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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지서강 Mar 12. 2021

불신임을 불신하다

서강교지편집위원회

0.


    2020년은 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단체들의 존재감이 극단적으로 희미했던 해다. 학생자치단체의 활동은 대부분 학생들의 교내 생활과 밀접해 있다. 당연하게도 절대 다수의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코로나 시국에 학생회의 역할은 축소되고 운영이 어려웠으며, 동시에 학생회의 활동이 학생들의 일상과 큰 연관이 없어지면서 학생회에 대한 관심과 감시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에도 수월하게 학생회가 꾸려지고 있었다고는 말할 수는 없겠지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로 꾸려진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물론, 대다수의 단과대별 학생회 또한 비대위가 세워진 곳이 많아 대표성을 지니고 사업을 추진하거나 학생사회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2020년도 서강대학교 총학 비대위의 주요 활동은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에 따른 등록금 반환 운동, 총장 내정 사태에 따른 학교 이사회에 대한 대응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 이외의 활동들은 코로나로 인해 매년 추진해오던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체활동을 찾는 것에 맞춰져 있었고, 결국 대체할 방도를 찾지 못하거나 찾더라도 무산되어 더더욱 학생회의 존재감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었다.


    작년 한 해 총학과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의 활동은 대체로 소극적인 양상을 띤다. 이사회 사태 관련 대응들은 대다수가 충학 주도의 활동이 아닌 것은 물론, 학생사회에 가장 밀접한 총학 차원에서의 대응이 오히려 서강사랑이나 대학언론사 측의 활동에 비해 적었다. 수업과 시험의 대면∙비대면 진행 관련 논의들은 학생회 측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결정되는 경향이 컸으며, 등록금 반환 운동 또한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총학 비대위의 활동들은 학생사회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학교 측에 이를 관철시키는 활동보다는 그저 단절된 학교와 학생 간의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더욱이 학생자치기구를 꾸리기 힘들어져 대다수가 비상대책위원회로 꾸려진 것은 이러한 문제점들의 근본적인 원인일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대표자의 역할을 수행해야하나 실질적으로는 대리자의 위치에 놓인 이들이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진행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마찬가지의 이유로 이들이 학생사회의 대표로서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던 총학 비대위와 중운위가 적극적으로 성소수자협의체(이하 성소협)의 대표자를 불신임하기 위해 움직인 것은 꽤나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학생자치단체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역할 자체도 극단적으로 축소된 상황에서, 학교의 주요한 한 단체의 대표자를 불신임하는 것은 그만큼 해당 단체의 대표자가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작년 단 3차례 소집된 전학대회의 안건은 예산 심의의 건을 제외하고는 성소협의 불신임 건, 총학 산하 자치단체인 ‘맑음’의 재심의 건, 그리고 이사회 사태에 따른 논의의 건이었으며, ‘맑음’ 재심의의 건은 정기적으로 다뤄지던 안건임을 감안하면, 성소협의 불신임 건이 이사회 사태와 함께 전학대회를 따로 소집할 만큼 중요한 안건으로 여겨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1.


    먼저 성소협의 불신임이 어떤 과정을 따라 실행되었는지 살펴보자면, 크게는 전 성소협 대표자의 불성실한 중운위 활동에 대한 문제제기, 이에 대한 중운위 내부적인 논의 진행, 전학대회 의결을 통한 불신임 이렇게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3월 16일자로 총학 비대위가 전학대회의 인준을 생략한 채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한 달 정도 비대위의 활동이 이어진 시점인 4월 23일자 중운위 안건지에서 최초로 성소협의 불성실한 중운위 활동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졌음을 찾을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성소협 측은 코로나로 인해 통학 여건이 되는 지역이 아닌 본가에서 머물고 있어 중운위를 참여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 어려우니, 온라인이나 서면으로 중운위에 참석할 수 있는지를 건의했다. 추가적으로 교지서강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성소협의회장이 머물고 있는 본가의 가족이 감염 고위험군(교사, 면역 저기능자)에 해당되어 다수와 밀집한 상황을 피해야 했다는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중운위 측의 입장은 성소협의회장이 비대위가 세워지기 이전 학생회 임기 동안에도 회의에 빠진 적이 많았으며, 2~3시간씩 이어지는 중운위 논의가 온라인으로 이뤄질 경우 비효율적이며 진행 시간 또한 길어질 것을 고려해 오프라인 회의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성소협 측에서 대리자도 구하기 힘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자세한 표현을 빌리자면, 중운위 측은 “성소수자협의회에서는 3.22부터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나, 성소수자협의회는 1.13부터 거의 각 주마다 진행된 총 3개 회의체(중앙운영위원회, 중앙새내기맞이사업단, 재정심의위원회)에서 진행된 약 30회 이상의 회의에서 파악된 바만 26회 불참하였음. 그 당시는 1학기 수업 진행조차도 연기되기 전의 상황이였으며 그 당시부터 회의 참여에 있어 사회적거리두기와 별개로 그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생각함”, “불참사유를 전달할 시, 본가라 물리적인 거리상 참여가 힘들다고 하였을 뿐임. 코로나로 인한 위험과 성소수자로서의 치명적인 위험 등을 이야기하였다면 지금의 논의 진행이 달라졌을 것. 이제까지 불참을 전달함에 있어 참여에 힘듦을 호소했다는 부분이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있음”[1]이라 밝혔다.


