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낭화 Dec 10. 2020

유치원 원서를 썼습니다

"이곳을 졸업한 아이들은 어디로 가나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처음에는 집 앞에 유치원이 없다는 사실이 막막했다. 주변 유치원에 대한 사소한 정보라도 얻고 싶었다. 담임선생님과 소통하는 수첩에 대뜸 질문을 적었다. 선생님은 질문을 받고 당황하신 것 같았다. 졸업 후 아이들마다 가는 곳이 다르다며 주변 학부모들과 정보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애매모호한 답이 돌아왔다.


"어느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세요?"


어린이집 등 하원 시간에 종종 학부모들과 마주쳤다. 평소에는 눈인사만 하고 가볍게 지나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먹했던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원 시 어린이집 문 밖에서 아이를 기다리거나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말이다. 아이의 진로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집에서 그나마 가까워서 염두에 뒀던 곳이 얼마 전 폐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0월이 되면서 일반 유치원(이하 일유)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첫 단계로 '처음 학교로'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했다. 집 주변의 국공립 및 사립유치원에 대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단순히 유치원 정보를 열람하는 용도라면 '처음 학교로'에 로그인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11월부터 시작되는 일유 입학원서 접수를 위해 미리 회원가입을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곳에 들어가면 일유의 모집 요강 및 설명회 유무, 원서접수 일정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코로나 때문에 일유에서 설명회를 하는 것은 아주 드물었다. 대부분 전화로 입학 상담을 받았다. 유치원 모집인원을 포함한 자세한 사항은 원서접수 시기가 되면 '처음 학교로'에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정보가 부족했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것을 정하는 순간인 것 같은데 알맹이 없이 결정해야 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코로나라는 현실이 너무 아쉽게 다가왔다. 


대신 '일유 투어'를 수시로 했다. 아이와 함께 낮에도 가고 남편이 퇴근하면 밤에도 산책 삼아 다녔다. 일유의 겉모습은 저마다 달랐다. 운동장이 넓어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만든 곳도 있었고 건물이 탄탄하게 지어진 곳도 있었다. 인터넷 정보와 건물에 대한 인상을 가지고 3곳을 추릴 수 있었다. 작년과 달리 1 지망을 소신 지원하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1 지망으로 추첨되면 2, 3 지망 추첨 명단에서 제외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1 지망을 선택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평소 관심 있었던 일유의 설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과 거리가 멀어 내 마음에는 3순위로 생각하던 곳이었다. 실내화로 갈아 신고 내부에 들어가는 순간 그 생각이 바뀌었다. 마치 작은 학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치원 앞마당에는 놀이터와 작은 동물원이 있고 주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었다. 원장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교육 프로그램도 알차보였다. 이곳이라면 3년간 아이가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회를 듣고 나니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었다. 설명회 한 번에 해당 일유를 거침없이 선택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시대와 유치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