가 방황하고 내가 가지 않은 길들에 대해 한결같이 동경하고 있는 이유가 

이 아이가 말했던 그 이유는 아니였을까.



공부하라고 해서 공부를 열심히 했고

그 길을 따라 갔더니 지금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아빠의 "내 퇴직 전에는 결혼을 해야한다"라는 말씀을 난 꼭 지켜야 될것처럼 지켰고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가졌고 아이를 정성껏 키웠다.



그리고 지금이 되었다.

어릴적부터 정해져있던 그 컨베이어벨트 위에 내 몸을 올리려고 하는 요즘이다.




그때의 나는 주어진 길에 순응하며

그 길을 따라 열심히 걸어왔을 뿐이다.

내가 동경했던 길을 가보지 않았으니까

미련이 남고 아쉬운 거다.






동기들을 만나면 죄책감을 느낀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그들의 삶 속에서 보람을 느끼며 한껏 웃는 그들이 부럽다.

같은 일을 하고 있으나

웃지 않고 불만가지는 내 마음에 죄책감을 느낀다.



새로 시작해보려고 결심했으니 정해진 그 길을 걷기로 했다.

그렇다고 그 길만 보지 않기를 다짐한다.

 길 옆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길만 가기에는

내 인생이 아직 너무 길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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