    지속적인 불참 사안에 대해 전 성소협의회장은 자신이 본가에 있다는 이유로 회의에 지속적으로 불참한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해 사과하고, 성소협의 구성원의 특성상 성소수자임을 밝히고 공개적인 자리에 참석할 수 있는 구성원이 없어 대리자를 구할 수 없었다는 점과, 성소수자의 신분으로 코로나 확진이 될 경우 동선 공개와 함께 성소수자 정체성 아웃팅의 가능성이 있어 온라인 참석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에 중운위는 “성소수자협의회에서 주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당위성은 이해하나, 중앙운영위원회는 학생들의 권익을 책임지는 대표 의결기구로서 현 시국에 없어서는 안 되는 컨트롤타워임”라는 7차 중운위 회의록의 입장을 고수하며 온라인 참석 방식을 거부했다.


    성소협의회장과 중운위 측의 논의와 함께 재심위 측에서도 성소협의 결산인 미승인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성소협의회장은 성소협의 행사 진행이 불투명한 상태가 지속되어 결산안이 늦어진 점을 사과하고 대리자를 보내기로 하였으나 재심위 개편으로 인해 회의가 취소되어 대리 참석이 무산되었고, 이후의 재심위 회의는 앞서 중운위 불참과 같은 이유로 참석하기 어려워 온라인 상으로 결산 내역을 공란 처리한 결산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결산안에 대한 논의가 어려워져 오류가 있는 부분을 수정하기 힘들어진 점과 재심위 불참으로 불편을 가한 점을 인정하여 성소협 예산의 50퍼센트 환수를 결정했으나, 이 직후 성소협의회장이 예산 전면 회수를 방지하고 대표자로서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오프라인 회의를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이 계속되어 성소협 측의 온라인 참석 제안이 거절당하고 전액 환수 및 대표자 불신임이 결정되었다.

 

   당시 예산의 50퍼센트 환수가 결정된 재심위에 일회성으로 대리자가 참석했음에도 총학 측은 대리자가 아닌 대표자에게 통화를 요구했으며, 해당 통화에서 총학 측은 오프라인 회의 불참으로 인해 총학에 불편이 생기게 한 점을 넘기기 힘들며 성소협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총학 측은 재심위와 중운위의 1차 징계라 볼 수 있는 50퍼센트의 예산 환수를 성소협 측에서 받아들이고 추후 불참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성소협 측의 발언을 두고 50퍼센트 환수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과, 재심위 측이 주장한 결산 파일의 오류를 두고 성소협 대표자의 신뢰성과 의사 부족을 대리자를 통해 지적했다. 해당 결산 파일의 오류는 결산항목이 예산 회수로 인해 예산이 0원이 되어 결산안 엑셀 파일의 sum함수를 지우고 0으로 표시한 것이며, 이를 일일이 지적하며 고치는데 대부분의 재심위 회의 시간을 사용했다는 대리자의 인터뷰를 들을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중운위의 의결을 통해 성소협 대표자 불신임 건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 안건으로 상정되어 (구글 폼을 통해 질의를 받는 형식의) 온라인 상의 전학대회가 진행되었다.


