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추억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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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버스를 타고.
Nickname: bendy bus
버스 두 대를 아코디언 같은 연결 고리로 이어 붙여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유연한 영어로는 articulated bus.
퇴근길에 뜻밖의 따스한 추억이 인사를 건네 왔다.
예전에 아이가 어렸을 때 정말 좋아하던 버스였다.
둘이서 소풍 가듯 간식 챙겨 들고 버스 정류장에 앉아 하염없이 저 버스를 기다리며 저 버스가 오면 목적지고 뭐고 그냥 일단 타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아니 크고 작은 차들과 함께 도로를 따라 우리 만의 작은 모험을 하곤 했다.
이 버스가 점점 사라지고
아이는 점점 커가고
신기한 버스 한 대에 몸을 싣고 나들이하던 둘만의 시간만으로 벅차던 날들을 잊어버리고
작은 것 하나에도 버럭 야단을 쳐대는 엄마만 남아
우리의 사랑스러운 추억도 희미해져 가던 중
오늘 우연히 과거의 행복하던 추억의 한 페이지를 그립던 이 버스가 싣고 왔다.
아! 그랬지!
우리는 버스 한 대를 타고 달리는 소박한 행복에도 즐거워하던 날들이 있었는데…
이른 나이에 입시를 치러야 하는 것 때문에( 싱가포르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여름 방학이 지나면 한국의 수능급 입시가 시작된다) 아직도 어린아이인 아이를 나도 모르게 자꾸만 몰아세우고 야단을 친 요즘이 많이 미안해졌다.
달리는 버스를 바라보며 만약에 같이 이 버스를 봤으면 너무나 좋아하며 해맑게 웃을 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따뜻해진 마음을 안고
집으로 와서 더 따뜻하게 아이를 안아 주었다.
“ 있잖아, 엄마가 뭐 찍어왔는지 볼래…?”
버스를 보고 이렇게 반가울 날이 올 줄이야…
5월의 어느 봄날, 뜨거운 여름나라 싱가포르
Orchard Boulevard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