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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1

| 숲해설가 박은실

제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1 | 숲해설가 박은실

제주도에는 아름다운 숲이 많아요.


숲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동물들이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하죠.


저는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라는 질문을 받으면 엉뚱하게 "숲이 좋아!" 라고 대답했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숲처럼 아낌없이 주는 어른을 만났어요.


숲을 닮아서 생명력이 넘치고,


숲을 사랑하고, 


숲을 이야기하는 숲해설가 박은실님 입니다.








1. 제주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에게는 두 가지 일이 있습니다.


하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일을 하고 있고요.


또 다른 하나는 프리랜서 숲해설가로 일하고 있어요.


아! 여성농업인이기도 하네요. 남편이 귤농사를 짓고 있는데 농사비중은 수확철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이건 슬쩍 내려놓을게요.




2.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일을 하기 위한 루틴과 습관이 궁금합니다.)


아침에 두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 바로 교육장소로 이동합니다. 대부분의 교육이 10시에는 시작하기에 조금이라도 미리 도착해서 답사를 해야하거든요. 제주가 아주 작아보이고 아무리 멀어도 1시간 20분안에는 도착하긴 하지만 도시의 거리와는 달라요. 왕복 100키로 운전하는 날도 허다하거든요. 보통 오전 10시에 교육을 시작해서 1시간 30분~ 2시간 정도 진행을 해요. 그런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이 하원하기 전에 2시간정도 비는 시간동안 집안일을 해요. 청소, 빨래, 저녁거리 등등... 오후 교육 있는 날도 많다보니 청소, 빨래는 남편이 많이 해주고 저는 음식에 주로 집중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4시경 하원하면 밖에서 놀다가 집에 와서 씻고 저녁 먹고, 자기 전까지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난 후 밤 10시경부터 내일 교육에 대한 준비와 서류처리 등을 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아이들과 같이 잠들고 새벽 3~4시 경에 일어나 일을 하는 습관으로 바꾸었어요.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 일을 하니,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자꾸 생기다 보니 밤을 새는 일이 허다해서 체력적으로 무리가 오고 있음을 느꼈어요.


그래서 적어도 4~5시간의 수면은 확보하자는 마음으로 새벽형 인간으로 바꾸었어요.




3. 일주일, 한 달, 한 해의 업무 과정이 궁금해요. 계절 별로 달라지는 일들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연말, 그리고 연초에 늦어도 2월말에 정기교육들은 일정이 잡혀요. 학교, 어린이집, 육아지원센터, 숲해설가양성기관 등의 공공기관들은 한 달에 몇 번 이렇게 연간계획을 잡고 진행합니다. 그리고 많은 교육이 날씨 좋을 때를 선호하다보니 봄, 가을에 집중되어 일을 해요. 그래서 4월초까지는 8월까지 일정이 거의 다 마무리되고, 9월초까지는 12월까지의 교육일정이 정해집니다.


보통 이쪽 계통이 메뚜기 한철이라고 여름, 겨울은 비수기라 칭했는데, 제주에 와서는 7,8월도 1,2월도 교육을 하고 있긴해요. 그래서 저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휴식을 즐기려고 프리랜서를 했는데 말이죠.




4.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되셨을까요? + 5. 그 전에 하셨던 일들은 무엇이었나요?


원래는 유치원 교사를 했어요. 길지 않지만 10년정도 교사를 하면서 참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어요. 그리고 어쩌다보니 초임때는 자연친화교육을 하는 곳, 마지막 근무지는 생태교육을 하는 곳을 다니게 되었어요. 유치원에 들어서면 계절별로 꽃들이 반겼고, 아이들과 1주일에 한번씩 문을 열면 연결되는 산에서 놀았어요. 그러다 07년도에 연구수업을 맡게 되었는데, 주제가 숲교육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숲해설가 교육을 (사)숲연구소에서 듣게 되었어요. 