표1. 2020 봄학기 전학대회 진행 방식


    해당 기간 동안 중운위의 오프라인 진행 이유에 대한 질의, 온라인으로 회의가 진행될 경우의 성소협 측의 운영 가능성과 오프라인 진행이 필수적일 경우 불신임 이후의 성소협 운영에 대한 질의, 그리고 성소협과 중운위에 대한 성소협의회장의 생각과 불신임 및 재심위의 징계 수위에 대한 질의 총 3건의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중운위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중앙운영위원회는 총 회의 상설 운영기구로서 학생회 운영과 학생 관련 논의에 대해 상설회의 중 가장 높은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코로나 19가 발발하고 새내기맞이사업, 선거 등 모든 행사가 취소되기 시작하면서 학생회 또한 비상사태를 맞이해 서강대 학생사회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해야 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속에 회의마다 새로운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 학교와의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했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비효율적인 온라인 회의의 단점을 지적하며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가 온라인 회의를 진행하지 않듯이 오프라인 회의가 필수불가결하다고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성소협 질의의 경우, 중운위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면 성실하게 회의에 참석하고 성소협 운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밝혔으며, 오프라인 진행이 유지될 경우 불신임이 결정되더라도 작년 성소협이 대표자가 미선인 상태로도 운영되어온 사례를 들며 여전히 성소협이 교내 성소수자 단체로서의 책임과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님을 주장했다.


    또한 다른 질의에서 나온 재심위의 전액 환수 징계에 대한 답변으로, 기존에 불참으로 인해 빚어진 불편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수용한 것이며 재심위의 50프로 및 전액 환수에 추가적으로 불신임까지 이어지는 징계 수위는 성소협이 문제 지적에 따른 개선의지를 표했음에도 오프라인 회의 외의 다른 대안에 대한 논의 없이 결정된 것이기에 무리가 있다는 답변을 냈다.


    해당 전학대회는 6월 9일 의결을 통해 찬성 52표, 반대 2표, 기권 10표로 성소수자협의회 회장단, 운영위원회 및 집행위원회의 불신임을 가결했다.





2.


일련의 불신임 과정을 취재하며, 성소협의 불신임의 중요한 쟁점을 몇 가지 살펴볼 수 있었다.


1. 성소협의회장의 불참 사유가 타당성

2. 중대본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기준으로 한 불참 판단 기준

3. 중운위의 오프라인 진행의 정당성과 다른 대안에 대한 논의 여부

4. 1차적인 징계였던 50퍼센트 예산 환수 직후 추가적으로 결정된 불신임 및 전액 환수 징계 수위의 적절성


위 4가지 쟁점을 살펴보며 성소협의 불신임 건을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먼저 성소협의회장의 중운위 및 기타 회의의 불참 사유가 타당한 것인지를 살펴보자. 성소협의회장은 전 학생회가 진행했던 1월 13일 이후의 회의는 개인적인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한 것이며 중운위 측에서도 이를 합당한 사유로 인정했다고 인터뷰했다. 또한 2월 말부터 3월 중순 개강 연기로 인해 계속 본가에 머물게 되어 본가 가족이 감염 고위험군인만큼 통학을 통해 장시간 불특정 다수와 접촉을 피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감염의 확산으로 인해 개학여부가 불투명해져 기존에 대리로 참석 가능했던 인원들 또한 더 이상 대리로 참석하기 어려워졌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 5월 중에 진행된 징계 관련 재심위에 한 차례 참석한 대리의 경우, 일회성이라는 조건 하에 대리 참석이 가능했던 것으로 꾸준하게 대리를 보내 오프라인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구체적인 불참 사유를 미리 중운위 측에 전달하지 않고, 비대위가 세워진 지 한 달이 지나고 문제제기가 이뤄진 후에 불참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중운위와 재심위 및 총학 측에 불성실하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4월 19일 최초로 문제제기 이후에서야 온라인 진행에 대한 제안이 나온 것은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한다.


