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암기 과목?!
아무리 바빠도 상담은 꼭 해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고민이 있을 때 누군가와 이야기하다 보면 스스로 답을 찾기도 하고 또 아무런 정보가 없어 막막할 땐 정말 티끌 같은 작은 정보라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걸 저도 그러한 시간들을 지나오고 아이를 키우며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크고 작은 학부모님들의 고민이 너무나 이해되기에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은 늘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올 상반기 상담한 내용들을 토대로 또 한 번 싱가폴 영어 교육에 관한 생각을 편하게 나누어 보려 글을 씁니다. 교육관이란 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또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 늘 말씀드리지만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영역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그냥 참고만 하시고 의견이 같지 않다면 ‘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재미있게 여겨주세요. 행여 도움이 된다 생각할 단 한 사람에게라도 닿는다면 기쁜 일이니 살포시 ‘샐리의 싱가폴 영어교육 생각’ 글을 띄워봅니다.
싱가폴 교육에 있어 어찌 보면 백화점 같다.
각 층별로 온갖 브랜드가 다 모여 있고 다양한 가격의 제품들이 즐비한 그런 곳!
싱가폴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학교들이 있다.
유명한- 보통은 명성과 함께 어마어마한 학비로- 또 가성비 대비 괜찮은 다양한 국제학교와 힘들기로 또 그 명성이 자자한 싱가포르 로컬 학교, 이 둘을 적절히 섞은 로컬 국제학교 등 가격부터 가성비, 각자의 교육관에 따라 고를 수 있으니 교육의 백화점이라고 우겨본다. (사실 뭐 생각보다는 그렇게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그래서 ‘우겨 본다’는 표현을 썼다!)
일단 싱가포르에서 학교를 다니며 배우는 영어는 당연히 회화같은 종류의 어학 수업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학습의 개념과도 조금은 다르다.
많은 학부모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거나 잠깐의 체류로 영어의 감을 익혀 가는 것이라면 회화처럼 듣고 말하기 정도를 배운다고 가볍게 생각해도 크게 문제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초등학교 과정이나 그 이상의 기간을 싱가폴에서 학교를 다니고, 영어가 모국어가 되는 다른 국가로의 이주, 공용어로 영어를 쓰는 싱가폴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먼저 학교를 열심히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귀와 말이 트여 일상생활이나 학교 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이 정도만 해도 아주 훌륭하다.
국제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많은 부모님들은 학교에서 아이가 참 잘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는다.--> 참 행복하고 대견하다! 어느덧 이렇게 영어를 하고 수업도 잘 따라가고…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성적이 떨어진다고,
매일 쓰는 말만 쓴다고,
단어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문법을 제대로 아는 건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로하신다.
이 질문에 대한 나의 해답은 간단하다.
영어는 암기다. 단어를 외워야 하고 처음부터 자기가 써낼 수 없는 문장은 외워야 한다.
처음부터 모든 문법을 줄줄 외워서 척하면 탁 하고 나오면서 자유자재로, 다양한 문법적 표현이 들어간 문장을 줄줄 쓰는 것은 천재나 가능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한국어를 쓰는 우리를 생각해 보자.
한국말을 잘한다고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나?
논술이나 아니 간단한 에세이 같은 것도 한 편 써내려면 쉽지 않다.
수많은 글쓰기 책에서 하는 말이 처음 글쓰기가 막막하다면 다른 사람이 쓰는 말, 책에서 적절한 표현들을 따라 적기 해보라고 한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로 품을 들여 표현을 외워서 익혀야 한다.
그런 의도적인 인풋이 쌓이면 어느 순간 감으로 알던 것들과 결합이 되며 시너지가 터진다.
감으로 아는 것 이것 또한 어학 학습에서 빼놓으면 안 된다. 배우려고 해도 배워지지 않는 부분이라
감을 익히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하다. 가끔씩 저학년 학생 부모님들이 단어 공부를 시킬 때 한국어 뜻을 달달 외우게 하면서 조금이라도 버벅거리면 단어를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단어를 한국어 뜻 한 두 개에 맞춰 외우게 할 필요는 없다. 뜻 설명을 잘 못해도 문장에서 정확한 쓰임을 감으로 익히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제일 중요한 점은 감을 익힌 뒤에는 학습으로 전환해 영어가 모국어인 아이들이 학습하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
영어권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은 이상 모국어로 배운 아이들과의 갭은 있을 수밖에 없다. 초등 2학년 때 국제 학교를 입학했다고 치면 최소한 유치원 레벨과 1학년 레벨에서 배우는 분량만 지식이 갭이 있는 셈이다.
