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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이 끝내 오지 않았다

Day 10. 나를 위한 차 그리고 다크 초콜릿

by 반짝이는 루작가

"다크 초콜릿을 드셔보세요. 설탕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것으로요."


나의 주치의이신 한의사 선생님의 말씀이셨다. 배란통을 겪을 때쯤 한의원을 찾았고, 신경과와 산부인과를 다 다녀왔는데 두통의 원인이 될만한 병이 없었음을 알려드렸다. 내가 다니는 한의원은 8체질 전문 한의원이기에 나에게 맞는 음식을 알고 건강을 챙겨보려 했다. 가족들은 다 목체질이라 유제품, 견과류 등 먹을 수 있는(내가 좋아하는) 간식이 많다. 그러나 나는 금체질. 도통 간식으로 뭐가 좋을지 생각이 안 나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그러니 권해주신 게 100% 다크 초콜릿이었다.


병원을 나오자마자 온라인으로 여기저기를 살피다 괜찮아 보이는 곳에서 주문을 했고, 커피 또한 확 줄여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고모가 편두통으로 고생하셨을 때 커피를 줄이고 괜찮아지셨다는 얘기를 사촌언니에게 들어서였다. (나는 아마 아빠랑 고모랑 체질이 같을 것 같다) 피곤할 때마다 마셨던 돌체라떼를 끊으려니 처음 며칠은 중독자처럼 자꾸 커피생각만 났는데 4-5일이 지나니 괜찮아졌다. 그 대신 나에게 잘 맞는 허브티를 자주 마셨다.


의식적으로 단 음식을 안 먹으려 노력했고, 저녁마다 그렇게 맥주 한잔이 당겼으나 꾹꾹 눌러 담았다. 노력한 지 2주가 지날즈음 슬슬 마법이 오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들의 어린이집 방학도 시작되었다. 그러나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았던 두통약을 가지고 다니며 만만의 준비를 했다. 올 테면 와라, 내 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니 약을 먹어버리고 말지 하는 배짱도 부렸다.


그러나 많은 양의 혈을 내보내고도 셋째 날까지 두통이 오지 않았다. 최근 나의 기록을 보면 시작하고 이틀 째면 무조건 약을 복용했었다. 하지만 안심하지 말자며, 생리가 거의 다 끝날 즈음 또 한 번 치고 오던 두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지금 나는 마법이 시작되고 열흘이 지났음에도 머리가 아프지 않다. 약을 전혀 먹지도 않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너무 신기하고 감사할 뿐이다.


중간에 살짝 긴가민가하는 알림을 줄 때마다 잠도 푹푹 자고 쉬어주었다. 생각해 보면 음식도 음식이지만, PMS 기간에 몸의 신호에 따라 작정하고 쉬어줬었다. 낮잠도 자고, 영화도 보고. 아이들 방학 중에도 특별하게 스트레스받을 일 없이 즐겁게 보내려 했다. 몸에 좋은 걸 챙겨 먹으려 하기보다, 안 좋은 걸 안 먹으려고 하는 노력을 나는 잘했다. 자꾸만 진로고민과 자기 계발에 신경 쓰기보다 24시간 아이들 밀착케어로 나를 내려놓았던 것이 오히려 쉼이 되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 정신과 에너지들은 다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 달 뒤 어떤 상황이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미리 신경약을 먹지 않고도 좋아진 지금에 감사할 뿐이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현재 나는 건강하고 괜찮다. 그러니 앞으로의 나도 건강할 거고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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