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모두 작가이니까
출판사로부터의 수많은 까임 속에서도, 베스트 원고가 아니더라도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 12일 이후부터였다. 하루에 글을 2개에서 3개씩 쓸 정도로 체력과 글감이 있었던 것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거나,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내게 글감은 많았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수많은 글감들이 떠올라 하루에 꼭 1개 이상씩은 쓰자고 생각해서 글의 정해진 개수는 100개였었다. 지금은 그 100개를 넘어섰다.
100개를 쓰는 동안, 글 쓰는 게 재밌었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당연히
"응"
이라는 말보다
"아니, 전혀"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창의력과 센스, 맞춤법, 읽는 사람들을 위한 가독성, 공감대 형성, 글만 읽어도 말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잘 써야 하므로 나는 글을 쓰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화를 할 때 종이에 볼펜으로 끄적이며 숫자를 그리거나 낙서를 하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지만 그것이 아닌
백지에 키보드를 입력해서 무언가 의미 있는 활자로 만든다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어려운 일을 한다고 해서 자랑하려고 하거나, 나를 좀 알아봐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그저 한 사람의 작가이고 싶다.
브런치를 통해 하루에도 수백 개의 글이 올라오며 브런치에 가입한 사람들의 수는 정말 많다.
이 많은 사람들을 줄을 세워서 어느 한 장소에 옮겨놓는다면 그 수는 정말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읽기 위해 브런치를 하는 사람도 있고, 쓰기 위해 브런치를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둘 다 해당되는 사람이었다.
워낙에 무언가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핸드폰에 있는 뉴스 기사를 보거나 무언가 의미 있는 글을 보기를 늘 원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도 핸드폰을 들고 가지 않을 때면 주위에 읽을만한 것을 찾기도 했다.
화장실에 있는 제품에 성능이나 주의사항이나 이런 것들을 재미로 읽는다.
그만큼,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에서 나는 점차 브런치를 시작하며 쓰는 사람으로 변화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글을 천부적인 재능으로 잘 쓰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속 마음을 이야기하자면, 어느 정도는 잘 쓰는 사람인 줄 알았다. 브런치 심사를 통해 작가라는 명칭을 달게 되고 한동안은 그 합격 메일을 보고 정말 기뻤으니까.
그리고 작년 11월 말쯤에 브런치에서 하는 브런치 북 공모전에도 내가 육아를 하면서 쓴 글을 브런치 북으로 묶어서 공모신청을 했다.
처음에는 기대도 했었고, 그러다가 한동안은 잊고 살았다.
브런치에 수많은 정식 작가들이 있고, 나보다 글을 훨씬 잘 쓰는 능력자들이 있었음에도 어느 순간 라이킷이 늘어가고 다음 홈&쿠킹판에 메인에 내 글이 있는 것을 몇 번 봤을 때는 이러다가 내가 브런치 북 수상하는 거 아니야?라는 같잖은 생각도 했었지만 결과는 역시나 꽝이었다.
나도 모르게 날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동안은 그런 결과에 충격을 받고 자신감도 떨어져서 글을 쓰기가 겁이 났다. 글을 써서 뭐하냐라는 생각이 들고 넷플릭스와 브런치 팀에서 하는 되지도 않는 스토리텔러 공모전을 하는 것을 보고
"아 브런치에서 작가들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런 공모전을 내걸지?"라는 마음이 들었다.
기껏해야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라는 타이틀 하나 주고 아이패드? 그거랑 이용권? 기가 차서 지금도 그 공모전은 황당하다. 욕을 써놓을까 하다가 조신하고 참한 내가 참았다.
그리고 며칠 동안 글을 쓰지 않다가 문득 책을 쓰자라는 생각이 들어 제목과 목차를 만든 뒤, 하루하루 1 꼭지에서 2 꼭지를 쓰며 한글파일로 저장을 해놨다.
혹시 몰라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도 저장을 해놓았고 총 장은 3장, 예상 꼭지의 수는 35개를 구성해놓았다.
거의 50프로 이상 써놓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내가 도대체 뭐 하는 거지?"
"이 정도 글을 써가지고 과연 될까?"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일단 가지고 있는 글이라도 출판사에 투고하기로 했다.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지금 쓰고 있는 글을 멈추고 다시 리셋해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에 출판 투고에 대한 글들을 밤낮없이 검색을 하고, 출판사 메일 목록을 찾고 총 20개에 가까운 출판사에 샘플원고, 출판기획안을 냈다. 샘플 원고는 2 꼭지 이상의 글을, 출판 기획안은 마케팅 포인트까지 적어서 투고하였다.
이제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결과를 말하자면 하나는 원고를 더 보내달라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메일을, 그리고 하나는 접수가 되었다는 메일 하나, 나머지 4~5곳은 읽씹이었다.
이런 걸 마상이라고 했던가?
마음의 상처를 심하게 입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럼 그렇지~ 역시 나는 "
하루 종일 다음 메일함을 들락날락 거리며 결과를 기다렸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글 쓰는 것을 그만둬야 하나? 이런 감정들이 들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고 글을 써야 하는 자신감마저 떨어졌지만 내일 지구가 멸망을 한다더라도 긍정적일 나는 바꿔서 생각했다.
"뭐, 작가로 불리기 힘들다면 작가로 살자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은 그저 한낱, 글쟁이이며 작가이다. 글을 쓰는 것은 작가의 일이니 우리들은 모두 작가이다"라고 말이다.
브런치와 넷플릭스의 황당한 횡포와, 출판사에 보낸 투고 거절로 인한 마상,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서 떨어진.
수많은 이들에게 나는 말해주고 싶다.
"작가님~글 쓰는 걸 놓지 마세요."
누군가는 우리를 거절하고, 공모전에서 탈락시키고, 베스트 글이 아니더라도
아침 일찍, 점심시간을 쪼개서, 늦은 저녁시간, 모두가 잠을 자고 있을 새벽 0시 이후에도 글을 쓰는 우리들은
모두 진정한 작가들이다. 그리고 글을 읽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결론은 여러 가지 일로 상처는 받았지만, 나는 오늘도 내 글을 읽어주는 그들을 위해, 글을 쓴다.
-마상으로 인해 긍정적이고 싶은 작가. 써인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