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접수 후 1주일이 흘렀다. 시간이 참 더디게 갔다. 합격자 발표는 오후 3시였다. 평소처럼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집안일을 했다. 침착한 마음으로 기다리려고 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초조해졌다. 엄마는 며칠 전 꾼 꿈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고 했다. 그 꿈을 믿고 싶었다.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정각 3시가 되었다.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합격자 발표를 알기 위해 '처음 학교로'를 검색했다. 해당 시간에는 접속자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려와 달리 쉽게 접속이 되었다. 로그인을 하고 선발 결과 확인 버튼을 눌렀다. 유치원 1 지망란에 '선발'을 알리는 파란 버튼이 보였다. 2, 3 지망란은 추첨 제외라고 쓰여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확인했다. 그토록 원했던 유치원에 선발되었다는 표시가 있었다. 얼떨떨했다. 결말은 이렇게 간단했다. 유치원에 선발되기까지 내 머릿속이 복잡했을 뿐이었다. 해당 유치원에서도 나와 남편에게 합격 축하 메시지를 보내줬다. "합격을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자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동네 맘 카페에 유치원 관련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합격이 아닌 대기 번호를 받았다고 위로해달라는 글이 현저하게 많았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결과는 저마다 달랐다. 모두 다른 유치원을 1 지망을 선택했다. 구립 어린이집에 선발된 경우도 있었고 사립유치원에 붙은 아이도 있었다. 지원한 3군데 유치원 모두 대기 번호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아쉽게도 같은 유치원에 붙은 동네 친구는 없었다.
합격자가 되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날 까먹지 말고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처음 학교로'에 접속해 해당 유치원의 '등록'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다. 이것을 하지 않으면 다음 대기자에게 기회가 넘어갈 수도 있다고 유치원 설명회에 갔을 때 원장님이 설명해주셨다. 기분 좋게 등록 버튼을 클릭했다.
얼마 뒤 일유에 제출할 원서를 받으러 오라는 유치원 안내 문자를 받았다. 기분이 홀가분했다. 한 달 전 예약금을 걸어뒀던 영유에 전화를 걸었다. 그 사이 대기자가 몇 번까지 채워졌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유치원 발표에 따라 예약금을 뺀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예약금을 걸어둔 사람 중에는 나 같은 허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0이었다. 대기자에게 순서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예약금을 돌려받았다.
이렇게 나와 아이는 5살 유치원 입시를 겪었다.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앞으로 이런 일은 더 많아질 것 같다. 아이를 통해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생각해보면 과거에 내가 그토록 바랬던 것이 내 인생의 최고이자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지금은 로또에 맞은 것처럼 좋아도 이후에 이 일로 후회하고 슬퍼할 일도 있을 것이다. 일희일비할 것은 없는 것 같다. 모든 일은 지나가게 되어있다. 그것은 나와 아이를 자라게 하는 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