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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 Ception Nov 18. 2020

인생마술: 표지 디자인 프로세스

책의 내용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표지 만들기

내게 있어 책의 표지 디자인을 하는 것은 책의 내용을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표현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도 책 속 내용이 전달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책의 내용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표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름의 프로세스를 거쳐 디자인을 하고 있다. 내가 진행하는 디자인 프로세스는 크게 3 가지로 나누어진다.


1.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및 해당 책 읽기

2. 시안 작업

3. 프로토타이핑 및 완성


각 프로세스에서 어떠한 작업이 진행되는지〈인생마술〉표지 디자인 과정을 통해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1. 표지 규격 파악 및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디자인은 결국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시각화하는 작업이기에 모든 답은 클라이언트와 소비자에게 있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사전 조사를 진행한다. 클라이언트가 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 꼭 들어가야 할 내용 등 표지를 디자인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제반사항을 파악한다.


요구사항 파악 후 디자인 방향성 잡기
〈인생마술〉원서 표지

원서의 앞면에는 책의 제목과 부제, 그리고 작가의 이름을 활용하여 디자인이 되어있다. 뒷면에는 저자의 사진과 책을 소개하는 글이 적힌 전형적인 원서의 형태를 하고 있다. 원서 표지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기에 기존 표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제안을 했으나, 번역서인 것을 감안했을 때 한글로 된 표지가 더 좋을 것 같다고 하여 한글을 활용한 표지 작업이 시작되었다.

 

인생마술을 명조체로 책 표지 중앙에 작게 적는다거나, 제목을 크게 꽉 채워 적는 등 여러 의견이 오갔고, 그러던 중 인생마술의 초성인 "ㅇㅅㅁㅅ"을 활용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위와 같이 초성을 세로로 나열하면 사람이 테이블 뒤에 서 있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고, 이 모습이 마술사가 테이블을 두고 마술을 시연하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ㅇㅅ

ㅁㅅ

그러나 인생마술이라는 책의 제목을 인지하는데 세로 배치보다 위 배치가 더 수월할 것이라 판단했다. 이 배치를 유지한 상태에서 각 초성을 확대해 표지를 채우는 것으로 디자인 방향성이 정해졌다.  



표지 규격

크기: 152 x 224 (mm)

책등: 4mm


디자인 요구사항

〈인생마술〉의 초성인 "ㅇㅅㅁㅅ"을 표지에 꽉 채운 모습을 사용할 것

저자의 이름과 역자의 이름은 "ㅅ"의 안쪽 부분의 왼쪽에 대각선 방향으로 적는다

회사 로고는 뒷면 하단 중앙으로 보낸다

검은색과 하얀색만 사용한다

책의 부제는 "ideas and mysteries"지만, 생략할 예정








2. 시안 작업: 클라이언트의 요구 시각화


인생마술 초성을 활용한 1차 디자인
인생마술 표지 디자인 시안 1

우선 몇몇 폰트를 활용해서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각 폰트의 비율이나 형태가 표지와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초성을 도형으로 바꾸어 작업을 진행했다. 원과 사각형 그리고 삼각형은 기본 도형으로써 세상의 모든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이 인생마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관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침 인생마술의 초성 속에도 모든 도형이 있다! 



각 도형을 선으로 표현하여 인생마술의 초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시안으로 정했다. 문제는 해당 시안이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 속 버튼의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초성으로 느껴지기보다 컨트롤러의 느낌이 먼저 다가왔기에 수정이 필요했다. 



도형을 활용한 2차 디자인
인생마술 표지 디자인 시안 2

원과 정사각형, 그리고 삼각형을 합쳐 인생마술을 표현하는 로고를 만들었다. 기존의 초성을 활용한 디자인에서는 벗어났으나, 클라이언트가 도형을 활용하는 것에 동의하여 위 두 시안 중 오른쪽 시안으로 결정이 될 예정이었다.  

왼쪽은 인생마술 로고이며, 오른쪽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의 로고이다

제작 결정 전에 각자의 지인에게 표지를 공유했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인원으로부터〈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속 '죽음의 성물'을 나타내는 로고가 연상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인생마술 보다는 죽음의 성물이 더 연상이 된다고 판단했기에 이 표지 또한 선정이 되지 않았다.



1차 시안을 다시 개발하다
인생마술 표지 디자인 시안 1-2

앞서 설명한 시안 1을 가지고 디자인을 수정했다. 선의 굵기를 조정하여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의 느낌에서 멀어질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또한, 앞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ㅅ 부분에 저자와 역자의 이름을 넣었다. 오른쪽 시안을 보았을 때 삼각형에만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디자인의 균형을 깨뜨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대편 원에 책의 제목과 부제를 적어 원서와의 연관성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균형을 맞췄다. 








3. 프로토타이핑을 통한 비율 잡기


화면에서 보는 이미지와 실제로 보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단순한 디자인일수록 비율과 크기를 실제로 확인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아래의 이미지는 표지에 들어갈 디자인 요소를 글씨 크기별, 그리고 도형의 크기별로 정리한 도면이다.

실제 크기 측정을 위한 프로토타이핑

이 과정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글씨와 도형의 크기를 정한다. 원형에 들어가는 글씨는 12pt, 삼각형에 들어가는 글씨는 10pt로 정했다. 폰트의 경우 책 내용에 쓰인 폰트와 동일한 폰트를 사용했으며, 원에 들어가는 글씨는 책의 원제목이었기에 저자와 역자에 사용한 폰트보다 크게 사용했다. 도형의 크기는 원의 경우 지름 55mm, 삼각형의 경우는 높이 52.5mm를 사용했다.


인쇄소에서 뽑은 프로토타입

전체적인 크기와 비율을 정한 뒤에 인쇄소에서 실제로 표지에 사용할 종이와 같은 재질의 종이에 선택한 시안을 뽑아봤다. 가정용 프린트에서 뽑는 것보다 더 정확한 색감을 볼 수 있기에 최종 결정 전에 항상 인쇄소에서 뽑는 작업을 진행한다. 아래 이미지는 앞선 과정을 거쳐 완성된 최종 표지다.






에필로그



표지 디자인을 이유로 디자인 작업 전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짧은 책이었지만 내게 정말로 큰 도움을 준 내용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렇기에 표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제법 부담이 되었다. 인생마술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작업을 하는 데 있어 클라이언트와의 소통만큼은 수월했다는 점이다. 책을 읽고 작업을 했기에 각 요구사항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었고, 내 디자인도 보다 쉽게 이해시킬 수 있었다. 일례로 앞서 이야기한 초성을 도형으로 바꾸는 아이디어는 책의 내용에서 도출할 수 있었고, 이를 설명했을 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나 자신이 책을 읽고 느꼈던 이 책의 주제가 표지를 통해 이 글을 읽는 독자와 인생마술을 읽은 독자에게 조금이나마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훌륭한 내용으로 내게 큰 영감을 준 저자 로렌스 하스 박사님과 이 책을 번역 및 출판해준 최범준님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1.〈인생마술〉독후감

https://brunch.co.kr/@deception/20


2.〈인생마술〉은 〈루카스퍼블리케이션〉에서 출판한 번역서다. 

https://lukaspublications.co.kr/product/lifemagic

 

*궁금하신 사항이나 피드백은 댓글로 적어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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