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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화 Dec 05. 2020

코로나 시대와 유치원

B영유의 스쿨버스는 내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어렸을 때 길을 가다 'OO외국어고등학교' 이름이 쓰여있는 스쿨버스를 우연히 봤다. 전용버스를 타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언니 오빠들이 특별하게 보였다. B영유의 스쿨버스는 과거 외고 버스와 생김새가 달랐지만 스쿨버스에 대한 좋았던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순전히 스쿨버스 때문에 막연히 아이가 크면 B영유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상담문의를 하려고 B영유에 전화를 했다. 방문상담이 가능하다고 했다. 여러 날짜 중에 내가 원하는 시간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상담예약부터 체계적인 것 같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소규모 단위로 설명회가 열렸다. 나를 포함한 5명의 학부모는 원장실로 들어갔다. 각각의 자리에는 B영유 안내 소책자와 함께 입학원서가 놓여 있었다.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것을 꺼리는 탓에 처음엔 대충 적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1시간 넘게 열정적인 원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가슴이 찡하게 울렸다. 이곳에 아이를 맡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기울고 있었다. 혹여나 아이의 입학원서가 누락이 될까 봐 빈칸 없이 꼼꼼히 적고 나왔다. 


입학은 선착순 입금 순서로 결정된다고 했다. 5세 반은 남녀 12명씩이었다. 예정된 시각에 예약금을 빨리 보내는 것이 중요했다. 정시가 되어 내가 일일이 숫자를 눌러 입금을 하는 것보다 예약이체를 걸어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예정된 시간에 예약금을 보냈으니 당연히 12명 안에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오후, 결과가 문자로 통보되었다. 


"대기 OO번입니다."

얼떨떨했다. 예약금이 입금된 시각은 오전 11시 정각이 아닌 11시 3분이었다. 3분 차이로 벌어진 일이었다. 내 마음에 들더라도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학원이 아이들을 선택하는 느낌이었다. 예약금을 걸어놓으면 대기 상태가 1년간 유지된다고 했다. 입학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좀 지켜보기로 했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우연히 영유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었다. 선착순 입금에 성공하는 요령을 알려주었다. 수신자와 같은 은행을 이용하거나 아는 은행 직원 부탁하기 또는 전가족이 입금하기 등 빨리 입금하는 방법도 다양했다. 그것을 읽고 나니 이런 방법을 쓰지 않고도 대기 OO번을 받은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코로나 특수성을 생각해야 했다. 코로나가 대규모로 퍼지기 시작하면 교육부 산하의 국공립 사립유치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 워킹맘은 당황스럽다. 아이를 돌봐줄 수 없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국가적으로 위기상황은 맞지만 당장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것도 가족의 위기다. 반면 영유는 방역수칙을 지킨다면 운영이 자유롭다. 그 점이 일유와 영유 사이에서 선택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었다. 


전국적인 코로나 유행으로 영유마저도 닫아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B영유는 원격수업으로 대체했다고 했다. 조금 의아했다. 5세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그것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지... 높은 원비에 비해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B영유 원장님도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정규수업이 예전만큼 잘 이뤄지지 못해 아이들의 영어 수준이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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