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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May 26. 2024

오드리 이사하다.

닭장 만들기

뒤 밭에 있던 오드리의 집을 앞마당으로 옮기기로 했다. 오드리는 딸이 알을 부화시켜 태어난 오골계의 별명이다. 딸은 잠을 설쳐가며 오골계를 부화시키면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마음을 안 것 같다. 사람을 낳아 키우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은 생명에 대한 신비와 놀라움을 오드리를 부화시키며 깨우쳤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겨울에 부화된 오드리는 사 개월간 아파트에서 살았다. 점점 자라나 몸집이 커졌고 배설물도 여느 닭들보다 묽어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숙고 끝에 시골집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곁에 두고 이끼기로 했던 딸은 마음이 우울해 보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오드리가 시골로 간 때는 이른 봄이라 날씨가 추웠다. 밤새 등을 켜서 실내 온도를 맞춰주고 온 가족이 돌아가며 시골집에 머물렀다. 사랑의 시작은 응시라고 했던가? 오드리를 보러 가는 먼 길,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오드리만 보면 되었다.

날이 따듯해져서 비닐하우스를 떠난 오드리는 집을 갖게 되었다. 밭 귀퉁이에 자리한 오드리의 집은 뒤밭을 빙 돌아가야 한다. 자리를 잡았으니 며칠간 시골집을 비워도 안심이 되었다. 종종 아무도 없는 집을 지키는 오드리를 생각하면 마음이 일렁거렸다.


온갖 꽃들이 만발한 오 월, 오드리를 보러 간다.

문득, 새를 키우듯 닭을 키운다면 일부러라도 잘 보이는 곳에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집이 아니니 당장 오드리 집 만들기를 시작해도 되겠다. 오후 내내 지낼 자리를 고르고, 벽을 만들 철망을 재단하고, 케이블 타이로 엮어 엉성한 닭장을 만들었다. 사실 이보다 더욱 복잡한 과정이 있긴 했다.

아무리 작은 집을 짓더라도 온갖 장비가 필요했다. 얼마나 많은 걸음을 걷고 머리를 썼는지 모른다. 어둑해질 무렵 엉성해 보이는 오드리의 집이 완성되었다. 닭장에 가서 오드리를 잡아 안았다. 사람 손길이 낯설지 않은지 나의 가슴에 살포시 안겼다. 새집으로 넣어주니 한참을  왔다 갔다 한다. 모이 그릇과 큰 그릇에 물도 넣어 주었다.

오후에 비바람이 온다고 한다. 아직 햇살은 쨍쨍하지만 바람은 심상치 않다.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오드리 집 지붕에 벽돌 다섯 장을 올려놓았다.


2년 전, 마당  한구석, 방석 하나만큼의 자리를 차지했던 클로버가 올해는 세를 넓혀 큼지막하게 꽃 수를 놓는다. 흰 꽃이 바람에 춤을 춘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멀찌감치 보아도 어여쁘다. 오드리를 향해 의자를 놓고 '클로버 꽃 멍'을 한다. 자연스레 마당의 온 풍경이 눈 안으로 들어온다. 꽃을 찾아다니는 벌도 보이고 잘라내고 계속 뽑아버려도 살아남은 샛노란 민들레 꽃도 보인다. 회색 잠자리, 흰나비  세 마리도 바람결을 따라 난다.

들고나면서 오드리를 만나서 좋다.

안녕! 오드리! 오늘은 비가 오단다. 바람도 많이 분데, 놀라지 말고 잘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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