첫 강의때 남효창 박사님의 말씀을 듣고 정말 큰망치로 뒷통수를 맞는 기분이 들었어요. 지금껏 살아왔던 삶을(젊디 젊은 20대지만요)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게 왔던 특별한 유아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 중에 아스퍼거증후근을 가진 유아가 있었어요. 만4세 아이였는데, 언어는 1.5세, 사회성은 0세가 나왔던 거였어요. 언어가 안되니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결여될 수 밖에 없었고, 다른 이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 없던 아이였어요. 그러니 당연히 친구들은 괴롭힘당한다 생각할 수 밖에 없고 보살펴줘야하는 아이, 때로는 무관심해야하는 아이가 되기도 했었죠. 그런데! 이 아이가 숲에 가면 달라지는 거예요. 왜냐하면 경계성장애를 가진 유아들의 특징 중 하나가 감각이 아주 발달되어 있어요. 특히나 이 친구는 청각과 시각이 특출났는데, 그러다 보니 새도 잘 발견하고 곤충도 잘 찾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숲에 가면 아이들이 “이 곤충 어디서 찾았어?”하고 질문을 하면 친구들에게 데려가서 보여주고 그렇게 되었죠. 그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이 유아는 숲의 발견왕이 된거예요. 그 전까지는 조금 귀찮기도 한 친구였는데, 숲에서 생명들과 또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되면서 관계회복이 되었어요.


그때 느꼈죠. ‘아! 숲치유가 다른 게 아니지, 이게 숲 치유지.’


그러면서 숲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다(그 당시 숲해설가 자격증 과정이 거의 1년이었고 매 주말을 온전히 바쳐야 했어요.) 그런데 지금 하는 교사일도 너무 좋은 데 어떻게 하지? 고민을 했죠. 그래서 어느 분야에서든 전문가 소리를 들으려면 최소한 10년은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은 3년을 정말 정말 신나게 교사생활을 했어요. 그간했던 7년의 교사생활보다 마무리하는 3년의 교사생활이 저는 너무 행복했어요. 마지막이 정해져 있다보니 내 스스로 여한이 없을을 만큼 하고 싶었고, 지금 아니면 난 교사를 안 할거란 마음에 교육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숲해설가 자격증 과정을 공부하고 자연스럽게 지금의 일을 12년째 하고 있습니다.




6. 어떻게 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우선 산림교육전문가 자격증이 있어야 해요. 숲해설가와 유아숲지도사 2가지로 좁혀서 이야기할 수 있는데, 2가지의 큰 차이는 대상의 차이예요. 유아숲지도사는 말 그대로 유아들에게 숲을 안내하는 사람인거죠. 정해진 근무지를 비교해보자면 숲해설가는 휴양림과 수목원, 유아숲지도사는 유아숲체험원 이렇게 이야기하면 바로 이해되실 거에요. 물론 저처럼 프리로 일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 그냥 숲이 좋아서 공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저희 남편도 숲해설가 자격증이 있지만 직업으로 하진 않거든요.)




7. 일을 하면서 만족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 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나이를 정해서 직업적으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나 중에 내 손자, 손녀 손잡고 숲에 가면 즐겁겠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두 번째로는 양육과 직업을 동시에 하기 위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교사를 했던 경험과 내 아이를 키우면서 했던 것들을 교육에 녹아내니 다행히도 교사와 부모님들께서 타 강사들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계세요.




8.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양육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매일 교육장소와 대상이 바뀌다 보니, 매일 매일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는 거에요. 정해진 장소에서 근무하면 계절의 변화정도만 고려하면 되는데, 저는 장소도 숲, 공원, 학교(학교도 자연상황이 다 다르죠), 날씨도, 대상도 계속 바뀌니 같은 활동같아도 미세하게 다르거든요. 제 남편이 종종 말해요.


왜 10년이 넘었는데도, 수업준비와 고민을 매일 하냐고요.


