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한 주말 산책:)
얼마 전 첫째 친구의 엄마에게 호기롭게 뱉은 말이 있다.
"언니! 제 육아의 중심은 책과 자연이에요!"
마음은 늘 이래왔는데 얼마나 아이들과 깊은 경험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더욱 찐하게 누리고파 남편에게 휴식 시간을 주고 나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으로 다녀보려 했지만 올해는 대실패였다. 이제야 기저귀를 뗀 둘째가 혼자서는 버거울 것 같았고, 폐렴이네 장염이네 하며 핑곗거리가 생기더니 쏙 들어가 버린 것이다. (여보 미안!)
그러나 틈틈이 도서관의 나무가 있는 곳이나 집 근처 공원을 자주 갔다. 아이들과 자연에서 그림책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시동만 걸고 있었는데 첫째가 챙겼던 책 덕분에 지난 주말에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다. 곤충을 채집할 생각에 신이 난 아이. 책을 가방에 넣으며 "곤충을 잡으면 책에서 찾아보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했는지.
오전에 주일 미사를 드리고 맛있는 만두를 먹어보겠다며 웨이팅을 한 시간 가까이했다. 30분 정도 기다리면 되겠지 싶어 둘째에게는 영상을 보여주고, 남편은 책 나는 롱블랙 글을 보고 있었다. 첫째는 뭐 하나 어느 순간 뒤를 보니 자기가 편한 자세를 찾아 곤충책을 보고 있었다. :)
갑자기 둘째가 물을 찾았다. 늘 챙기던 물을 깜박해 당황하던 찰나, "엄마! 내 가방에 물 있어! 내가 챙겼어!!" 하는 첫째. 아니, 너는 정말 오늘 어디까지 엄마 마음에 쏙 들어올 거니! 합이 딱딱 맞는 날이었다.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건지, 진짜 든든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공원에 가기 전에 내가 볼 책을 먼저 빌리러 갔다. 성큼성큼 발을 내딛는 첫째의 앙증맞으면서도 듬직한 뒷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엄마 곁을 지켜주는 큰 아이와는 달리 자기 눈높이의 책들을 다 밀어 반대편으로 우두두 책들을 떨어뜨리는! 사고를 범행하는 작은 악동도 있다. 그래, 이래야 균형이 맞춰지지^^;
밖은 회색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였다. 습기를 머금은 땅. 콩벌레와 개미들만 보이고 첫째가 보고 싶어 하는 메뚜기나 여치 같은 곤충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천 근처 넘어가지 못하게 쳐놓은 울타리 쪽에서 돌을 들추더니 아기 뱀을 발견한 아이. 그것은 지렁이가 아니었다. 혀를 날름거리며 뭔가 날렵하게 보이던 녀석. 우리 네 명 다 쪼르르 모여 뱀을 관찰했다. 어떤 종류의 뱀인지 모르겠으나 아무도 건들지 않고 지켜보았다. 엄마 뱀은 어디 있을까 궁금해하는 아이들.
채집통에 넣었던 곤충들은 다시 다 풀어주고 오늘도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며 공원을 나왔다. 인간으로서 하면 되는 행동과 아닌 행동을 자연에서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우리는 나답게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중이다.