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여진 일상에서 유일하게 우리만의 이야기를 기획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싶은 생각 때문이다. 이번 주는 미국에서 친구부부가 왔다. 외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손님맞이 음식은 집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강해서이기도 하다. 아침부터 갈비를 재우고 당면을 불려 잡채를 만들었다. 텃밭에서 키운 배추로 직접 담근 멸치액젓을 넣은 김치를 포기채 상에 올리고 갖가지 반찬을 더해 잔칫상을 차렸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신랑도 친구 신랑과 맥주를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 다행히 미국인 친구남편도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식사를 마무리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며 밤늦도록 오랜만의 만남의 회포를 풀었다.
일요일 아침밥은 소고기 콩나물 밥이었다. 소고기를 간을 해서 들기름에 살짝 볶아내고, 콩나물과 표고버섯을 슬라이스 해서 불려놓은 잡곡에 올렸다. 밥이 되는 동안 김치만두를 만들었는데 김치 한쪽을 그대로 펴고 다진 돼지고기, 팽이버섯, 다진 양파, 다진 마늘을 섞어 동그랗게 빚어 김치를 둘둘 말아 하나씩 만든다. 동그란 김치를 냄비에 채우고 물을 붓고 푹 끓여내면 찌게와는 다른 시원한 맛이 일품인 김치만두가 된다. 소고기 콩나물밥을 비벼먹을 달래장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돌김을 구워내고 쪽파 송송 달걀말이를 올리면 간편하면서도 맛이 일품인 한정식이 된다. 그전에 애피타이저로 사과, 마, 당근, 우유, 꿀을 넣고 건강주스를 만들어줬더니 배도 든든하고 건강도 단단히 챙길 수 있는 특별한 주말 상이 되었다. 그렇게 정성스러운 음식과 함께 소중한 사람들과 특별한 주말을 보냈다.
이제 연말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서로의 안부가 부쩍 궁금한 날들이지만 대외적으로는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일상이 되고 있다.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징검다리가 되어 이 시기를 잘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