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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화 Dec 06. 2020

#10 <편지1> 만난 적 없는 내 아기에게

괜찮아 아가야


 떨리는 마음으로
네게 처음으로 편지를 써본다.



 너는 내 아기고 나는 너의 엄마인데 우린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 그래서 이 편지가 너와의 첫 대화인 것만 같아 무척 떨려.


 사람들은 너와의 만남을 포기하라고 하지만 나는 너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매일매일을 숨 쉬고 있어. 포기하려고도 해보지만 그게 아직은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솔직히 병원에 가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어. 두려운 건 주사, 약, 채취 같은 게 아니라 그곳에서 느끼는 좌절감이거든. 근데 그건 너를 포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병원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싶은 거야.


  너의 웃음도, 너의 울음도, 너의 환희도, 너의 짜증도, 너의 욕심도, 너의 투정도.. 다 느껴보고 싶거든. 지금까지 10번의 시도를 했지만 그래도 되도록 병원에서 먼저 오지 말라고 할 때까지 병원에 다녀보려고 해.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긴 여정은
바로 머리에서 심장까지라고 해.



 머리부터 마음까지 거리가 너무도 멀어서 머리가 시키는 대로 마음이 잘 작동하지 않거든. 내 머리에서 포기하라고 명령을 보냈는데 마음까지 닿으려면 한참이 걸릴 것 같아.






 헌데 네가 나를 만나더라도 나는 좋은 엄마는 아닐 거야. 미리 말해둘게. 엄마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거든.

 먼저, 난 인내심이 부족한 엄마일 거야. 요즘 병원에서 겪는 신체적인 고통은 잘 참는데, 집에서 마음의 화는 잘 다스리지 못해. 그래서 착하디 착한 너의 아빠에게 자주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 신경질을 내. 그리고 뒤돌아서면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거든.


 후회를 많이 하는 사람도 좋은 어른은 아니잖아? 그런데 난 매일매일 후회를 해. 빨리 졸업하지 왜 여행을 다녔을까. 꿈을 이룬다며 왜 공부를 길게 했을까. 졸업 후에는 연애도 안 하고 왜 일중독이 되어 몇 년을 소비했을까.

러지 않았다면 너의 아빠를 좀 더 일찍 만났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너를 기다리게 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너를 기다린 시간은 짧아. 왜냐면 너는 나를 더 오랫동안 기다렸었거든. 근데 그것도 모르고 나는 세상을 여행하며 친구를 사귀고, 공부하며 학위를 받고, 일을 하력을 쌓고, 돈을 모아 저축을 했어.

 그것들은 이제 더 이상 내 인생에 의미가 없어졌거든.


출처: pixabay



 너한테 그 이야기를 해줄 때 그것이 내게 의미 있어져. 사실 내가 사막 여행에서 하늘을 뒤덮은 무수히 많은 별들을 보면서 숨이 막힐 것 같았던 이야기를 엄청 아껴뒀거든. 너에게 그 이야기를 할 날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려져..  날이 올 줄만 알았어.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잘 자신은 없지만, 너의 눈 자주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엄마는 될 수 있것 같아. 그것만큼은 자신 있거든.

 그러니 내 이야기를 들으러 와주지 않으련?



아기야, 괜찮아.

괜찮단다. 아기야. 느려도 괜찮아.

넘어져도 괜찮아. 쉬었다 와도 괜찮아.


그저 포기하지 말아 줘. 나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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