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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지서강 Mar 12. 2021

코로나 블루 해결법

교지서강 여름 공모전 <집콕 공모전> 당선작, 글 조민형

    전대미문의 바이러스인 코로나19로 인하여 2020년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자유와 여가생활에는 제동이 걸렸고 서로의 안녕을 묻는 흔한 인사의 모양조차 달라졌다. 악수와 포옹은 우리 삶에서 사라졌고 마스크를 쓴 채 눈인사와 주먹 맞대기가 그를 대신했다. 모든 국민들의 일상이 제한되었지만, 누구보다 학생들에게는 가혹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필자 또한 서강대학교 재학생으로서 학교를 몇 번 가지도 못한 채 비 대면 수업만으로 지난 학기를 보냈다. 처음에는 장거리 통학을 당분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여유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행복한 고민을 하곤 했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잠시, 비대면 수업만을 들으며 집에 상주하는 것은 장거리 통학보다 몇 배는 더 힘든 일이었다. 소위 코로나 블루라고 명명되는 스트레스성 우울감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동력을 떨어뜨렸다. 강제적으로 만남이 제한되었던 경험이 없다 보니 처음 겪는 외로움과 매너리즘은 나를 잠식 시켰다. 평소 같았으면 괘념치 않고 했을 간단한 일들조차 하기 싫었고 괜한 짜증과 끌탕만이 속에서 끓었다. 학기가 진행될수록 예민함과 우울감은 더해갔는데 문득 이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초래한 일이라 할지라도 이 스트레스에 묶여 있고 싶지는 않았다. 외부 활동에는 제약이 많으니 집에서 할 수 있으면서 차분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일들이 어떤 게 있는지 탐색했다. 그러다가 찾은 것이 집에서 하는 운동 즉 홈트레이닝과 글을 쓰는 것이었다.

 

    집에서만 있으니 몸이 둔해진다는 느낌도 들었고 원체 좋아하는 운동을 못 하다 보니 활력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홈 트레이닝용 기구를 몇 개 구입했다. 요즘 대유행 중인 동영상 플랫폼에는 간단한 수준에서 강도 높은 것까지 다양한 난이도의 홈 트레이닝을 하는 법이 업로드되어 있어서 그를 참고하여 운동하기 시작했다. 주중에 강의를 들을 땐 녹화된 강의의 한 챕터가 끝나면 운동을 한 세트씩 하고, 강의를 다 들은 후 과제를 하면서는 몸이 뭉칠 때마다 한 세트를 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시간이 많으니 내게 맞는 난이도의 운동을 찾아서 꾸준히 실행할 수 있었고 따라서 이동 양은 평소보다 적었지만 보다 개운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운동하며 드라마틱하게 몸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면서 에너지를 쌓을 수 있었다. 이 시기에 활동량이 줄면서 체중이 증량되는 스트레스는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느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을 통해 잉여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은 체중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다음은 글쓰기였다. 평소 내 생각을 끄적거리는 것이 취미였던 나는 다양한 주제로 글 쓰는 것을 꾸준하게 해왔다. 글쓰기를 통해 내 생각을 잘 정리하고 말로 전달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코로나 블루로 인한 답답한 마음을 풀어내기 위하여 이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날 것의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라 할지라도 솔직한 심정을 담아 생각나는 대로 쓰기 시작했다. 꼬이고 복잡한 감정들을 텍스트로 풀어버리니 점차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 있었고 짜증과 끌탕이 배제된 상태로 나에 대한 진단을 내릴 수 있었다. 글을 쓰며 깨달은 점은 나의 짜증과 예민함은 상황으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물리적 원인은 사실 형체가 없는 것이고 그를 규명하려는 시도와 없애 버리려는 노력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스트레스 자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상투적이면서 그대로 이행했을 때 도움이 많이 되는 말이 있다.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상황이라면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어쩌면 내게 필요한 궁극적인 해결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나는 이 상황으로 인한 장점들을 찾기 시작했고 비대면 수업으로 인하여 성적을 더 잘 받을 수 있었다는 것과 가족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었다는 것 등의 좋은 점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시기를 짜증스러운 것이 아닌 덤덤하게 수용하게 되면서 스스로가 한 단계 성숙해졌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2학기를 앞두고 있다. 어쩌면 상반기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면 최대한 건강한 생각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때로는 작은 변화가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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