    총학 측은 성소협의회장 측이 제시한 동선 공개로 인한 아웃팅 가능성에 대해 애초에 동선 공개 자체가 코로나 확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이는 성소수자 칵테일 바 출입 등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어겼기에 발생하는 문제라는 반론을 들었다. 그러나 밀접접촉차가 되는 것은 사회적인 거리두기 지침을 지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며, 확진자가 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단순히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어기고 다른 성소수자 확진자와 접촉해 생기는 문제가 아님을 간과한 논리다. 또한 아웃팅의 여부와는 별개로 이태원발 코로나 확진의 여파로 성소수자의 감염 여부가 온라인 상의 혐오로 이어지는 당시 상황에 비춰봤을 때, 오프라인 회의 참석에 따라 코로나 19에 감염될 시 성소협의회장의 동선 공개와 아웃팅에 대한 걱정은 합리적인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성소협의회장의 불참 사유의 경우 불참의 근거로는 적절하지만 이에 대한 입장을 중운위 측에 전달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정리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이전의 성소협의회장의 불참과 지침 이후의 불참을 동일선상에서 봐야하는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발표가 기존 학생회가 비대위로 교체되는 시기와 일치하기에, 3월 22일 첫 거리두기 지침 이전 학생회가 수용한 불참을 비대위가 성소협의 불성실의 근거로 들 수 있는가의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소협의회장이 불참의 사유로 제시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비대위가 세워진 이후의 불참에 대한 것이었다. 해당 시기 이전의 중운위의 경우 회장이 건강상, 혹은 본가의 물리적인 거리 등의 문제로 불참했던 상황에서 대리자가 참석을 했었고, 그 이후 개강이 불투명해져 기존 대리 가능 인원이 본가로 내려가면서 중운위에 성소협 대표자가 참석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성소협의회장의 발언을 중운위 회의록의 참석여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총학 측에서는 성소협의회장의 불참을 문제 삼을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과 비대위 선출 이후의 성소협의회장의 불참을 이전 중운위 당시 대리 참석을 구해 불참한 것과 연결 지어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어떤 연유로 성소협의회장이 지속적으로 불참했는지는 인터뷰와 공개된 회의 자료로는 확신할 수 없으나, 결국 비대위 측에 문제삼을 수 있는 성소협의회장의 불참 건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이후의 불참 건에 한해야만 한다. 비대위가 기존 총학 및 중운위에서 수용된 불참 건까지 끌어와 문제를 삼은 것은, 비대위가 이전 총학생회를 그대로 계승한다는 뜻이며 동시에 이전 중운위에서 수용된 사안을 번복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사회적인 거리두기 지침이 최초로 적용된 시점과 비대위 선출 시점이 거의 일치하는 것은, 성소협의회장이 제시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합당한 불참 사유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성소협 측의 소통 부재와는 무관하게, 당연히 고려 되어야하는 문제다. 즉, 총학 비대위와 중운위 측은 오프라인 회의를 고수해야 할 근거를 제시해야만 성소협의회장이 제안한 온라인 회의 진행 등의 대안 마련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다. 만약 총학의 근거가 부실할 경우, 중운위 측은 성소협의 사태 해결에 힘쓰지 않았으며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총학 비대위는 전학대회에서 학생회 운영과 학생 관련 논의에 대해 가장 높은 권위를 가진 곳이며 각종 행사 취소로 인한 학교 부처와의 지속적인 연락 등을 담당하는 학생사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오프라인 진행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각종 행사 및 사업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사회적 거리두기와 학교 폐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를 지켜봐야하는 그들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빠른 일처리를 기대할 수 있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회의를 진행했다면, 중운위 구성원 중 확진자가 나왔을 경우 중운위 참석자가 전원 밀접접촉자로 분류되기에 이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되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대응책은 당연하게도 온라인 상의 회의 진행 방식이 최우선적일 것이다. 따라서 중운위 내부의 확진자 대비책이 마련되었다면 온라인으로 참석의사를 밝힌 성소협의회장이 충분히 자택에서도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총학 측은 이러한 대책에 대해 성소협 측에 어떠한 언질도 없었으며 성소협 측의 오프라인 회의를 대체할 방안 논의도 거부했다.


    재심위는 중운위와 마찬가지의 근거로 오프라인 회의를 고수하며 성소협 측의 참석을 요구했으나, 성소협의 불신임이 결정된 이후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한 적이 있으며, 중운위 또한 지난 11월 말 학교 락다운 이후 온라인으로 중운위를 진행했다. 비대위의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온라인으로 중운위가 진행된 것은, 기존의 중운위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이 불가능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작년 한 해 중운위와 비대위의 활동이 대부분이 학교의 결정 사안에 대한 전달에 국한되었음을 떠올려보면, 중운위가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 많지 않았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물리적인 거리가 중운위 불참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중운위 측의 주장은 작년 중운위가 직접 논의한 안건인 2학기 수업 및 시험 방안 논의에서 학교 측이 본가에 내려간 학생들에 대해 물리적인 거리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 모습과 상반된다.


    중운위는 중운위 내부의 확진자 발생 가능성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으로 중운위를 진행해야만 했던 근거 또한 부족했다.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무엇인지 불분명했으며 그들이 오프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해서 학교와의 대화 직후 중운위를 소집한 것이 아닌 정해진 일시에 회의가 진행되었기에 오프라인 회의의 장점인 빠른 의견 수합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중운위 측의 안건 상정으로 재심위의 검토 이후 한달도 지나지 않아 결정된 성소협의 불신임과 예산 전액 환수 징계가 과연 합당한 수위였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모든 쟁점에도 불구하고, 성소협의회장은 자신의 불참이 중운위 및 재심위 활동에 불편을 끼쳤음을 인정했으며 이에 재심위에서 결정된 50퍼센트 예산 환수에 동의한 것은 물론 추후 회의 참석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개선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렇기에 성소협 측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불신임과 전액 환수라는, 매우 강한 수위의 징계가 추가되어야 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운위와 재심위는 성소협 측이 오프라인 회의 참석이 힘들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며, 50퍼센트 환수 징계가 내려졌을 때 이를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아닌 징계를 수용한 행동이 단체를 운영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된다는 것을 근거로 전액 환수와 불신임 징계를 내렸다.


