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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Dec 25. 2020

크리스마스의 두 얼굴

크리스마스에는 모두가 행복하기를

오늘은 2020년의 크리스마스 날이다. 그런데 이토록 허무하고 정말 마음이 예전만큼 기쁘지 않은 이런 크리스마스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은 어딘가를 가기를 꺼리고 집에만 있기에는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어딘가로 외출했다가는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까 라는 우려해 이동시간을 짧게 하려고 하거나 최소한의 외출만을 하려고 한다.

나 역시도 그렇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정말 최소한의 외출을 하고 있고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이 늘 우선이다.


하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인 만큼 다른 선물은 못해주더라도 케이크는 먹게끔 해주자라는 생각에 크리스마스 이브 날, 맛있는 반찬들과 케이크를 준비했다. 사실 우리는 엄청나게 부유한 편은 아니지만 가끔 디저트나 아이들을 위한 간식,그리고 치킨이나 피자 정도는 한 달에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살고 있다.





그리고 다들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보내리란 생각을 하고 비록 크리스마스 답지 않는 크리스마스이지만 다른 누군가도 나와 같이 저녁에 케이크를 자르고 가족들과 단란한 대화들을 하며 지낼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한 잠깐의 외출에서 그건 내 철저한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집에만 있기 답답하여 자동차로 충주 시내를 드라이브를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나와 동네를 드라이브를 하는데

신호가 걸렸었다.

그런데 그 신호에서는 오늘이 크리스마스인데도 불구하고 리어카에 온갖 폐지들을 모은 할아버지께서 길을 건너고 계셨다. 언제부터 그 많은 것들을 모으기 위해 돌아다니셨는지 모를 정도로 리어카 안은 꽉 차있었고

안에 실려진 내용물들로 인해 리어카는 비틀비틀 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만약 그 길을 차에서 지켜보는 입장이 아니라 할아버지 뒤에서 걷고 있었다면 밀어드렸을 테지만 나는 차에 타고 있었고 그 떨어진 거리는 멀었기 때문에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순간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크리스마스인데 오늘 같은 날에는 집에서 푹 쉬어야 하는데 , 당장의 생계가 문제이니 오늘 같은 날에도

폐지를 모으며 다니는 분들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크리스마스날은 특별한 날인데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과 축복이 가야 하는 날임에도 누군가는 그렇게 홀로 거리에서 쓸쓸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이 힘들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우리 가족은 충분히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만 첫째 아이의 늦은 발달로 나는 항상 마음을 졸이며 불현듯 찾아오는 걱정과 불안감으로 가끔은 내 삶이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시련은 왜 나한테 주시는지



장애를 가진 동생을 가진 것도 평생 한이었는데 내가 낳은 자식까지 이런 식으로 마음고생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신에게 원망스러움도 있었는데 크리스마스날에도 리어카를 끌며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나가시는 분을 보니 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소리쳤던 날들이, 내 삶이 조금은 불행한 것 같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그 할아버지의 힘든 인생보다 더한 인생이 아님에도 여태 내가 가지고 있었던 내 행복들을 무시하고 있었던 내 어리석음으로 인해 나는 한동안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가 나 자신을 자책하고 내 삶이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던 날들이 나보다 불행한 이들이 나를 본다면 나를 부러워할 수 있으며 어쩌면 내가 가지는 이런 마음은 일종의 자만심으로부터 나온 간과함이 아닐까 라는 생각들이 들었다. 행복이 옆에 있는데도 그 행복을 나는 열심히도 애써 무시하며 살아오고 있었다.


정말 행복이란 건 간단한 문제였다.

첫 번째로는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 먹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신랑이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점과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주변 사람들은 코로나가 걸리지 않았다는 점, 하루에 글을 쓸 수 있는 좋은 컴퓨터가 내 앞에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주말이나 오늘 같은 특별한 날에 집에서 아이들과 따뜻하게 보일러를 틀면서

지낼 수 있다는 점들이다. 그러한 행복이 있는데도 나보다 행복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살아왔으니 내 불행은 내가 가져온 것만 같았다.



아마도 오늘 같은 날에 리어카를 끌며 다니시는 그분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불행이란 단어를 내 삶 속 한편에 간직을 해 두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다르게 갖기로 하였다. 남의 불행을 보고 내 행복을 찾는 모습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지만

마음 한편에는 그 불행했던 이들도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내가 늘 하는 생각들이 있다. 집합도 하지 못하고 온갖 시설들도 마비가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당연히 봉사활동 이런 면들도 스탑이란 제동이 걸렸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거리에서 무료급식을 드셨던 그 수많은 분들과 한 끼 먹기가 어려워 반찬 없이 밥을 대충 먹는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밥을 어떻게 먹고 있을까 라는 생각, 그리고 오늘 하루도 힘들게 사시는 분들은 이 코로나로 인해 더 힘들게 살고 있겠지 라는 마음이 밀려온다. 사람이 하루에 밥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축복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크리스마스나 연휴에 파티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특별히 미리 주문한 3만 원짜리 케이크를 자르는 일도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어느 누구는 행복하고 누구는 불행해야 하는 날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다.



수많은 행복 속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불행들이 숨어있으니, 간절하게 제발이라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런 불행들을 조금이라도 없애줄 누군가의 손길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나 역시도 후원은 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은데 도와줄 이들은 그 인원들보다 많지 않다.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온 세상에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한다. 누군가는 울고 있는, 힘이 든, 그저 의미 없는 하루의 연속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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