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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ul 09. 2024

한국인과 일본인의 자기 가치관 차이에 대한 생각

‘앙 단팥 인생 이야기‘ 대사 다시 보기

키키 키린이 출연한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우연히 본 몰아보기 영상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내게 감동을 준 부분은 주인공 도쿠에(키키 키린) 할머니가 도라야끼 가게 점장인 센타로(나가세 마사토시)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 각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분명 이 말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을 거라 싶으면서도, 어쩌면 일본인과 한국인은 이 말을 조금은 다르게 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에 대해 문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강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거기에서 설명하는 개념은 바로 <자기 가치감>이었다.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이 자기 가치감이 높기 때문에 스스로를 대단하고, 소중하다고 여긴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 ‘내가 누군지 알아?’하는 상투적인 대사 또한 이런 특성에서 비롯된다는 것.

반면에 일본인은 자기 가치감이 낮아 ‘나’를 내세우기보다는 ‘집단’ 속 ‘나’를 더 중시하고 그런 특성에서 나온 것이 모두가 모나지 않게 잘 화합하는 和 문화이다.



강의에서는 이 차이를 주체성 자기, 대상성 자기에 빗대어 표현했는데, 이게 참 딱 맞는 것이 일본어에는 일본어에만 있는 표현이 있다.

바로 누군가가 어떤 행동을 나에게 해주었을 때, “~해 받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에게 볼펜을 빌려주었을 때 “연필을 빌려 받다”라고 표현한다. 이를 일컫는 단어인 모라우(もらう)나 이타다쿠(いただく)가 많이 쓰이는 것도 그 영향.

반면 한국어에는 그런 표현 자체가 없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행동을 하건 다 “~해 주다”로 표현한다. 여기서도 주체성 자기와 대상성 자기의 관점이 나타나는 것.

어쨌든 이 문맥에서 다시 키키 키린의 영화로 돌아가 보자.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살아갈 의미가 있다”라는 대사가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대단히 성공을 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들리고, 일본인의 관점에서 상상해 보면 매일매일 살아가는 것만으로 (집단 속에서)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들린다.

즉 그 가치가 ‘나’의 성공인지, 집단 속에서 살아가는 ‘나’의 일상인지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


한국인이 우울한 이유는 이렇게 높은 자기 가치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사회적 쓸모에 대한 가치 평가 기준이 다름 아닌 성공, 재력 같은 것들에 비중을 두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 결여와 같은 문제를 겪는다는 것이다.

나를 특별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너무나 좋은 일이지만, 그런 나의 특별함이 성공이나 재력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만 결정된다면 너무나 쓸쓸할 것이다. 그래서 이 대사를 들었을 때 먹먹하면서 조금은 슬펐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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