    위의 근거로 진행된 온라인 전학대회는, 단체의 대표직을 공석으로 돌리는 중요한 사안에 대한 논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음을 회의록이 증명한다. 성소협 측이 징계를 납득하기 위해서는 비대위측의 반론이나 추가적인 질의가 필요했음에도, 기존 중운위 회의록 등에서 이미 언급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에서 그쳤다. 마찬가지로 성소협을 대상으로 한 질의는 기존 중운위 구성원이 성소협에게 제기한 질문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이미 역할이 축소되어 학생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학생자치단체의 전학대회는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했으며, 구글 폼으로 진행된 논의의 특성상 질의와 답변이 오가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 단 3건의 질의응답 만이 오갔다. 그럼에도 한 단체를 불신임한 것은 어떤 이유건 성급했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1차 징계를 수용하고 시정 의지를 내비친 성소협을 두고 추후 오프라인 회의 참석이 힘들다는 이유로 불신임을 추가로 결정한 것은, 이전 쟁점에서 살펴봤듯이 총학 측의 조정 의지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는 과도하고 성급한 결정이다. 대표자 선출과 자치단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성소협 한 곳만이 아닌 상황에서, 각 단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2개월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3차례의 징계가 부가된 것은 성소협 측이 정말로 중요한 업무적인 피해를 끼치고 조정의 여지가 없는 경우에나 타당한 것이다. 중운위 측의 말마따나 성소협의 대표자가 단체를 져버렸다면, 성소협의회장이 이미 회수가 결정된 재심위에 일회성으로라도 대리자를 구해 참석시켜 결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추후 중운위 회의 참석을 위한 제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어느 정도 역할이 축소된 학생자치단체들의 상황을 고려하고 불신임을 통해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될 것을 예상했다면, 성소협 측과 더 많은 논의를 통해 단체를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조정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대위와 중운위는 그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징계를 수용한다는 것이 어째서 단체를 져버리는 무책임한 언행이 되는 것인지 중운위와 비대위 측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학생회의 필수적인 업무인 안건지 공시가 1년 내내 늦어진 것과 회의록이 제 때 올라오지 않고, 때론 아예 올라오지 않은 것 또한 중운위와 비대위의 운영의지가 부족했다고 봐도 괜찮은 것인가? 심지어 재심위의 정기회의 기록은 2020년 2월 19일에 올라온 6차 정기회의 안건지가 마지막이다. 학생회 측이 기본적인 업무조차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한 단체의 업무 불성실을 지적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3.


    지금까지 살펴본 성소협 불신임 건은 지난 비대위와 중운위 측이 한 학생자치단체의 대표자들을 불신임하는 중요한 안건을 얼마나 성급하게 처리했는지를 명백히 보여준다. 어떤 이유로 일련의 불신임까지의 과정이 벌어졌는지, 그 판단의 근거는 무엇이었는지는 이미 해산된 비대위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해당 사태는 작년 비대위와 중운위가 얼마나 감시와 견제로부터 자유로웠는지를 보여준다. 코로나 사태는 학생들이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학교와 멀어지게 만들었으며, 학교와 학생들 사이를 이어주는 학생자치단체의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약해졌다. 동시에 그들이 학생사회의 대표자로서 직책을 수행함에 있어 학생들의 관심 또한 적어졌다. 결과적으로 학생회는 성소수자협의체라는 단체를 대하며 성급한 결정을 내렸고, 불신임을 결정한 당사자들을 제외한 모두가 이를 검증할 기회를 놓쳤다.


    코로나19는 1년의 시간 동안 좋든 싫든 우리의 일상에 끼어들었고, 대학사회를 구성하는 학생들과 학교, 학생자치단체는 서로 단절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올해도 학생들은 또 하나의 비대위를 맞이해야 하는 입장이다. 만약 학생들의 대표자라는 이름을 달게 된 이들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한다면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학생자치는 캠퍼스 생활에 큰 축을 차지하는 시스템이며, 이들을 유지시키는 것은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이다. 성소협에게 벌어진 일은 다른 어느 단체에도 적용될 수도 있는 일이었음을 명심하고, 학생자치가 원활하고 적절하게 운영될 수 있기 위해선 학생 스스로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1] 20.04.30 중앙운영위원회 7차 정기회의 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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