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하며 살자'
'생각하며 살아라'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니까-'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산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을 하면서 산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생각하면서 행동하기란 쉽지 않기도 하지만,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는 생각 없이 살라고 하기가 정말로 힘들다. 내가 그렇다.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은 편. 생각이 과한 편이다. 흘러가는 시간대로 흘러가는 생각이 아닌, 지난 시간을 붙잡아서, 다시 생각하는, 고인 생각도 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가끔 열의에 차서 이것저것 하다가도, 체력이 다 소진해서 퍼지기 일쑤이다.
'이걸 이렇게 하면 효율적일 것 같으니까- 이렇게 해볼까?'
집안일을 하더라도, 단순히 물건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순간에도 나는 생각한다. 흐트러져있는 물건을 치우다 보면, 매번 이렇게 흐트러져있는 것에 대해서 동선이 불편해서인가, 뭔가 효율적으로 배치할 곳은 없는 걸까? 라면서 말이다. 남들이 보면 참으로도 힘들게 산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매사가 신중하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너무 생각이 많은 터라,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신중함들이 있다. 그 신중함을 나는 놓치고 마는 것이다. 신중하게 생각하느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을 놓친다니- 아이러니이다.
'내가 이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무슨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이미 흘러간 시간들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이미 지나간 일을 붙잡고 다시 고쳐보려고 하는 경우인데. 참으로 의미가 없는 행동 중에 하나라고 생각'은' 한다. 잘 실천하지 못할 뿐이지만 말이다. 흘러간 시간은 이미 흘렀고, 그 상황은 지나갔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서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할 때가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의미 없는 생각을? 그냥 단순히-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명쾌한 답이 나오지가 않는 것일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해맑게, 어떠한 의도 없이 행동하는 모습들을 본다. 그러면 이렇게 했어야지-보다도 이러면 잘못된 행동이야. 앞으로는 이렇게 하면 안 돼.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 아이는 알았어요. 이제 안 그럴게요. 하고 아무 일 없다듯이 논다. 생각이 많은 나는 그런 아이를 보면 정말 이해한 건 맞는 건지에 대한 의문과 저렇게 툴툴 털고 아무 일 없다는 듯한 해맑음이 부럽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이해한 것이 맞았다. 다음에는 안 그럴게요-라는 말들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난 오늘 무얼 했더라.'
생각에 생각을 하다 보면 시간이 참으로 잘 간다. 그러다 보면 정작 오늘 하루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생각은 결국 내 머릿속에서 돌고 돌다 증발하고 마는 것이다. 생각이란 그렇다. 신중해야 하는 것도 맞고, 행동을 하기 위한 판단을 하기 위하여서라도 생각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생각들에 잠식되어선 안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생각이 많은 이들에게 말한다면, 다들 말할 것이다. 알고 있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고 말이다.
나는 생각이 많다. 걱정도 많다. 그래서인지 남들에게는 예민해 보일 수도 있고, 신중해 보일 수도 있다. 이런 나에게 익숙한 나는, 생각이 완전히 꺼져버린 날에는 무척이나 불안하다. 내가 불능의 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말이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도 가는 생각이 꺼져버린 상태를 못 견뎌한다. 그렇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 날들이 개운하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있던 중에 그런 생각을 했다. 생각을 많이 해서 기력이 부족하고, 기분이 좋지 못하다면, 생각을 하지 않는 날은 기분만 좋지 않으면 되니까- 가끔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나?라고 말이다.
요즘에는 여러 가지 자극적인 요소들이 많다. 점점 독립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사람과의 거리를 중요시하게 되고, 빠른 여러 가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수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세계, 트렌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동경하고 시기하고 선망하는 등. 온갖 것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우리이다. 무엇하나 놓친다면, 뒤쳐진 듯한 느낌이 들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우리를 볼 수 있다. 놓친 정보가 있다면 그랬구나-라기보다는 내가 이걸 몰랐다고?! 라면서 조급해하기도 한다.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과도한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다.
재미나게도- 요즘 여러 증후군들을 들어볼 수 있다. 증후군이란, 의학과 심리학에서 여러 가지 증상으로 연결하며, 해당 증상에 대해 질병의 존재로, 발병가능성을 시사하는 말이다. 이제는 단순히 스트레스.라고 우리의 상태를 말하지 않는다. 보다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그 증상에 대하여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이다. 전문의의 경우에는 여러 증후군에 대하여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것은 맞으나, 일반인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들을 수집하면서 스스로 규명 짓으며 심각성을 키우는 것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러 광고들을 보면서, 나도 이런데! 내가 그럼? 이런 증후군 상태인 건가?!라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복잡한 사회임은 분명하다.
나에 대하여 문제점은 없는지 들여다본다. 그러다 타인은 왜 그러는지 이해 못 하겠다며 질타도 한다. 이런저런 생각 속에서 하루를 소모하고 나면 힘이 빠진다. 이 끊임없는 생각이 버겁다. 이 물건이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이걸 가지면 행복할까,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나는 또 무얼 해야 할까. 과도한 생각들은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똑똑한 천재보다 생각 없는 바보가 행복하다 했다. 나는 생각 없는 바보가 되고 싶다. 생각이 많은 똑똑한 천재는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염두하고, 리스크에 대한 대응방법도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행동을 할 것이다.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런데- 생각 없는 바보는 그냥 날이 좋으니, 놀자- 하고, 잠이오니, 자자- 하는 단순한 생각 속에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낼 것이다. 똑똑한 천재와 생각 없는 바보 중에 뭐가 좋을까? 한다면, 후자가 더 편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생각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남들에게 무시를 당할 수도 있다. 너무 무지해 보여서, 잘 몰라서. 남들에게 그런 취급을 받기 싫으니까- 몰라도 아는 척, 없어도 있는 척. 하기도 하고, 생각이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하여 생각하지 못하였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에도 눈치를 본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모르면 몰랐다며, 알려달라고 하면 된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면, 챙겨줘서 고맙다 하고, 다음에는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하면 된다. 당장의 생각을 못한 것에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당장에 많은 생각들을 다 해내려고 힘을 과도하게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가끔 생각 없이 살아도 되잖아요.'
나는 옛사람이다. 어릴 때 항상 신중하라고 배웠고, 사람은 늘 생각하면서 살라고 했다. 타인을 배려하며, 이타적으로 자라나야 한다고 했다. 이 말들이 틀린 거는 없다. 다 맞고 옳은 말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이라면, 나에 대해 솔직하고, 나를 위한 생각도 함께 하여야 한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나를 생각하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함께하는 세상에서 나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늘 신중할 수가 없기에, 행동에 할 때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내 것을 챙기며 남들도 챙길 줄 아는 이타성을 배우지 못했다. '나'보다도 '타인'을 위주로 생각하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생각 없이 사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교육받아왔다. 타인과의 관계 외에도 무언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 '생각 있게' 행동하라고 배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고 난 나에 대하여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그게 뭐? 가끔 생각 없이 살아도 되는 것 아닌가. 흘러가는 시간 하나하나 붙잡고 생각하노라 하면 하루종일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가끔 생각보다도 행동으로 과감하게 나서야 할 때도 있다. 너무 과도한 생각에 사로잡혀서 크나큰 행동을 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는가.
생각 없이 살아도 된다. 가끔 생각 없이 살아야, 나의 일상이 순조롭게 굴러갈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다. 그러니까 적당하게 생각하고, 적당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생각이 멈춰버렸다면, 멈춰버린 생각 덕분에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구나- 하고 놓아주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