그러게요! 왜 10년이 넘었는데도 저는 매일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거죠?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고 부족한 것 투성이인가 봐요. 하지만 자신하는 건, 그렇게 고민했기 때문에 제가 지금도 제 일을 이렇게 좋아서 할 수 있다는 거! 아는 이 하나 없는 제주에서 쉬는 날 찾기 힘들만큼 일정이 꽉 차있다는거. 그건 제가 교육을 잘하는 스킬이 아니라, 이런 저의 진심을 알아주셨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9.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하려는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음... 저는 아이를 키울때도 지금 일을 하면서도 남들처럼 후회를 많이 안하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을테니까 그런 선택을 했을거에요. 그래서 제가 한 선택을 고민하기 보다는 그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내기위해 노력을 할 뿐이에요. 최고가 아닌 최선을요. 그렇기에 과거의 나를 만나더라도 저는 분명 그럴거에요.


“그렇게 해. 네가 하고 싶은 것. 너의 가슴을 울리는 것. 다만, 너로 인해 불행한 사람이 없게,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도록 해.” 라고요.


저는 죽을 때 제 자신에게 안 부끄러웠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나를 손가락질 하더라도 나에게 만큼은 부끄럽지 않게요. 그 안에는 많은 책임감이 들어있어요.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해야하고,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역할과 비중도 조절해야 해요.


제가 교사교육할 때 젊은 교사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셨던 게 뭐냐면(교사관두고 직업을 바꿨다고 하니) “숲해설가로 생활유지가 되세요?” 였어요.


제 대답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게 되었고, 너무 감사하게 직업인 이 일이 여전히 좋고, 더 감사한건 어느 정도 경제적인 부분도 충족되고 있습니다.”라고요.


1년 전체 비중으로 보았을 때 2달정도는 쉰다고 생각하면 10월만 일하는 거잖아요. 육지의 경우는 8달 정도고요. 그 8달 정도의 수입이 1년치는 됩니다. 물론! 그 기준점은 다릅니다. 저는 제 생활유지가 되는 정도로 이야기하는 거에요. 저축을 하고 재테크 하고… 뭐 그런 정도는 아니고요, 두 아이를 온전히 양육하며 일도 하는 수준의 수입을 말하는 거에요. 아침에 일찍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면 돈은 더 많이 벌겠지만, 배운게 유아교육이다보니 아이를 채근하면서 살면 제 마음이 힘들 것 같았어요. 아이들에게도, 또 아이들과도 많이 놀고 싶은 엄마라 저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10. 제주에서 지금의 일을 한다는 건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모두가 그러죠. 천혜의 자연환경이니 숲해설가 일하기 정말 좋겠다고요! 제주를 전혀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에요. 오히려 제주에서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정말 몇군데 없거든요. 빌레이고 곶자왈이기에 정해진 탐방로와 장소에는 들어가기 어려운 자연환경이거든요. 그리고 기후도 전혀 다르고, 색의 변화가 많지 않죠. 상록수지대다 보니 단풍을 색으로는 계절변화를 느끼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그걸 장점으로 볼 수도 있어요. 사계절 꽃이 피고, 사계절 곤충을 볼 수 있는 곳.


그리고 이곳에서 몇 년 살며 지내다 보니 육지의 숲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어요. 30분 이내로 바다도 가고, 계곡도 가고, 한라산도 갈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 어느 곳이 있겠어요?


이 모든 장소에서 저는 아이도 키우고 교육도 합니다. 나무만 사는 숲이 아니라, 바다도 계곡도 얼마든지 교육의 장소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매일 공부합니다. 제주에서는 재교육의 기회가 거의 없어서 아이들과 틈만나면 바닷물고기도감들고 바다가고요, 수서생물도감들고 계곡도 가고요. 


저는 양육=교육의 시소를 타며 지내고 있는 엄마숲해설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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