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도대체 언제가 해수욕장에서의 마지막 물놀이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학생 때 아마 학교 선후배들과 물놀이를 다녀온 것 말고, 졸업 후에는 한 번도 바닷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주머니 곳곳에서 모래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싫었고, 파도타기를 실컷 즐기다 모래사장 위로 나올 때면 어지러워 멀미가 났기 때문이다.
출산 후에도 어린 아기를 돌본다는 핑계로 파라솔에 앉아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4살, 6살인 아이들이 물속으로 찰박찰박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아니 뛰어가더라. 엄마는 왜 같이 안 들어가냐는 말에 변명할 수 있는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전에 소희언니 책에서 아이들 덕분에 어린아이처럼 물놀이하는 엄마의 얘기를 읽고 나니 몸이 근질근질하기도 했다. 그럼 이번에는 나도 같이 도전이다 외치며 마음을 다졌다.
피부가 온통 뒤집힌 덕분에 계속 요양을 하다 지난 주말, 드디어 아이들을 데리고 금능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물이 빠지는 시간에 맞춰 갔더니 돌들 사이사이에 박혀있는 보말이며 갯고동이며, 쉭쉭 움직이는 자그마한 물고기 떼며. 아쿠아리움을 갈 필요가 없었다. 이곳이야말로 살아있는 생명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신나게 채집하기도 하고, 관찰하기도 하고. 꽃게를 잡으려다 물려보기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시간을 보냈다. 한 귀퉁이에 앉아 열심히 모래를 파 자기만의 욕탕을 만드는 것 같은(엄마 아빠에겐 땅을 파달라 하고, 동생에겐 물을 계속해서 떠오라고 시키는) 첫째의 시중을 즐겁게 들어주기도 했다.
마침내 바닷속으로 입수하는 순간에는 혼자 긴장했는지 준비 운동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도 하지 않는 운동을 다른 어른들이 다 보는 앞에서 할 수는 없었다. “얘들아! 점프점프!” 하며 아이들을 핑계 삼아 뛰었다.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고 위아래, 앞뒤로 팔을 휘두르며 들어갔다.
시원함보다 미지근한 해수온탕에 발을 담그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따금씩 무릎을 치는 파도의 찰싹임을 느끼는 건 흥미로웠다. 엄마 손만 잡겠다는 아이들을 양손에 잡고 균형을 잡으며 걸어 나갔다. 크, 바다다!
둘째는 아빠 품에 안겨 깊숙한 곳으로 더 들어가 파도타기를 하고, 첫째는 지난번 물맛을 봐서 겁이 났는지 더 이상 들어가지 않고 나와 멈추어 섰다. 내가 무릎을 꿇어도 오믈락하지 않는 얕은 수면에서 잔잔한 파도를 맞으며 놀았다. 파도가 세지 않았지만 얼굴을 칠 때마다 쓰러지는 시늉을 하니 첫째가 깔깔깔 신나게 웃어댔다.
엄마 손을 잡고 바닷속으로 들어간 기억은 없지만, 사진 속 꼬마가 비키니를 입고 엄마 아빠와 해변에서 찍은 사진은 본 적이 있다. 나도 이렇게 엄마빠 품에서 행복했겠지. 그 시절의 나를 소환하며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파도가 가져오는 바닷물을 먹고 뱉기를 반복하면서, 우리 모두는 금세 친구가 되었다.
뒤처리는 물론 불편했지만, 3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내년이면 아이들이 얼마나 더 커 있을까. 무더운 여름이 가기 전에 얼른 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닷속에 들어가길 참 잘했다. 행복한 추억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고맙다 여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