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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Apr 19. 2024

나이가 드는 것이 좋아졌다.

10대에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20대에는 나이가 드는 것이 싫었다.

30대가 되니 나이 드는 것이 좋아졌다.


앞으로의 40대, 50대, 60대가 되면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아직 어린 나는 나이 드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이런 생각이 든 건 30대 중반이 되어가서 일 것이다.


가장 가까웠던 20대를 둘러보면 참 패기 넘치고, 열정도 넘치고

잘난 나를, 아끼며 앞만 봐왔다.

그 지난 시간 속에서 보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지금이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드는 것이 좋아졌다.


과거를 생각해 보면 너무 부끄럽고 후회가 되는 일들이 많을지라도,

그때는 미쳐 보지 못한 것을 깨닫는 순간에

내가 성장하였구나,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아직 더 커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여운을 즐긴다.


그리고 스트레스의 영향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나를 보며 대견해한다.

가진 것이 많지 않지만, 물질 속에서 오는 안정감 보다도,

관계에 대한 유대감에서 오는 안정감을 우선하게 되고

말을 어려워할 줄 알게 되고,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나이를 먹어가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좋아졌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내가 보내온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 삶에 대해 어떻게든 적응하며 익숙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능숙함과 익숙함, 저마다의 삶이 여물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아쉬운 것들도 있다. 풋풋함과 싱그러움. 넘치는 에너지, 등등.


하지만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그 노련함의 성숙미, 완숙미의 매력은 또 다른 것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를 더 사랑하고 아껴주는 시간의 비중이 커진다.

그리고 내 곁의 사람들을 둘러보게 된다.

급하게 쫓기든 보내던 시간들이 어느새 여유롭지만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그 시간들이 겹겹이 모이면서 나를 보살핀다.


시간은 그러했다. 

지난날의 짧은 후회와 한숨들이 모이고 모여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나를 성장시켰고,

지난날의 후회와 한숨을 그냥 흘렀던 기억들로 무뎌지게 덮어준다.


시간이 참으로 빨리 지나간다.

그 시간은 잡을 수가 없는데, 자꾸만 후회하고 짧은 시간을 보내온 다른 이를 부러워하게 된다.

그러며 어른들은 젊은 날을 부러워한다. 젊어서 부럽다기보다 젊은 날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서,

지금의 깨달음을 알려주고 싶어서 일 것이다.

그 깨달음은 결국 오랜 시간 쌓아온 성장한 나에게서 온 것이니.

나는 나이가 드는 것이 좋다.


시간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내가 잠을 자도,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흐른다.

점점 빠르게 흐르지만, 점점 주변을 보게 되고 나를 볼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어렸던 나는 앞만 보고 달려서 정작 소중한 다른 것들을 보지 못했고, 놓치기 일쑤였는데

요즘의 나는 놓치는 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에 행복해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이가 드는 것이 좋아지게 된 것이다.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에 대하여 공감할 수 있게 되고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을 알게 되고

조급하기만 한 일 순간들에 여유를 느끼게 된다.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답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놓치던 것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깨닫게 된다.


그 과정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가 아는 것으로

뿌듯하고 대견하다. 


오늘도 나는 나이가 드는 것이 뿌듯하고 대견하다.

보다 성숙한 어른으로, 보다 여유로운 사람으로 자라난 내일의 나를 위하여.



 "나는 나이 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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