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안녕, 30대는 처음이지? - 10. 요즘 백수)
나는 모난 사람이다.
상대방의 걱정 한 마디, 위로 한 마디가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언제부터일까, 내 진짜 모습을 가면 뒤에 숨긴 채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려 한다. 그는 무슨 의도로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걸까? 내가 한심해 보이는 걸까? 진정으로 내 미래가 안쓰러운 걸까? 이제는 나를 향한 상대방의 한 마디가 점점 내 어깨를 짓누른다. 내 멋대로 해석하고, 내 뜻대로 받아들여, 나를 잠식시키고 있다.
나를 움츠리게 하는 건 무엇인가.
이제야 한 발자국 떼 보려고 달싹이는 다리 한 짝을 붙잡는, 그 존재는 무엇인가. 나를 망설이게 하는 건 무엇일까. 요즈음의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그 마지막을 짐짓 예상하고 체념한다. 마지막은 늘 아름답지 않다. 섣부른 예측의 연속이다. 애석하게도 이 감정은 넝쿨처럼 자라,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해피엔딩만을 꿈꾸고 싶지만, 온갖 엔딩이 떠오르는 나날이다.
중심을 잡자.
이러쿵저러쿵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듣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다. 그에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늘상 다짐은 변함이 없고 이론은 완벽하다. 그러나 꼬일 대로 꼬인 시선은 좀처럼 풀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순수한 걱정, 위로조차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면, 나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걸까. 이까짓 부담감과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건 정말 내가 나약한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차오른다. 불필요한 잔가지를 치고, 긍정적인 잔여물을 여과시키는 요령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시작.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다. 백수가 된 이후, 이 말이 퍽 마음에 들었다. 끝도 없는 새드엔딩을 생각할 바에,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면 된다. 지금 내 인생은 작심삼일이다. 작심일일(作心一日)이어도 좋다. 꼬여버린 매듭은 풀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면 그만이다. 엉켜버린 실뭉치는 다시 차근차근 풀어버리면 그만이다. 고장 난 지퍼라면 망설임 없이 버리고 새로 장만하면 된다. 한 페이지도 채우지 못한 글이 오타와 비문 투성이인 엉터리로 보인다면, 즉시 지우면 된다. 미련 없이 삭제하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감히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
성공 혹은 실패.
누구나 인생의 성공을 원한다. 인생을 그르치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명예, 돈, 권력,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성공, 모두의 바람일 테다. 지금 내가 걷고자 하는 여정의 목표는 "성공한 인생"이다. 홀로 걷게 될 지도 없는 여정은 가시밭길, 망망대해의 연속일 수도 있고, 수많은 갈래가 펼쳐져 있을 것이다. 어떤 경로는 낭떠러지 일수도, 막다른 골목일 수도 있다. 다만, 이 경로를 섣불리 낭패라고 하고 싶진 않다. 경로를 향하면서 낙오될지 언정, 그 과정에서 나는 또 성장할 테니까 말이다. 다시 걷고, 다시 뛰면 된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과정 가운데, 무언가를 배우고 느꼈다면 더없이 좋다. 알맹이 없는 시도뿐이었을지라도, 결과가 뚜렷하지 않을지라도, 분명하다. 이 모든 순간은 나를 한층 더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