모든 나라에서는 학년별 알아야 하는 필수 단어 및 표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유치원 때 배우는 의성어, 의태어, 움직임, 소리를 표현하는 말들을 모르면 따로 공부하고 갭을 채우는 인풋을 하지 않으면 그 부분이 계속 구멍으로 남아 있어 시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학을 배운다 치자,
은유, 직유 같은 표현부터 시를 쓰는 방식, 행, 연 등 각각이 담고 있는 뜻을 알아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데 그 시기에 국제학교에서 학습을 하지 않았다면 단어 공부, 개념 공부부터 다시 해야 한다.
어디서나 잘하는 아이들은 그냥 잘한다. 이런 아이들을 빼고 어느 정도 의도적인 공부가 필요한 아이들의 경우 유치원부터 저학년일 때 비교적 공부의 무게가 크지 않을 때 조금씩 갭을 메워 주는 작업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고학년이 되어 달려야 할 때 영어가 발목 잡지 않도록 도와주면 좋다. ‘학교에서 잘해요! 노 프라블럼.’이라는 국제학교 선생님들의 코멘트에 속지 말자.
그대로 가다간 3년 내내 korea를 틀리게 써 오는, 늘 once upon a time…으로 시작하는 크리에이티브 라이팅을 써대는 모습을 참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국어를 영어로 쓰는 아이들과 갭이 생기기 시작하는 4-5학년 때가 되면 아뿔싸 학부모들은 난리가 났다. 시켜야 할 건 많고 시간은 없고 아이는 사춘기가 슬며시 시작되며 왜 갑자기 공부를 많이 시키냐고 반항을 하고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국제학교, 싱가폴 로컬 학교의 장단점을 따지고 아이를 공부로 쥐어 잡자는 말이 아니라
모든 과목을 영어로 배워야 하고 공부할 게 너무 많은 그때 단어 공부하고 문법 공부하며 허덕이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조금은 여유롭고 시간이 있을 때 긴 공부의 여정에서 조금은 수월하게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어떨까 하는 말이다. 아이들이 어리다면 감이 생기기 시작해서 아이들이 영어를 잘한다고 느끼기 시작할 때 학습으로 전환의 적기이다 고학년이라면 감을 익히는 것뿐 아니라 단어나 문장 등 써보고 싶은 말들과 표현들을 많이 외우게 해야 한다. 가진 게 모래 한 줌 밖에 없는데 자꾸만 모래성을 쌓으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작고 초라한 그마저도 제대로 서지 않는 어설픈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어른들도 글 좀 써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글 쓰기가 두렵다면 좋은 글을 쓰고 싶고 맞춤법을 공부하고 싶으면 일단 좋은 글을 많이 보고 좋은 문장을 따라 써보라는 뻔하디 뻔한 말.
그래서 의도적으로 영어로 된 유용한 표현들을 외워야 한다.
토씨 하나 틀리지 말고 다 외우는 게 아니라 좋은 표현이 있다면 일단 그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보고 그런 상황에 표현을 보고 외우게 한다.
예를 들어 아침 풍경을 묘사하는 표현이 있으면 소리, 냄새, 감각들을 조금 세분화하여 상황을 떠 올려 이해시키고 그런 표현들을 외우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수업에서 내가 쓰는 방법이다, 그래서 내 수업은 숙제가 많은 편이다)
이런 훈련을 하다 보면 비슷한 상황의 표현을 써야 하는 때를 만나면 조금씩 자신들 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 적용하기 시작한다. 아웃풋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이들 마다 이런 아웃풋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는 제 각각이다. 정말 빠른 아이들은 3개월부터 스스로 변화를 느끼고 보통 내가 주는 과제를 정말 열심히 ( 모든 수업은 제일 단순한 진리지만 어려운, 복습과 숙제가 정말 중요하다)하면 1년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정말 큰 발전을 보인다.
요즘 나는 앞으로 수업 방향에 대한 고민이 많다.
나는 아이들의 앞서 말한 그 갭을 메워주고 정상 궤도에 올려서 수업에 따라가는데 큰 문제가 없도록 해주는데 주력한다. 또 그게 내가 제일 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비록 미천한 힘이지만 더 많은 아이들을 돕고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저마다의 방식과 노력으로 쑥쑥 자라고 영어와 시름하며 꿋꿋하게 지지 않고 분투해 나가는 모든 나의 사랑스러운 학생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싶다. 또 끊임없이 믿어주고 아이들의 성장이 나의 힘이라고 공을 돌려주시는 학부모님께 감사를 전한다.
이런 믿음과 치열하게 고민하여 더욱더 도움이 되는 내가 되도록 나에게도 힘내라고 톡톡 어깨를 두드려 주며 격려를 보낸다.
그래서 보라 펜 샐리 선생님, 이제 다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